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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ㅣ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평점 :
이 책은 유쾌하면서도 짧지만 강한 지적 임팩트를 주는 이야깃거리로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바로 ‘신’이라는 현대인에게 그 존재유무의 논쟁을 넘어서서 - 경외의 대상에서 이젠 존재에 대한 무덤덤한 인정에 불과하게 된, 그리고 지극히 관념성을 띤 개념으로만 인식하고 (과학적 사고의 진보로 기인한) 이분법적 사고로 경직된 사고체계에서는 더 이상 그 존재감이 무색해진, 이러한 일단의 논리가 단정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 그 위상이 퇴보는 아니더라도 분명 순(+)긍정의 방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는 대상이라고는 할 수는 없는, 추상적이고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의 대표물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한스 라트의 전공인 철학, 문학, 심리학이 한껏 스토리 속에 잘 녹아든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전반부의 주인공 야콥과 자칭 ‘신’이라는 아벨과의 만남과 상담부터 후반부의 빠른 전개가 압권인 - 주인공 야콥을 중심으로 한 야콥과 관련한 주변 인물들과의 - 관계사史까지 ‘신’을 끌어들여 다소 극적인 구성을 취한다. 프랑스의 지성인인 철학자 볼테르가 ‘신’의 역할론을 제시한 바 “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라고 하는 데서 느낄 수 있듯, 극중 주인공 야콥이 느끼는 신에 대한 감정과 책을 읽는 일반인 ‘우리’가 느끼는 ‘신’에게 바라는 바람을 합치시키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저자가 문학서가 주는 선善의 메시지를 책 전체를 통해서 일관되게 전할 뿐만 아니라 전, 후반부 각각 다른 메시지를 주는 다층적 주제 전달방식을 통해서 풍부한 지적 욕구를 달성케 해준다. 전반부는 책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유머러스한 인물간 대화를 간결하게 표현하면서 ‘신’에 대한 세태의 현실인식을 여실히 드러내 무거운 주제를 희화화해서 작품 주제를 승화시키고 있다. 후반부는 야콥 인생에 등장하는 여러 관계된 인물들을 아벨의 이적을 통한 신적 섭리로 간주될 만한 관계의 발전, 진화와 결연結緣으로 서사적 작업의 매듭을 완성함으로써 가족,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소주제를 형성했다.
철학, 신학은 독일, 문화, 예술은 프랑스, 과학, 경제학은 영국에서 각기 특기할 수 있듯이 이 책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는 철학적으로 ‘신’을 논하는 작업을 독자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작作의 의의가 있고, 그 속에서 문학적으로 간과할 수 있는 인간적 정情과 유대, 사랑도 부족하지 않게 소주제로 다루어 주었다는 점에서, 독일문학적 특유의 철학적 사고와, 문학적 사고의 양면이 동전의 앞, 뒤처럼 한 몸이 되어 표현된 유쾌하면서도 경박하진 않은 신선하지만 낯설지 않은 작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