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서른 살 - 찌질해도 나는 나야, 안 그래?
박도 지음 / 필름(Feelm)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박도 작가님의 솔직한 서른 살을 읽게 되었습니다.

1988년 생으로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이제 막 서른이라는 나이를 넘어 하루하루 살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스스로 찌질 하다고 생각하는 그녀.

처연한 슬픔 속에서 주위의 상황을 슬프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찌질함은 포괄적인 개념으로 어떤 자잘한 속성들을 함유한다. 소위 찌질한 사람들은 대체로 솔직하다. 표현에 능하고 기본적으로 감정을 잘 드러낸다. 그 감정들이 외부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누가 봐도 찌질한 게 티가 난다. 소심하고 목소리가 작은 사람임에도 그 사람의 감정을 타인이 알아차릴 만큼 너무나 쉽게 드러나는 것이다. -11p

 

찌질하다는 비속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 스스로 본인은 정의할 때 이보다 적합한 단어는 없다고 느낀다. 주위에 사람들에 쉽게 자기 성격을 드러내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 확실하게 표현하는 그녀.

 

이런 성향으로 직장에서도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이 곳 저 곳 직장을 옮기기도 하지한 박도는 결코 주눅 들거나 움츠려들지 않습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그녀 곁에서 그녀를 사랑하고 감싸주는 준군이라는 남자친구와 가족들의 응원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 책 솔직한 서른 살은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연들이 너무도 많이 등장합니다.

 

1997IMF를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기존의 평생직장이 무너지고 흔히 말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노동유연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비정규직이 많은 생기게 됩니다.

 

1988년 생인 그녀가 취업전선에 뛰어들 때는 이런 분위기가 고조되어 비정규직이라는 형태의 직장이 새롭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본인의 능력여부보다는 회사의 효율성을 증가를 이유로 비정규직을 전전하지만 그녀가 본인을 원인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에 익숙해져서 그 사랑에 무던해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러니 다행히도 사랑을 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별일 없는 오래된 사랑에는 사랑의 촉매제라든가 자극제가 필요하다. 나는 무미건조한 사랑을 100년간 하면서 늙기는 싫다. -30p

 

그녀는 사랑을 갈망합니다. 남자친구 준군과의 연인관계를 가진 지 7년이 되어간다고 했는데요. 익숙해져서 편안한 관계도 좋다고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처음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처럼 다시 화려하고 짜릿했던 느낌을 다시 가지고 싶어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사랑이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령 예를 들면 결혼, 출산과 같은 큰 도약대가 있으면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될 거라 응원합니다.

 

 

연애하기 훨씬 전부터 걱정했던 건 키스였다. 키스를 하면 입 냄새가 직빵으로 전달될 텐데 이를 어쩌면 좋을까. 그러던 와중에 만남 사람이 치과업계 종사자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골칫덩이였던 충치 덕에 준군을 만났다. -58p

 

자신의 어렸을 때 친구로부터 입냄새가 난다는 지적으로 그녀는 계속해서 입을 가르고 말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더러 있기 때문에 그들이 가지는 심리에 대해 이해하지만 그녀의 경우 운이 좋게도 치과종사자인 남자친구가 정확하게 그 부분에 대한 오해를 고쳐줘서 그녀는 더 이상 입을 가리고 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충치로 인한 인연이 이렇게 연결이 되다니 그녀는 분명 운이 좋은가봅니다.

 

 

나는 갑자기 집안이 어려워져서 사춘기 이후 인생의 반은 가난하게 살았다. 글을 쓰다보면 없이 산 게 묻어난다. 먹을 것에 집착하고 안 해본 일 없이 돈을 벌어봤다고 떠들거나 항상 우울해보이고 찌질한 것이 결코 부유한 사람으로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비극 속에서도 희극을 발견하는 희극인이라고, 가난해져서 더 웃겨졌다는, 말도 안 되는 말로 가난을 포장했다. -116p

 

가난에 대핸 떳떳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아버지가 IMF로 직장을 잃고 엄마는 장사를 하게 되지만 그녀의 삶은 넉넉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그녀와 동생인 고다가 아버지가 실직할 무렵 엄청나게 잘 먹었다는 부분인데요.

 

부모님 입장에서 그렇게 잘 먹는 자제들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생각해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먹고사는 게 어쩌면 인생의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고작 퇴사 후 나 혼자(+개 한 마리) 먹고살 생각만으로도 이렇게 심한하니 말이다. 딸린 식구가 세 명인 퇴사자의 삶이란 더 말할 것도 없이 지옥이었을 것이다. 나의 부모님은 그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아니, 생각할 시간이라는 게 있긴 했던 걸까. 나는 두 분께 20년 넘게 삼시 세끼를 대접해드릴 수 있을까.

퇴사해보니, 퇴직한 아빠와 엄마의 마음을 알겠다. 이제야.

서른 살이 넘어서야. 그 어려웠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260p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건 그 사람의 느낌을 공유하는 기분입니다.

박 도님이 살아오면서 기록했던 많은 일들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가난이라는 점, 친척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 친구들과 일어날 수 있는 감정들, 회사를 다니면서 부하직원으로서 상사로서 그녀가 느꼈던 감정들이 저와 일치하는 부분들이 많이 놀라기도 했는데요.

 

아련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웃음을 주었던 그녀의 일상을 응원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솔직한서른살 #박도 #필름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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