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차이나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KBS <슈퍼차이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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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힘13억의 인구의 힘이라는 말이 대신 말해준다. 마오쩌둥은 인다역량대(人多力量大)라고 하며 사람이 많으면 국가역량이 극대화된다고 보았고, 이는 중국의 노동력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고자 한 마오쩌둥의 기획에 의해 실현되었다.
  세계 각국은 값싸게 중국인의 노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중국의 노동자는 가난에서 벗어나면서 소비자로 변모했다. 이 소비자로서의 노동자는 13억 인구의 힘과 13억 명의 내수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의 단초가 열린 것이다. 그리고 성장에 있어 중요한 관건은 거대 인구의 일자리 확보와 고용이 유지되는가 였는데, 앞서 말했듯 값싼 노동력으로 만든 상품을 판다는 전략을 내 거는 수출무역대국을 지향한 것은 신의 한 수인 것이었다.


  ‘슈퍼차이나’는 방송 이후, 일각에서 중국의 밝은 부분과 중국의 낙관적 미래만을 주로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는 ‘슈퍼차이나’에 자문으로 참여한 외국 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서 비판을 상쇄할만한 여지를 찾아볼 수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아르헨티나가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국에서 고작 세계 3위의 콩 수출국으로 전락한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책은 중국이 해외 트렌드에 기민한 태도를 보이며 자국의 산업지형도를 바꾸는 발빠른 움직임을 잘 보여주는데 그 예가 세계의 차밭이었던 윈난성이 커피 재배지로 변한 것이다. 현재로선 현지 지역민의 생활형편을 보다 나아지게 한 점이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13억 인구의 힘을 다룬 챕터를 지나 차이나머니를 다룬 챕터를 보면 중국의 경제파워가 여실히 드러난다. 차이나머니의 근원은 중국인의 저축에 있다. 중국에서는 저축률이 50%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저축률이 상당히 높은 이유 중의 하나는 중국정부에서는 국내 투자를 제한하고 규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 국영기업은 중국인 전체의 예금액이라는 넉넉히 장착된 머니 실탄으로 자본조달이 용이하다.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중국정부 산하 기업이 이 실탄으로 돈을 벌든, 잃든 지는 큰 문제가 될 것이고, 그리고 만약 번다고 하더라도 인민들에게 반대급부로 그 이익의 과실을 제대로 분배하는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인민의 원성을 샀을 때엔 중국의 뇌관인 부의 양극화 등으로 비화될 우려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여하튼 이쯤에서 개인적 견해는 각설하고... 차이나머니의 한 사례로 자원을 두고서 이미 전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내용을 읽으면 세계 속에서 영동적으로, 그리고 활발하게 대처하며 국민으로서 전력투구를 다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팍스시니카(Pax sinica)로 표현되는 중국 중심의, 중국이 세계패권국가로 올라서는 미래는 그 과정을 떠올려 본다면 우리나라가 지정학적 요인에 기인하는 바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주동작위(主動作爲)’ 기조 미·중간 대결구도와 더불어 중국 주변국들의 대(對) 중국 관계에 큰 변화와 영향을 줄 것으로도 본다.


  중국의 다양한 기후와 지형·지질은 그것에서 비롯한 천연자원, 생물자원 등의 다양성을 낳으면서 중국을 실로 부강하게, 윤택하게 만든다. 책에서 언급하는

 한 나라의 산업 구조는 그 발전 단계에 따라, 또는 비교우위에 의해 몇 가지 분야에 집중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북방 지역은 농업 생산, 동부 연해 지역은 제조업, 서부 지역은 에너지 산업, 남방 지역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기묘한 지형으로 인해 3차 산업인 관광산업의 발전을 가져왔다. 지역별로 다양한 산업이 고르게 발전한 것이다. 이로써 중국 대륙은 진정한 패권국가에 요구되는 자급 시스템을 갖추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종합적인 산업 포트폴리오를 꾸린 셈이다.”

라는 대목은 퍽 공감이 갔다. 그리고 특히 ‘물류혁명으로 변화하는 대륙’, ‘교통혁명으로 젋어지는 중국의 경제권’이라는 텍스트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일대’ 및 신실크로드 전략과 맞물려 동부 연안의 발전과 파급력을 서부로 향하게 하는 전략과 중국전역 균형개발, 전국의 도시화 전략 하에 낙후된 서부를 대개발하고, 도농간 격차를 해소하는 등의 정책 수립이 양날 검으로써 중국이 슈퍼차이나로서의 위상을 확산시킬 가능성을 두고 그 성패를 좌우할 중대 사안이 될 것임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끄는 대목이었다. 또 3,500조원에 달하는 지방정부의 부채는 이러한 중국 내부의 대변화 과정에 뇌관이 될 요소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교통인프라 구축으로 지역간 네트워크 형성을 추구한다는 점, 4횡4종의 ‘고속철도사업’을 추진하는 점은 중국의 무한한 가능성을 함축하는 모양새다.

 

  소프트파워 면에서는 전 세계로 확대일로에 있는 공자학원과 국영방송(엄밀히 말하면 당영黨營방송)인 CCTV의 확산을 보자 중국정부의 추진력에 놀랐고 한데 똘똘 뭉친 중국인의 자존감을 새삼 되새길 수 있었다. 최근 중국의 부상(浮上)과 함께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을 매우 잘 이해해서 활용하는 국가 중 하나가 중국이라는 점도 느꼈다. 국가 간에 직접적인 충돌에 이르지 않는 방편으로 인식하면서 간접적 영향력을 최대한 행사하고자 의도하고, 하드(hard, 딱딱)한 힘이 주는 정치의 거부감을 최소화해 자연스러운 설득의 힘(설득력)을 퍼뜨리고자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 리더십 챕터의 도입부분을 읽으면 공감이 가는 대목이 나온다. 바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정치체제의 공존이 기묘하고”와 이를 어떻게 이해할지에 대한 물음에서였다. 나 개인적으론 이러한 ‘중국의 이원(二元)체계’가 중국이 보여주었던 최강대국으로서의 유구한 전통과 역사가 근저에 있는데서 비롯된 저력이자 자존심, 결의의 태도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이원체계가 언제까지나 지속되진 않을진대, 다만 중국이 다시금 최강대국으로의 지위를 탈환하기 전까지 큰 고난은 있을지언정 실패하진 않을 거라고 말이다. 한편 이 책에서는 이 이원체계의 핵심동력이자 심장부로 일컫는 대상이 중국 공산당이고 이러한 공산당의 프레임을 중심에 두고 궁금증과 논의를 풀어간다. <슈퍼차이나>는 공산당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진화한다고 그 해답을 제시한다. 이를 생생히 증명하는 사례 중 하나가 2001년 자본가의 공산당 입당을 허용하는 ‘삼개대표론’이다. 그리고 또 ‘집체학습’으로 공산당 실세 50여 명이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공부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산당의 밝은 면 외에 어두운 면도 공존하고 있다. 당관료의 부정부패나 수많은 인민의 희생을 딛고 얻은 경제성장의 측면이다.
  마지막으로 이 대목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중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계층 간의 불평등, 도시와 농촌 간의 불평등, 무호적자(헤이하이즈) 등 다각도로 산재해 있는 불평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어느 사회이든 다층적인 불균형을 그대로 안고서는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슈퍼차이나>를 통해 중국의 현재를 바로 알고, 감히 중국의 미래도 그려보는 시간을 갖게 될 수 있었다. 많은 시사점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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