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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매리 저수지
김주앙 지음 / 비티비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오늘 소개할 소설은 김주앙 작가님의 <산매리 저수지>이다.
등장인물은
이동준 (54): 은행원 출신의 민한당 4선 국회의원. 대통령의 킹메이커로서 여당 사무총장
김영주 (30): 민한당 사무총장의 여비서
최지민 (30):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다섯 번 탈락한 고시생
송영기 (60): 정치학 교수 출신의 국가정보원장
권판식 (60대): 이동준 국회의원이 당선된 중랑구 방천시장에 사는 독거노인
이재식 (44): 이동준의 사촌동생이며 지역구의 조직부장
[책속으로]
남자는 다시 잠수했다. 한참을 수색해나가던 그는 마대 하나를 발견했다. 마대라는 흔치 않은 재질의 자루를 인지한 순간 잠수경 속에서 두 눈을 부릅떴다. 마대가 머금고 올라온 저수지 물로 자루에 짓눌린 풀잎은 축축이 젖어 들었다. 남자는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마대의 매듭을 풀었다. 두 눈이 동굴처럼 검게 파인 두개골과 유골이 세월의 힘에 해체되어 퍼즐 조각처럼 자루 안에 봉해져 있었다. -10p
스물한 발의 예포가 울렸다. 때에 맞춰 비둘기 떼가 국회의사당의 녹색 돔 위로 일제히 날아올랐다. 대통령 취임식장을 가득메운 하객들은 탄성을 질렀다. 동준은 축하 외교 사절단 가까이에 앉아 있었다. -15p
'당신은 지금 대통령 취임식장에 앉아 있군.
죽은 자의 영혼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어.'
동준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완벽했다.
'목격자는 분명히 없었어.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았어! 정신차려, 이동준.'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16p
이제 일흔 중반을 넘긴 한주엽. 그는 91년 봄에 방천시장 상인들의 밑천을 끌어모아 남미의 아르헨티나로 도주했었다. 주로 여자들의 돈이 많았다. 정육점을 운형했던 동준의 어머니가 입은 피해도 컸다. 그런 그가 귀국해서 제일 먼저 국회의원 이동준의 지역구 사무실에 나타났다. -28p
중랑구 면목동의 재래시장인 방천시장 통에서 아버지 없이 살아온 동준은 어려서부터 낭패한 일을 당하거나 기쁜 일이 생기면 권판식을 찾아갔다. 아저씨를 생각하면 왠지 고향집처럼 아늑하고 편안했다. -47p
"같이 쓴 죄수들중 젤 대빵이 제주도 사람인데 4.3 얘기하면서 참 특별한 말을 합디더. 바람, 돌, 여자가 많아서 삼다도라 카는 제주도에 와 여자가 많은지 아냐꼬. 그때 제주도민 3만 명이 학살됐는데 죽은 사람이 거의 남자라서 그렇다 카네요." -49p
본관 백악실에 마련된 비공식 만찬에 초대된 대상은 전직 대통령들이었다. 대통령이 아닌 사람은 동준과 몇몇 상헌맨들과 송영기 국가정보원이었다. 송영기는 '코리아 테라피'의 검은 돈 찾기 공약사업을 떠맡았다. 환갑이 넘은 정치학자 송영기 교수가 가계부에 현미경을 들이댈 터이니 서로 인사나 나누라는 자리였다. -62p
"원장님, 여태껏 풀리지 않은 율곡비리와 스위스은행 계좌 재조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내 임기 중에 반드시 그들이 숨겨둔 검은돈을 찾아 국고로 환수하겠어요. 이 일은 우리가 이루어야 할 역사적인 사명입니다!"
"그렇습니다. 저수지를 찾아내야지요."
정보원장이 던진 '저수지'라는 말에 동준은 머리카락이 쭈뻣서는 것 같았다.
송영기 원장이 계속해서 말했다.
"저수지는 정치인들이 검은돈을 숨겨두는 장소를 상징하죠." -64p
동준에게는 하늘이 그의 편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 믿음을 갖게 된 것은 16년 전 그날, 폭우에 잠겨 들던 방천시장통의 노상에서 구체적으로 구원을 받았던 그 순간부터였다.
'누미노제(Numinose)의 순간이었다. 누미노제는 신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직관하게 되는 거룩한 체험. 독일의 신학자 루돌프 오토가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72p
"일제시대, 개성에서 제일가는 부자였던 시댁이 해방 후엔 부르조아의 표적으로 공산당원에게 몰살을 당하자 임신 삼 개월의 총장 모친께서는 38선 철조망을 넘어 월남하셨다지요? 46년 가을에."
"네, 그런데요?"
"당시 어린아이였던 시동생을 데리고서요. 바로 이 부장의 부친이시죠? 배 속에 든 아이는 지금 요양병원에 있는 이 총장의 형님이시구요." -112p
새로운 박상헌 대통령의 취임식을 맞아 그는 제주 4.3항쟁, 6.25전쟁,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 가족들의 한을 풀어주고자 한다.
대통령의 정치 여정에 정치자금을 담당해온 이동준 의원은 취임식 도중 아무도 몰라야 했던 16년 전의 암수살인과 관련한 괴메시지를 받고 흠칫 놀란다.
이동준 사무총장을 둘러싼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오간다.
그가 가장 믿었던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순간,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다.
그는 암수살인의 목격자를 찾아야 하는 끊임없는 전쟁을 치르게 되는데…….
김주앙 작가는 정치권에 상당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정당의 구조와 권력관계, 국회의사당과 의원회관, 청와대까지 세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한국 현대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사건들을 조명하기 위해 그녀는 등장인물들을 사건의 중심에 등장시키고, 그들의 역사의 질곡에서 벗어나 현재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 생생히 보여준다.
정치 행위를 위해서는 정치자금이 필요하다.
정치후원금 만으로 정치를 구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 소설은 우리가 바라는 정치와 실재 정치현장에서 일어나는 정치자금에 대해 돌아보게 하고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한 젊은이들의 의로운 죽음을 되새기게 한다.
4월 27일 오늘 J대통령이 법원에 출석한다고 주요기사로 나오는데 이 책에서도 J 대통령에 관한 언급은 다수 등장한다.
저수지가 가지는 의미는 우리가 앞으로 지향할 정치를 구현하는 방법론에 관한 저자의 경고이다.
많은 공감과 무엇보다 재미있는 정치스릴러물이고, 사실에 근거한 작품으로 여러분들이 공감하리라 생각된다.
오랜 시간 작업을 한 작품이란게 느껴지고, 등장 인물에 이입하여 사건을 바라본다.
웰메이드 정치소설을 펴낸 김주앙 작가님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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