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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과 비 1 - TV조선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의 원작소설!
이병주 지음 / 그림같은세상 / 2020년 5월
평점 :
한번 빠져들어 멈출 수 없는 소설은 이런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병주 작가님의 <바람과 구름과 비碑>는 모처럼 책을 읽을 때 아드레날린이 분비됨을 느끼며 책을 펼치고 멈출 수 없었다.
이병주 작가는 1921년 하동에서 태어나 일본 메이지대학 문예부를 졸업하고 와세다 대학 불문과에 진학했다 학병으로 중퇴한다. 광복 후 진주농대, 해인대학 교수를 거처 1955년에서 61년 국제신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역임한다.
1965년 마흔네 살의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이래 한 달 평균 200자 원고자 1,000장, 총 10만 여 장의 원고에 단행본 80여 권의 작품을 남긴다.
지금으로 치면 매달 한권씩 장편소설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작가가 가진 일종의 소명의식을 달성하기 위해 그 자신의 생을 불태운다는 표현이 정확할듯하다.
이번 작품을 읽고 그의 다른 대표작인 <관부연락선>,<지리산>,<산하>와 같은 작품들도 읽어보기로 다짐한다.
그의 소설은 유교, 불교, 도교의 사상을 넘나들고, 역사 속에 등장한 다양한 인물들과 작품을 언급하고 있다.
<바람과 구름과 비碑>의 주인공 최천중은 서울진공작전을 주도한 의병장 허위를 소재로 한다. 최천중이라는 영웅은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당대의 재주꾼과 인재들을 모은다.
이번 소설 <바람과 구름과 비碑>는 1977년 조선일보에 연재된 소설이고, 1989년 50회에 걸쳐 드라마로 방영된 적이 있다.
이제 내일이면 TV조선에서 윤상호 감독이 연출하고 박시후(최천중), 전광렬(이하응), 고성희(이봉련)를 주연으로 하는 드라마로 새롭게 탄생한다고 한다.
주인공 최천중의 영웅담이 어떻게 그려내는지, 다른 인물들인 최봉련과 이하응은 어떻게 펼쳐낼지 궁금하다.
<내가 살인범이다>의 박시후씨가 맡은 최천중이 특히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가 된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안타깝고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라고 하면 바로 구한말이다.
소설에서 시대적 배경으로 처음 설정되는 시기는 1863년이다.
조선왕조가 왕권과 신권의 경쟁관계였다고 하지만, 정조 이후 신권이 왕권을 넘어서고 차츰 압도하기 시작하다 불균형이 최고에 달하는 시점이 철종 치세기이다.
강화도령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철종은 외척세력에 짓눌려 제대로 된 통치를 하지 못하고, 입에 맞지 않은 음식과 불편한 마음, 정사보다 다른 곳에 신경을 쓰다 33세 라는 젊은 나이에 후사를 정하지 못하고 승하한다.
이 소설은 바로 철종의 후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를 그리고 있고 1863년을 기점으로 조선 사회의 백성들의 삶과 투쟁을 그려내고 있다.
[책 속으로]
계해癸亥, 철종哲宗 14년. 서력으론 1863년으로 치는 해다.
그해에도 봄은 있었다.
진주민란을 비롯해서 북쪽으론 함경도, 남쪽으론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휩쓴 민란이 금년 들어 다소 수그러들긴 했으나, 화근은 그냥 남아 있어, 언제 어디서 무슨 변이 날지 모르는 불안이 산야에 감돌고 있었다. -9p
당시는 진주민란이 위세가 가라앉고 최제우의 <동경대전>이라는 책을 내고, 동학이 세력을 불리는 와중이었다. 정국이 혼란하여 권문호족세력은 흥청망청하였고, 서민들은 모두들 굶어 생을 나는 시절이었다.
최천중은 점술사이며 관상사였다. 산수도인山水道人이란 이름의 도사를 십 년 동안 사사한 후 세상에 나온 지가 2년밖에 안 되었지만, 그를 겪은 사람들은 모두 그의 영특한 신통력에 감탄했다. 자연, 재물도 풍성하게 생겼다. 그러니 종자를 데릴 만도 했지만 하나의 목적을 이룰 때까지 보류하고 있는 터였다. -11p
최천중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망운을 인식하고, 다음에 태어나는 왕재를 자신의 씨로 만들기 위한 일을 도모한다. 그는 자신의 씨를 이을 밭을 찾아 전국을 유람하다 미원촌에 이르러 왕덕수의 부인이 그 일을 이루어낼 적임자임을 알아내고 본인의 목적을 달성한다.
용이 동천하려면 개천의 미꾸라지들과 개구들의 등이 터져야만 했다. 하나의 왕재를 얻기 위해선 범인들의 윤리는 짓밟혀야만 했다. 묵자를 숭앙하는 외골수는 장자의 기우氣宇에 억눌려야 하는 것이다. -39p
흥선군 이하응에겐 아들의 둘 있다고 들었다. 임금이 후사 없이 죽을지도 모르는 이 판국에,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그의 가슴속에 움트지 않을 까닭이 없다. 흥선뿐 아니라, 종실에 속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러할 것이다.
흥선은 천千,하河,장張,안安이라 불리는 잡배들과 어울려 다니며 색잡기를 일삼는 파락호破落戶라고 했다. 세도문중 안동김씨들의 집을 두루 찾아 돌아다니며 적잖은 수모를 받고 있다고 했다. -90p
“나는 용이 되려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변수가 항수를 이겨낸다 해도, 항수의 뿌리를 뽑아버릴 순 없습니다. 덩굴나무가 아무리 컸기로서니 정자나무가 될 순 없으니까요. 그러나 덩굴이 정자나무를 만나기만 하면, 그 정자나무를 타고 그 크기만큼은 올라갈 수 있을 것 아니겠소.“ -218p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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