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휴일도 없이 걷는사람 시인선 21
이용임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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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며 여러 번 생각해서 그가 전하는 이야기를 느낀다.

 

이용임 시인의 시집 <시는 휴일도 없이>도 저자가 느끼는 시상이 떠오르는 순간은 휴무를 가리지 않는다.

 

그 시상들은 마치 이국어로 쓰여, 읽을 수가 없다.

매일 매일 다른 이들의 일상은 변함없이 흘러가지만,

 

그들의 풍기는 향기를 피할 수는 없다.

주변인들의 상처를 온 몸으로 느낀다.

 

그의 감수성은 풍부하고, 다른 이의 상처에 연민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느낀다.

 

특히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불편함과 상처에 대해 날카로운 시어들을 사용하여 솔직하게 표현한다.

 

대규모 참사가 있었던 순간에는 그만의 감수성으로 시를 채운다.

 

여자 혹은 자궁이 꾸는 꿈의 기록을 살펴보자.

 

<시계의 집>

 

순결한 네 이마에서

불온한 자궁의 무늬를 읽는 건

우연이 아니야

 

녹슨 시계덩어리 심장 그게 바로 너야

 

말랑한 숨결이 비린 건

아직 밤이 깊지 않아서

갓 태어난 지문이 희미한 건

아직 이야기가 깨어나지 않아서

 

내가 밤마다 네게 불러 준

노래를 기억해

몸에서 몸으로 물려 준

감각을 기억해

 

기억해 여자여 어린 여자여

희디힌 살결에 붉은 입술을 지녔지만

언제나 독에 취해 잠을 자는 여자여

 

내 몸에 더운 무덤을 만들고

파도에 젖은 분침 소리로

내게 인사한 여자여

 

네 심장 소리를 듣고서야

알았네 왜 기억은 관절마다

둥지를 트는지 왜 나는

시효가 만료된 순간들이

검은 낯짝을 치켜들고

웅성거리는 집단거주지인지

 

피투성이 시계덩어리 심장 그게 바로 나야

 

기억해 우리에게

밤은

까마귀 날개가 창궐한 묘지란 걸

 

몰려오는 시간을 염하고 묻는

장의사이자

숙성된 뼈에 밀어를 새기는

도굴꾼이란 걸

 

여자의 시간은 멈추지 않아

여자의 시간은 흐리지 않아

 

기억해

저녁 종소리를 마시고

잉태한 나의 여자여

 

가장 숭고한 고통의 여자들의 출산의 고통에 대해 그녀는 대담하고 솔직한 시어들로 표현한다.

음미하고 곱씹어 볼수록 그녀가 느끼고 전하는 고통을 공감한다.

 

출산과 관련된 여성의 고통, 매달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통증과 이제껏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던 여성성에 대해 반성하며 되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작약>

우울이 자궁의 일이라면

난 푸른 피, 흐르지 않는 혈관에

갇혀 있는 거지

 

심장을 머리에 이고

강을 건너가네

 

슬픔이 비장脾臟의 일이라면

난 굳은 향, 불지 않는 바람에

살고 있는 거지

 

돌 아래 속눈썹을 묻고

물 위에 색이 번졌다는

 

여자가 건너가네 하늘하늘

얇은 계절이 따라가네

 

몸을 열어 황폐가 되고

노래를 불러 고혹이 되니

 

이야기가 밤의 일이라면

꽃이 염치의 일이라면

나비를 부르지 않는

그늘이 나의 일이라면

 

 

수줍음을 뜻하는 꽃말인 작약이 제목이다.

그가 느끼는 연애관을 어느 정도 공감한다.

 

연애의 과정과 결과가 여성에게 불합리하고 고통을 동반한다면 그녀는 온 몸으로 거부하고자 한다.

 

자궁이 하는 일이 우울이라면 그녀는 푸른 피, 흐르지 않는 혈관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그녀는 나비를 부르지 않는 그늘이고 싶다.

 

전반적으로 시를 지배하는 여성으로서 느껴온 불편함, 고통에 대해 되새기는 시집이다.

 

이 시집은 편하게 바로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직시해야할 내용이며 여러 번 곱씹어 보게 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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