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평화를 깨뜨리는 미사일이 날아왔다. 낯선 발신자 번호였다. 처음엔 바로 끊었다. 곧이어 같은 번호로 다시 전화가 왔다.
남자였다. 그는, 오늘 저녁 8시에 안나가 차 안에서 자살했다고 건조하게 전했다. -3p
안나를 만나기 전, 노아는 경제적 실패로 인간관계가 파탄 났고, 마음과 지갑에도 메워지지 않는 큰 구멍이 생겼다.
사람이 익은 복숭아보다 약한 것도 자연의 이치였다. 크고 작은 충격들은 알게 모르게 노아의 뇌에 가해졌다.
뇌의 안쪽에는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가 있는데, 이것이 작동하지 않으면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때론 무모한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노아의 뇌에서 아몬드가 깨졌다. -8p
"전 세계 돈은 다 합치면 얼마나 될 거 같아?"
"80조 달러."
"그럼 지폐나 동전으로 돌아다니는 돈은 얼마나 될까?"
"절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아니, 5조 달러. 1/16 정도밖에 안 돼. 근데 이것도 줄어들고 있어. 나머지는 컴퓨터에 숫자로만 존재할 뿐이야. 난 불법적인 건 안 해. 가장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름을 훔치는 거야." -10p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안나는 자신의 모습과는 정반대인 그런 노아의 모습을 인정하고 지지해주었다.
안정적인 사람이 보기에 노아의 위태로우면서도 하고 싶은 걸 다 하며사는 모습은 분명 색달라 보였을 것이다.
어쩌면 안나의 욕망을 대신하는 노아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24p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슬픔을 말한 때의 기쁨을 만끽했다. 어느새 마주보며 얘기하던 것이, 옆을 보며 하게 됐다.
나란히 길을 걸을 때도 사람 한 사람이 쑥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날쌘 고양이 한 마리도 지나가지 못할 거리고 좁혀졌다. -53p
합법적으로 이름을 훔치다는 노아의 계획은 한 번에 성공했다.
법원이 인정한 합법적인 이름 도둑질이었다. 단순히 이름을 훔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을 훔쳤다.
다른 스타트업들이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고 홍보해봐야, 글로벌 대기업과 소송했던 스타트업이라는 수식어를 이길 수는 없었다. -112p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