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의 인문학 -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세상을 보는 법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시드페이퍼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저자 알렉산드라 호로비츠는 가족구성원(아들과 반려견)과 11명의 전문가와 함께 가벼운 산책을 하고 남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달리 바라보면서 평소 독자들이 품는 일상의 의문들이나 좀 더 전문가가 되어야 인식할 수 있는 일상 속의 조화된 생활의 일부분을 세밀히, 촘촘하게 바라보는 나름 길다고 볼 수 없는 제한된 시간에 일련의 경험을 수행을 한다.

 

  관찰의 인문학에서 저자가 전제하고 있는 것은 어디서나 통용되는, 매우 밝고 긍정적인 시각이다. 이 것을 좀더 확대 해석하면 인간은 각기 품성이 있고 누구나 자신이 타인(또는 존재와 타존재 사이)과는 달리 보유한 특별한 재주가 있다는 마인드이다. 이 것을 오늘날 사회에 대입해보면 개성과 특화 전략으로도 연결시켜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개인들에게 있어 자신만의 특장점을 기르고, 이것을 타인이 주목할 수 있게 하고, 주체가 당위적으로 계발해 나가는 데에서 이 책의 매력을 느꼈다. 조금 책의 방향과 벗어나는 것 같은데, 이런저런 직업이 신선한 느낌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 나 나름의 느낀 바이고, 가끔 생각하곤 했던 한 직업의 대가가 되는데 있어 오랜 시간 축적해야 할 지식, 가치관의 형성과정(연륜), 대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다양한 직업의 대가가 바라보는 대상을 저자에게 설명하고, 느낌을 공유해서 표현하는 것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동향에 대해 감각적으로 무딘 편이고, 사회를 보는 능력이 부족해서 우둔한 나로서는 저자가 기획한 실험, 연대관찰, 환경관찰, 현장경험을 통해 전해주는 지식과 지식통로가 되는 방법론은 퍽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본인의 전공에 다소 동떨어진 분야에 대해서도 주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검증된 객관적 사실에 비롯한 분석을 수행한다. 그리고 거기에 시공간적 설명을 덧붙이면서 이해를 돕는다. 이 또한 작가의 전공은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바라보는 대상이 바뀜에 따라 다소 전문적인, 실험이나 경험된 케이스에서 도출한 팩트들을 통해 준비된 부연설명을 해준다.

 

  작가와 동반하는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삶의 필수 공간으로 파고들며, 현장중심의 연구과정을 통해 일상과 따로 떼어내지 않고 관찰대상을 찾는다. 달리 표현하면 평시에는 느끼지 못한 것을 일각의 전문가와 함께 대화와 공감하는 사유를 통해 사물의 원리를 하나하나 풀어가고 자신을 되돌아보는데, 이렇게 사물해체와 성찰이라는 각기 다른 지향점을 가진 행위를 한 데 수렴해 가는 인문적 통찰의 사유의 과정을 전해준다. 더하여 이 과정 속에 작가의 관찰의 시선에는 인간미가 물씬 배여 있다.

  매우 사견적인 부언이지만, 작가가 만나는 다양한 직업(예를 들어 타이포그라퍼)을 가진 동반자, 이들이 가진 생소하며 디테일하게 세분화된 직업명에서 받는 첫 인상은 지식체계가 고도로 정립되어 오늘날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들, 각계의 전문가를 요구하는 사회적 핵심이슈에 대응해 처리하는 사안들이 산재해 있다는 현실을 떠올렸을 때 흥미를 유발하고, 시선을 끄는 부분이다. 
 
  그리고 단지 다양한 지식을 유창하게 설명한다는 것으로 저자의 의도를 설명하기엔 부족할지 모른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개념을 정립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저자는 인지과정의 고찰에 근거하고 정서적으로 긴밀하면서, 일반적, 지극히 상식적인 마인드로 우리가 흔히 마주칠 일상의 환경을 특별히 의식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채 자연스레 걸어가며 사유한다. 불필요하게 힘이 들어가거나, 또는 그렇게 경직되거나 하지 않는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어린 아이가 음식을 섭취할 때 술술 음식물을 넘길 수 있을 만큼의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11번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와 밀접하게 닿아있고 매일 걷는 길 거리에서 마주치는 것들을 마주해서 평소 눈에 보이지 않던 대상을 발견하게 해주고, 새롭게 시선을 던지는 일과 그러한 시도에 어색하지 않는 사유를 촉진하는 데 좋은 바탕을 다져준다. 당장 눈에 띄는 관찰력을 갖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기존의 느낀 주변의 다양한 대상의 존재감들이 심장이 두근거리 듯 지속적으로 은은하게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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