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국수(國手)로 일컬어지는 바둑 기사 조훈현씨가 쓴 종합에세이적 성격을 띤 책으로써 치열하게 겪었던 경험에 기반해 스스로 체득한 사고(思考)법을 현재까지 살아온 삶을 반추하는 인생시점에서(환갑을 넘어) 그 소회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네이버의 자체캐스트(방송)의 콘텐츠로 우리나라 바둑계를 이끌어온 거목으로 한국 현대바둑의 개척자 조남철, 그를 꺽고 ‘김인시대’를 연 2세대 대표기사 김인, 그 뒤를 이은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등 (계보 순順) 에 관한 포스트를 보면서 조훈현이 누구인지, 그의 유명세의 진원지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책의 첫 시작은 바둑황제(같은 일가이기도 하고 칭할만한 표현을 찾지못해 네이버에 검색을 했는데 이 칭호를 붙인 기사가 눈에 띄어서 이 표현을 사용한다 ^^;;;) 조훈현이 황금기 최정상의 자리를 맛봤던 1989년 잉창치배 당시를 회상 내지는 복기 -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생각해 보는 것 - 하는 대목이다. 20대인 우리 나이엔 초등생 1,2학년 시절에 근처 기원을 들르거나 짧게나마 바둑에 입문한 적이 있다면 조훈현과 이창호에 대한 명성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어릴 적 조훈현의 내제자(집에서 함께 숙식하며 양성한 제자) 이창호가 감수한 바둑교재로 배웠던 기억이 있다. (아래 사진)

 

 

 

 

  이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데 - 당시 15세의 나이에 4단으로 바둑황제 조훈현(9단)을 꺽고 대회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이는 세계 최연소 기록이다 - 바둑 기사가 보유한 단수가 비록 수사적이긴 하나 경험과 연륜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4단이 9단을 이긴 것은 놀라운 사건이었고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에서 저자가 언급하기도 하듯 나에게는 놀랍다. 30대 후반의 나이로 조훈현이 마흔도 채 되기 전에 10개에 가까운 타이틀을 제자 이창호에게 모두 빼앗기는 것은 바둑 - 마치 인생처럼 - 의 냉엄한 세계를 알 수 있게 해주고, 바둑인 조훈현이 오랫동안 바둑 기사로 롱런하고 바둑황제로 불릴 수 있는 (세계 최다승 1935승, 최다 타이틀 160회) 자양분 - 혹독한 시련이었지만 환갑을 넘은 인생 전체에서 본다면 자신의 말처럼 바둑황제 조훈현을 그냥 그대로 꺽이지 않고 다시 의지를 불태우며 바둑인생의 변곡점이 되게 해주는 - 인 반면교사의 경험을 주게 된 일이었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이란 책은 지금은 바둑이라는 경기가 그 인기가 시들고 있고, 오늘날 스포츠라고 인식되면서 어쩌면 다시 영광의 4,000년 역사가 무색하지 않게 국내에서 - 중국 못지않게 - 되살아 나기를 바라는 저자의 입장이 드러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중·일 삼국의 지난 근3세기의 세력(힘)의 우열에 대한 설명, 현대에 한·중·일 삼국의 바둑의 개성적 특징들에 대한 분석에 그치는 것도 아니라, 무엇보다 바둑대가 조훈현이 역정의 바둑인생을 통해 그가 얻은 승부에 대한 의지, 필승에의 의지, 그에 못지않은 근성으로 그가 말하는 ‘생각법’으로 진전하는 과정, 그 ‘생각법’의 요체를 알려준다.

 

  그 ‘생각법’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9세 때 일본으로 유학가서 함께 생활한 - 조훈현을 내제자로 삼아주었던 - 스승 세고에 겐사쿠와의 일화,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생계에 - 가난한 가정 형편 - 깨닫게 되면서 바둑을 삶의 돌파구로 삼은 결심, 이 후 바둑계의 정상에 오른 후의 여러 일화를 소개하며 바둑인 조훈현의 삶을 전달해 준다.

 

  개인적으로 한·중·일 삼국의 바둑이 각각 갖는 개성과 특징이 나의 관심 안에 들어왔는데 18세기 후반부터 불과 20세기 말까지 바둑계의 절대 강자라 할 수 있는 일본이 도(道), 예(禮)로써 바둑을 형식적 미(美)학으로 인식했다면(이른바 장고 - 오래 생각할 시간을 주는 - 바둑), 한국은 실전에 가깝게 훈련하여 일본을 넘어서고, 중국은 이러한 한국의 특징을 수용하다가 이제 21세기에는 한국을 뛰어넘어 서는 (한·중은 속기 - 제한시간이 짧아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는 - 바둑) 점에서 삼국의 바둑 특징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여러 직업 중 어느 한 직업을 선택해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지만 인생의 종착점으로 가면은 여러 수많은 직업도 한 길로 수렴된다고, 즉 인생을 일정 이상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깨닫은 인생의 정수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체감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바둑인 조훈현을 통해 인생의 중요한 조언을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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