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존엄에 대한 요구와 분노의 정치에 대하여
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의 저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교수이며 철학자, 정치경제학자이다.

자유주의와 공산주의간의 이데올로기의 대결의 역사는 자유주의의 승리로 끝났다고 주장한 <역사의 종말>이라는 책의 저자로 유명하다.

그는 한 때는 네오콘의 지지자로 신보수주의의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세계의 자유주의 승리로 인해 평화와 균형을 갖춘 민주주의 국가들의 등장할 것으로 예견한다.

민주주의는 1970년대 중반부터 세계적으로 크게 확산하기 시작했지만 이런 추세는 래리 다이아몬드의 표현대로 ‘글로벌 후퇴기’에 접어들었다.

1970년 지구상에 선거민주주의 국가는 35개에 불과했지만 이후 30년간 꾸준히 증가해 2000년대 초에는 약 120개국에 이르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추세가 역전되어 민주국가의 수가 줄어들었다.

한편 중국을 필두로 하는 권위주의 국가들은 국제 사회에서 존재감을 더 공고히 해왔다.

저자가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쓰게 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2016년 믿기 힘든 두 가지 선택 때문이다.

하나는 영국의 브렉시트 탈퇴 선거,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다.

그는 이 두 가지 사례를 두고 도저히 일어나기 힘든 이런 상황이 일어난 원인을 분석해 나간다.

가장 중요한 인간의 존엄에서부터 존엄성이 개인의 자아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그 후 존엄성의 개인주의와 민족주의 거쳐 개인정체성에서 국민정체성으로 마침내 국가정체성으로 이루어지는지 설명한다.

철학, 정치학을 전공하고 국제학 연구소에 근무한 교수님이라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혼란스러움을 대단히 통찰력 있게 분석한다.

존엄과 인정에 대한 요구, 포퓰리즘 정치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정체성의 확립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저자의 모든 말들을 새겨들을 가치가 충분하고, 책의 초반부 존엄에 관한 철학적 고찰 이후 그가 전하는 내용은 대단히 흥미롭다.

마치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저자와 함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변화를 예측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by marco-oriolesi on unsplash

[책 속으로]

인간 영혼을 구성하는 한 부분인 투모스는 존엄을 인정받으려는 열망이 비롯되는 곳이다. ‘대등 욕망(isothymia)’은 타인과 평등하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이고, ‘우월 욕망(megalothymia)’은 우월함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이다.

현대 자유민주주의의 체제는 최소한도의 평등한 존중을 지향한다고 표방하며 대체로 그 약속을 이행하는바, 이러한 평등 개념은 개인의 권리, 법치주의, 선거권 등으로 구현된다.

-12p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서문 중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우리 영혼의 한 부분인 투모스는 정체성 정치와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자신의 가치나 존엄의 평가는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인정된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자부심을 느끼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분노를 느낀다.

2010년 12월 17일 튀지니 거리에서 노점상을 하던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Mohamed Bouazizi)가 경찰에게 야채 수레를 압수당했다. 표면상으로는 무허가 노점이라는 게 이유였다. 부아지지 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그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여성 경찰관 파이다 함디(Faida Hamdi)에게 구타를 당했고, 함디는 그의 전자저울을 압수하는 것은 물론 그의 얼굴에 침까지 뱉었다. 부아지지는 항의를 제기하고 저울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관공서를 찾아갔지만 담당자는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결국 그는 휘발유를 몸에 끼얹고 “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라고 절규하면서 분실자살을 시도했다.

-82p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존엄성 혁명 중

이 사건이 아랍 전 지역에 들불처럼 퍼져나갔고 결국 ‘아랍의 봄’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남성 중심의 아랍 문화에서 부아지지가 여성 경찰관에게 구타를 당하고 침을 맞은 것은 그에게 엄청난 굴욕감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아랍의 봄’이라는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되어 튀니지, 이집트의 독재자를 물러나게 한다.

리비아, 예멘, 바레인, 시리아 등지에서도 민주화의 봉기가 일어난다.

아랍의 봄은 아랍세계에 민주화의 물결을 가져올 거라 기대되었지만, 시리아에서는 믿을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난다.

시리아 대통령인 바샤를 알아사드(Bashar al-Assad)는 퇴진을 거부하고 오히려 국민들과 전쟁을 벌여 40만명 이상을 사망하게 하고, 480만 명이 시리아에서 탈출한다.

660만 명은 시리아내 피난민이 되어 끔찍한 생활을 하게 된다.

인구 1800만 명의 시리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힘들다.

또한 시리아에서 탈출한 480만 명중 100만 명은 유럽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어 유럽 내 기저에서 꿈틀거리고 있던 이슬람 난민 문제에 도화선이 된다.

일본과 한국, 중국은 근대화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도 확고한 국민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이 나라들은 19세기에 서구 열강들이 몰려들기 전 과거부터 국민 정체성이 강했다. 이 세 나라가 20세기와 21세기 초에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의 일부는, 국제 교역과 투자에 문을 열어젖히는 동안 자신들의 정체성과 관련된 내적 질문을 해결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206p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국민 정체성 중

한국인으로서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크게 고민을 한 적이 없었던 나에게 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들의 자국 내 국민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는 지리적, 종교적, 인종적으로 상이한 부분들이 만들어내는 모자이크와 같은 나라들에게 통합을 하게 되면 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다양성의 힘이 되지만, 극복하지 못할 경우 나라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분열로 이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존중받지못하는자들을위한정치학 #프랜시스후쿠야마 #역사의종말 #이수경 #한국경제신문 #책과콩나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