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힘 - 중국의 부강을 이끈 11인의 리더
존 델러리 외 지음, 이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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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과 힘>중국의 근·현대사를 이루는 중요한 팩트를 지중파(知中派)인 2명의 저자가 지금까지의 학문성과를 토대로 비평을 일정 가미해서 현재의 신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 이루어진 근저를 시대적 사건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었던 중국 근·현대사 속 주요 리더 11인의 전기(傳記)를 통해 상세히 풀어낸 책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국제적으로 국가권위를 형성, 유지해왔고 - 그 기간은 무려 대제국으로서 당(唐) 이후 천년이 훌쩍 넘는 장구한 세월이다 - 그에 비롯한 고유한 문화적 전통과 국가 매커니즘(국가작동체계)와 고착된 관성 - 이는 오천년의 역사에 기반한 것이고 이는 아직 살아 꿈틀대고 있다 - 은 이미 굳어진 진리처럼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근대(19C)에 들어 서구열강에게 반식민지 상태로 전락해버리자 중국 내부에서는 ‘실용(實用)’을 기치로 자강(自强)하는 방식을 찾고자 강구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과거 찬란했던 역사와 전통은 급기야 -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하듯 - 회의(懷疑, 의심을 품음)의 대상으로 전락 - 공저자인 존 델리리와 오셀 벨에 따르면 - 되는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다.
  이상 서문에서 느낀 내 생각은 “역시 여태껏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성공적 역사를 써왔으며 찬란한 문화를 토대로 쌓아온 첨단문명의 역사가 - 한 순간에 - 중국이 반식민지로 놓이게 된 현실의 모든 바탕이 되었다는 - 유교문화까지도, 그 당시 근대 중국 지식인들을 지배했던 - 생각, 프레임이 분명 일각에 존재했고, 당시 지식인이 처한 상황은 천지개벽이 아니고서는 이 프레임을 깨뜨리기가 난공불락의 요새를 무너뜨리는 임무와 다름없었을 것 이었겠다”라는 것이었다.
  결국 당대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한 일부 지식인들의 이러한 통절한 자기인식은 비교적 정확했고 훗날 마오쩌둥이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마오쩌둥은 폭력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방식도 불사하며 중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의 본질까지 파괴하려는 계획을 수행하기에 이르렀다. 산불은 재앙적 사건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이 산불이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숲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마오쩌둥의 이러한 무자비한 정책이 후임자인 덩샤오핑에게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할 길을 열어주었는지도 모른다.  -  <돈과 힘> 中 19~20p

라는 저자들의 인식은 무척이나 와 닿는 대목이다.
  이러한 인식이 와 닿는 다면 중국의 부강을 위해 힘썼던 근대 중국의 선정된 11인의 위인들을 만나며, 앞서 얘기했듯 전통의 개혁으로 혼란했던 상황을 한층 분명하게 이해하려는 시도를 돕고 더 나아가 현재 중국이 다시금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게 한 저력을 느끼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위원-풍계분-서태후-량치차오-쑨원-천두슈-장제스-마오쩌둥-덩샤오핑-주룽지-류사오보로 이어지는 전기시리즈를 책 전개방식으로 택함으로서 중국의 근·현대사에 무지했거나 중국 고·중세사에 비해 지식의 중량감이 없다고 느꼈던 중국역사 관련한 호기심을 가진 이에게 쉽고 친절하게 낯선 역사지식을 전해준다. 그리고 이들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역사애호가에게도 신지식을 전해주며 큰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이러한 타겟이 된 독자층에 해당한다면 조심스레 이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하며, 위인이 시대적 사명을 이루려는 처절한 노력 속의 행보를 보면서 이 두툼한 책을 오늘날 당면한 시대적 과제와 결부지어서 비장하게 읽어내려 갈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책의 재미가 주는 효익을 예단해 본다.

 

 

  위원풍계분은 청말의 지식인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고 나의 경우 이렇게 학계의 연구성과를 통해 접하게 된 셈이다. 서태후는 알려졌다시피 청 황실의 몰락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한 인물이여서 이 여인에 대한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다. 량치차오(양계초)는 중국의 여타 개혁사상가들을 비롯해 일본 메이지(시대의) 본고장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기에 그 위상과 기록이 남아있다. 쑨원은 삼민주의로 현대 중국의 국부로 알려져 있고 천두슈(진독수)부터는 비교적 근세의 인물이기에 검색하면 신문화운동을 주도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장제스​, 마오쩌둥, 덩샤오핑, 주룽지, 류사오보는 그들의 영향력과 학계의 평가가 아직 저물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명성은 아직 살아있는 사람과 다름없다.

 

  이러한 나의 현재 지식범주 안에서 이 책에 대해 느낀 바를 기록으로 남겨보면 책처럼 (2015년 현재의) 중국(으로)의 변화의 시작은 (서구열강에게 문호를 개방하던 19C 청(淸)말 )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는 중국 지식인층의 다양한 백가쟁명(비록 대통은 유가사상이었지만)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서구와 한국에서 느끼는 중국사상의 진화사(進化史)의 실체적 발단은 위원과 풍계분의 삶과 이들의 시대적 환경이 다면적으로 접촉하며 탄생시킨 중국 개혁사상의 새로운 조류(내지는 사조)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위원과 풍계분이라는 인물에 대한 소견을 적어본다.
  청말(淸末) 위원과 풍계분은 ‘수치심을 느낀다면, 이를 발전의 계기로 삼아 부강과 자강의 노력을 기울여라’라는 자신들의 문명에 대한 세계사적 지위를 철저히 인식해 반성하고 새롭게 절치부심으로 나라를 일으킬 것을 주장한 인물이었다.

 

  위원은 특이한 인물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실리적인 인물로서 유교적 가치관은 가슴에, 법치·법가적 가치관은 머리(이성, 理性)에 두었지만 특히 국가에게 정책적 목소리를 낼 때에 있어서 만큼은 철저한 이성주의자로 당대(청나라 말)에 정통의 유가사상가들이 외국혐오증(중화中華)을 공연히 표현하며 서양문물을 배척·주장했는데(당연한 귀결) 위원은 이를 자신의 실리적 관점하에 재설계·재무장한 논리로 대응해 앞선 기술은 받아 들이자라고 하는 등 파격적 제시책을 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위원의 독창적 주장의 정수는 - 당시로선 급진적이랄 수 있었던 그의 입지에서 - 법가적 입장에서 오랫동안 지탱해왔고 유지되어왔던 당시 청국(淸國)의 근간을 허물어뜨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서구열강의 기술을 과감히 도입하자”라는 주장으로써 선경지명이 엿보였다는데 인상적이었다.
  풍계분 또한 특이한 인물 - 저력의 인물이기도 하다 - 인데, 명문가의 자제이지만 기술, 어학 등 실용적 학문에 대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유연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이러한 입장을 형성한 계기는 우연인지, 개연성이 있는 건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상하이항(아편전쟁 후 생긴 조약항 중 한 곳)의 외국인 거류지를 가서 서양인의 생활모습을 접한 것이었다. 풍계분에게서 느낀 점은 오늘날 현대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등 전 분야에서 행하는 전략적 행태들이 당시 풍계분이 제안한 개혁안에서 제시한 태도와 판박이라는 점이다. 19C, 20C중반사이의 지난했던 역사에서 겪은 과오를 다시 겪지 않겠다는 절박하고, 한편으론 주도면밀하고 체계적인 전략적 실행모습이 이런 풍계분의 머리 속 구상에서 비롯되어 배태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니 실로 ‘부강(富强)’을 향한 중국의 의지와 집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위원과 풍계분에 대한 인상과 감상을 길게 적는 것은 이들의 삶의 방식은 이후 중국인들의 삶의 전형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고, 이들의 삶의 내적 변화(사상적 변화)는 앞으로 벌어지는 중국(청나라)의 명운과 같아 다른 9인의 리더의 삶의 궤적(사상적 변화)과 유사한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서태후에 대한 인식은 당시 서방과 중국의 소통을 전하던 유일한 창구였던 한 인물이 객관성을 잃고 편향된 관점에서 그녀를 묘사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쩌면 서태후 시기는 청말의 격변의 시기였었고 그녀는 패착할 큰 실책은 저지르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는 견해이다. 그렇다면 그녀 아래에 실권을 부여받은 이홍장이 주도하게 된 ‘자강(自强)’운동이 중앙집권적으로 구조화 되지 못했고,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이 하나로 일체(一元化)가 되지 못해 성(省)단위로 분산되어 진행되는데 그쳤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서태후가 과시용 호화궁을 짓고자 무리한 재정지출을 한 점은 여러 면에서 실책이긴 하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흥미 있었던 인물은 읽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돈과 힘>에서 나 개인적으론 관심을 끈 인물은 량치차오(양계초)였다. 왜냐하면 량치차오가 없었다면 유신(維新)을 추구하는 변법적 사상가외에도 대(對)대중지식인이나 신청년들이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대표적 인물이 쑨원, 천두슈, 장제스, 마오쩌둥 등이다.

 

  쑨원은 청왕조를 무너뜨려서 만주족의 지배로부터 한족을 구원한 것은 현대 중국 탄생의 큰 공과로 볼 수 있으나 <돈과 힘>에서 그의 정치적 수완은 크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 듯하다.

 

  천두슈(진독수)에게 받은 인상은 그가 『신청년』에서 밝힌 논조를 보면 그 느낌이 다가올 듯 하다. 

 

 “비판자들은 이 잡지(신청년)가 유교 사상을 파괴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혐의는 인정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무죄다. 우리가 설사 그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민주주의씨(氏)와 과학씨(氏)라는 두 신사(gentleman)를 지지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민주주의씨를 옹호하려면 유교 사상, 의례, 전통 윤리, 구식 정치구조 등을 저버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과학씨를 수용하려면 전통적 종교와 예술에 반대할 수 밖에 없다.”    -  <돈의 힘> 中 219p

 

 

  장제스에 대한 평가는 그가 집권 초기 192년대말부터 1930년대 초중반에 “황금의 시기”라고 불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리 후한 평가는 주지 않는다. 장제스 말년에 타이완으로 패퇴해간 (정확히는 망명해 정부수립) 시기를 두고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것은 특기할 만 하지만 한 때 중국대륙을 호령했던 그가 대륙 동남쪽의 한낱 섬에 갇혀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평가의 바탕인 것이다.

 

  마오쩌둥덩샤오핑을 통해서는 그들의 개인적 동기에서 발원한 시대를 바꾸는 커다란 의지와 실행력이 부각되었다. 마오쩌둥에 대해서는 그의 공과에 대해 철저히 통계적 자료, 패권적인 미국적 시각을 반영해 그의 사상을 분석해내는 저자의 수완이 돋보였다. 한편 덩샤오핑에 대해서는 인물의 면면외에도 덩샤오핑이 나락에서 다시 권력의 정점에 오르고 화궈펑과의 대결에서 승리해 공산당 최고지도자가 된 후, 서구적 시각에서 그와 대척점에 있다고 보는 웨이징성(팡리즈는 논외로 하고) 의 주장에 취하는 태도가 흥미진진한 중국 현대사의 일면이었다. 비극적인 결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사건에 맞물렸던 ‘4대 현대화(농업,공업,과학기술,국방의 현대화)’와 ‘제5의 현대화(민주주의)’간의 대립적 구도중국인이 항상 스스로를 똑바로 진단하면서 내린 결론인 “초창기 중국의 근대화 운동이 거듭 실패한 것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중국은 (중국인의 의식수준을 고도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중론인 점을 고려할 때) 대중의 무질서를 용인할 여력이 없다.”에서 알 수 있는 중국 대중의 평균 의식수준의 하방경직성과 비교하면 크게 놀랄만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돈의 힘>에서 주목한 부분은 덩샤오핑의 업적에 대해 마오쩌둥과 비교한 점이다.

 

    ​덩샤오핑은 중국 전통이나 문화적 정체성 같은 문제는 도외시했다. 그러나 중국의 새로운 정치체제의 핵심, 즉 공산당 원칙은 철저히 견지했다. 인류평등주의와 사회복지 같은 사회주의의 꿈은 밀어두었으나 레닌주의의 핵심 원칙인 일당독재 개념은 고수했다. 덩샤오핑은 신인류평등주의와 국가자본주의를 혼합한 ‘신약(新藥)’으로 마오쩌둥주의라는 치명적 ‘특효약’의 굴레를 쓴 중국을 구해냈다.   -  <돈의 힘> 中  442p

 

  나머지 두 인물 주룽지류사오보에 대해서는 아직 생존인물이기 때문에 생략한다.

 

 

  책에 등장하는 11인의 시대적 환경이자 삶의 배경은 알다시피 격동의 시대였기에 이 시기 11인의 지도자들은 이 시기 중국의 굴곡의 역사처럼 인물 자신의 질곡의 삶 속에서 지향하는 목표가 혼란을 겪기도 하고 시대의 흐름에 영향을 받아 급변하기도 했다. 대표적 인물이 천두슈(진독수)다. 저자의 표현처럼 형상기억합금처럼 공산주의에서 자유민주주의로, 전통 유교로 회귀한다. 그리고 다른 인물들도 정도의 차이이지 상당한 사상적 입장의 변화를 겪었다. 이 점은 11인의 전기가 읽는 독자 우리들에게 생생하고 귀중한 보물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나라를 잃을 국난의 처지에서, 그 고난과 시련의 세월에서 단단히 단련된 이들 11인 인물의 격랑의 삶은 오늘날 우리의 임무이자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방향과 마음가짐을 갖추는데 커다란 이정표가 되어 국가의 부강을 꿈꾸고 우리나라가 좀 더 나은 나라가 되게하려는 우리의 노력의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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