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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처럼 - 도청의 마지막 날, 그 새벽의 이야기
정도상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평점 :
1980년 5월 26일 저녁 7시
나는 오늘 밤 여기에 머무르기로 했다.
먼 곳에서 총소리가 울렸다. 이 밤이 지나면 내일이 올 것이다.
내일은 희순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날이 밝으면 손에 쥐고 있는 카빈소총을 놓고 여기를 떠날 것이다. -9p
소설 <꽃잎처럼>은 “내일은 희순과 만나기로 되어 있다.” 에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명수와 희순과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줄 알았다. 물론 희순과의 사랑이야기는 주인공 명수를 움직이는 힘의 근원이다.
정도상 작가님의 소설 <꽃잎처럼>은 40년 전 그날 광주에서 벌어진 1980년 5월 26일 저녁 7시에서 27일 오전 5시 15분까지 10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조명한다.
소설<꽃잎처럼>은 상당한 부분 실화와 실재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명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실재인물이라고 한다.
광주, 전남에서 들불 야학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정부군과 공수부대가 전대병원, 전일빌딩, 도청 민원실을 진압하는 과정을 숨 막히게 묘사한다.
읽는 동안 마음이 아파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소설의 표지에서 도청의 창문을 통해 다가오는 정부군을 바라보는 명수의 눈빛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희순과의 약속인 상우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한다.
“전투에서 우리는 질 것입니다. 한 발만 더 가면 낭떠리지가 분명한데, 한 발을 내디뎌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을 ‘백척간두 진일보’라고 합니다. 우리는 오늘 밤 공수부대와의 전투에서 패배할 것입니다. 패배가 분명한데도 여기에 남아 있는 것은 백기를 들고 공수부대를 맞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깃발을 내릴 수 없습니다. 우리의 깃발이 비록 피에 젖고 총칼에 찢어진다 해도 우리는 깃발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밤 패배할 것입니다. 하지만 영원히 패배하진 않을 것입니다.” 상우 형의 차분한 말에 통역을 하던 인요한이 눈물을 흘렸다. -33p
시민군의 대변인 역할을 하던 상우는 들불 야학의 강학으로 희순은 그를 좋아하고, 명수에게 상우를 끝까지 지켜달라는 부탁을 한다.
상우는 3일 만 더 버텨낸다면 미국의 중재로 정부는 진압을 멈출 것이라는 믿기 힘든 희망을 가슴에 품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다가올 현실을 알고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말을 한다.
당시 5∙18 민주화운동의 가장 주된 세력이 10대, 20대의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은 자유와 민주를 찾기 위해 너무도 아까운 희생이었다는 점을 되새긴다.
다 같이 단결합시다!!
“급보”
광주 시민 여러분! 현 시국은 단결의 힘만이 필요한 때입니다.
오늘(26일) 오전 6시 30분 계엄군은 탱크를 몰고 돌고개까지 진군하였습니다.
......
우리 광주 시민 전남 도민의 승리는 머지않았습니다. -50p
“현재 시각 27일 새벽 2시 40분. 공수부대와 계엄군이 다시 살육 작전을 개시하였습니다. 현재 놈들은 상무대 병력, 교육사령부 병력, 31사단 병력으로 시 외곽을 완전히 차단하고 도시를 봉쇄했습니다. 계엄군이 나타났다는 무전이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세 개 공수여단과 20사단을 앞세워 쳐들어오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놈들은 탱크와 장갑차, 헬기까지 중무장한 상태입니다. 제1전투비행단까지 합세한 놈들의 총병력은 약 이만여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반면에 우리 시민군은 불과 오륙백 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박 실장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178p
광주비디오를 보았을 때의 놀라움과 충격이 다시 떠오른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영화로 한 <택시운전사>, <화려한 휴가>, <박하사탕>, <꽃잎>을 보았을 때 우리 국민에게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꽃잎처럼은 영화 꽃잎에서의 이정현의 눈빛처럼 민중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이 꽃잎처럼 떨어져 나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소설 속 명수의 친구 수찬도 자기를 믿고 일으켜 세워준 남호형의 발산댁 형수가 총칼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죽음을 각오하고 저항한다.
이 소설을 40주년이 되는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몇 가지 의문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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