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의 시간 - 서울공대 26명의 석학이 던지는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음, 이정동 프로젝트 총괄 / 지식노마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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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축적의 시간>은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관통하는 ‘화두’에 대해 적극적, 참여적으로 현재보단 미래를 주시하며, 깊이있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화두’라는 것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가들이 보유한 산업역량을 우리가 추격모방형으로 쫓아갔지만 이들에 지속적으로 앞서거나 능가하는 산업적 역량과 원천을 쌓아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심층적 분석과 고찰의 필요이다. 전후 한국은 통계 데이터를 통해 외형을 바라보면 놀라운 성과가 돋보이는 우등 성장국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바 잠재성장률이라는 잣대로 바라보면 성장 이면의 민낯이 드러난다. <축적의 시간>에서는 평소 신문 경제면에서 언급하는 구조적 문제를 좀 더 파고들어 현 경제에 대해 진단한다. 이 문제가 단순히 산술적으로 설명가능한 문제가 아니라 더 심각하고 돌이키기 힘든 ‘추세’적 문제임을 밝힌다. 단순히 대내외적 경제상황이 호전되거나 반전되어 실제 경제지표가 나아진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볼 수 없는 것이, 그리고 완벽에 가깝게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예측할 수 있는 문제가 더더욱 아니다. 그만큼 ‘추세적 위기’가 전해오는 경고음을 흘려듣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 책을 기획, 집필한 서울공대 교수진들이 필설하는 고언은 단순한 학계, 산업계의 상황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초석을 다지고 산업계를 선도한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작금에 느낀 책무와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이 책의 각 산업분야별 교수들 멘토링은 세계경제 속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과 문제의 본질로 다가서는 것에 방향키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축적의 시간>에서 서두에 밝히는 ‘국가간 산업전략의 비교’는 타경제대국의 성장전략을 요체만 잘 요약하고 있어 그에 상응해 한국의 가마우지경제와 잘 대비가 된다. 혁신을 무기로 한 미국, 제조강국 독일, 부활하는 일본, 규모의 경제 중국에 대응한 한국경제의 창조적 길을 모색하는데 그 물음을 던진다.

  한편, 한국 경제의 해법으로 곧 잘 제시되는 그릇된 고정관념 또한 우리가 제대로 인식해야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생산과 연구의 이원화(개도국에서 생산, 국내에서는 연구)는 이미 미국, 일본의 축적경험상으로 회귀되어가고 있다. 또 첨단 특허, 세계적 논문 한 편이 만 명을 먹여살린다는 말도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적용될 수가 없는 환경이라고 책은 말한다. 축적경험에 기반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그로인한 혜택이 타국이 아닌 우리나라로 향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올 초 KBS에서 방영한 <슈퍼차이나>로 강국 중국의 힘을 느꼈지만 아직도 중국이 우리나라의 생산기지 역할을 한다는 괴리된 인식은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재엔 통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고정관념들에 대해 서울공대 26인의 교수진은 대체로 공유하는 의견이 ‘개념설계의 부재’‘창조적 설계역량 부족’으로 진단한다.


  <축적의 시간>은 한국경제에 대한 걱정과 우려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인식을 기초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타국의 산업전략에 대응하는 한국의 산업전략을 떠올려보며 많은 시사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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