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삶
마르타 바탈랴 지음, 김정아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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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 바탈랴의 보이지 않는 삶이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을 통해 20세기 브라질을 알 수 있는 소설입니다.

자전적인 소설이고 작가의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보니 브라질의 70대 여성들이 겪어왔던 고통과 어려움이 우리네 할머니들이 겪어왔던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한 가정의 두 자매를 중심으로 그들 각자가 가정을 꾸리고 겪게 되는 이야기들, 그들 주변의 이웃들의 세세한 가정사를 통해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세밀한 인물의 묘사가 돋보이고, 그 속에서 유머를 가진 대화들, 재능을 가졌지만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가정이라는 틀에서 갇혀버린 여인들의 이야기가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독실한 카톨릭 국가인 브라질에서 여성이 임신을 하면 여성들이 암암리에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돕는 부분입니다.

 

또한 브라질의 인종에 따른 차별입니다.

브라질은 포르투칼의 페드로4세가 브라질황제와 포르투칼 국왕을 겸임을 하다 브라질와 포르투칼의 통합될 것을 우려해 포르투칼의 국왕 자리를 사임함으로써 독립국 브라질 제국이 됩니다.

 

그로 인해, 브라질은 포르투칼계, 스페인계, 독일 이태리계 백인이 50%, 백인과 원주민의 혼혈인인 물라토가 40%, 나머지 흑인과 약간의 아시아인으로 구성되는데요.

 

이런 구조의 사회에서는 얼굴의 명도가 높을수록 즉 백인과 같은 얼굴을 할수록 권한을 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설 속 기다의 남편 마르쿠스도 백인계 재벌들로 그 가족들은 그들의 부가 나눠지는 걸 원치 않아 친족 또는 가까운 4개의 성씨로 이루이진 사람들끼리 결혼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는 유전병을 야기하기도 하구요.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에우리지시와 에우리지시가 에우리지시가 아니기를 바라는 에우리지시의 일부와의 욕망의 표출과 현실과의 합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대개의 경우 여성들은 자신의 의지를 표출하기 보다는 다른 이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삶을 선택하게 됩니다.

 

일전에 읽었던 두 자매의 성장기와 일대기라는 점과 과거를 아우르는 두 자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은희경님의 새의 선물과 비슷하다고 느꼈고, 브라질 사회의 반 세기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고 나온 느낌입니다.

 

브라질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아주 흥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 등장인물 ]

 

에우리지시 구스망 : 이야기의 주인공, 포르투칼 이민자의 딸, 수학 과학 요리 재봉틀 문학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

 

기다 구스망 : 에우리지시의 언니이고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 사랑하는 이를 위해 가출 후 결혼을 한다.

 

에우리지시가 에우리지시가 아니기를 바라는 에우리지시의 일부 : 에우리지시의 또다른 자아.

 

안테노르 : 에우리지시의 남편, 브라질 중앙은행 간부, 현모양처인 아내를 꿈꾼다.

 

마루쿠스 고도이 : 기다의 남편, 재벌 가문의 친족 결혼에 환멸의 느끼고, 기다와 도피 결혼을 하지만 냉혹한 현실로 기다를 버리고 가족으로 돌아간다.

 

젤리아 : 구스망가의 이웃이고, 항상 불평과 험담을 늘어놓는 오리너구리 같은 여인.

 

[ 책 속으로 ]

 

에우리지시는 똑 부러지는 여자다. 잘 계산된 수치 몇 개만 가져다준다면 교량 하나 정도는 혼자서도 뚝딱 설계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우리지시의 두 손에 주어진 것은 더러운 팬티뿐이었다. -17p

 

이런 편한 생활은 스페인 독감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되기 시작하던 1918년 겨울에 끝났다. 처음에는 여기 한 건, 저기 한 건 정도였다. 하지만 그다음 주에는 여기 여러 건, 저기 더 여러 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10월 중순쯤 되자 리우 인구의 절반 이상이 병을 앓게 되었다. -26p

 

두 사람이 나누어 쓰는 그 집에서 안텐노르는 자기에게 허락된 공간만 오갔다. -화장실, 화장실-, 소파-식탁, 식탁-, -화장실-간이 식탁-현관 정도의 경로 외에는 가지 않았다. 자기 구역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68p

그날 밤 마르쿠스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기다는 그가 떠날 것임을 이미 눈치챘다. 그녀는 깨어 있었고, 눈을 반쯤만 뜬 채 침묵을 지켰다. 남편을 붙잡아봤자 소용없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그녀는 마르쿠스를 잃고 있었다. 그 순간은,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내리막길의 막다른 골목과도 같았다. -132p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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