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따라 집으로 - 바다거북을 위해 마을을 변화시킨 어린이들 이야기, 2022 우수과학도서 선정
필리프 쿠스토.데버라 홉킨슨 지음, 메일로 소 그림, 장혜진 옮김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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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아이들과 환경과 생태 관련 수업을 한다. 전에는 플라스틱 섬 이야기만 들어도 아이들은 무척 놀라워하고 심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미세플라스틱, 전자쓰레기, 패스트패션 산업에 따른 옷 쓰레기까지 심각한 내용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달력을 보면 환경과 관련된 기념이 숫자가 꽤 많다. 지구의 날, 지구를 위한 한 시간의 날, 해양의 날, 물의 날 등등. 이러다 1년 365일이 모두 환경과 생태에 관련된 경각심을 갖는 날이 될 거 같다.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알게되고 관련 기념일을 많이 알게 되며 아는건 좀 많아졌다. 하지만 늘 ‘어떻게?’와 ‘무엇을?’ 앞에서 막막해지고 허둥댄다. 아는 것만으로도 됐다고,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 세계시민의 태도를 갖췄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건 그냥 자기 위안일 뿐이다. 물론 모르는 것 보다는 아는게 좋다. 알면 적어도 몰라서 하던 행동은 조금 멈출 수 있다. 그런데 그러고나서도 삶의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죄책감만 커진다. 그러면서 ‘나 혼자 좀 조심한다고 뭐가 달라져.’ 하는 낭패감과 자기 합리화를 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 속의 아이들은 행동을 했다. 그 행동의 시작은 ‘지역 사회 활동’이라는 학급 프로젝트였다. 마침 바다거북이 사는 마을의 아이들이었으니까 이럴 수 있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또한 이런 수업이 없었다면 아이들은 관심있게 살펴보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세울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 거다.
<트레버>라는 책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라는 영화로 더 알려져 있는 책이다. 그 책에도 사회과 프로젝트 수업이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실천을 이끌어내어 아이가 세상의 변화를 경험한다.
이 책 속의 아이들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과정과 결과는 결코 작은 성취가 아니다. 트레버 주인공의 성취도 그랬다. 그 시작은 미약했지만 창대한 결과를 가져온 예들이다. 하지만 창대한 결과를 만들지 않더라도 작은 성취감을 가져볼 기회를 가져본다면 그때부터 달력 속 기념일과 지식으로만 머물던 환경생태 문제는 삶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가슴이 뛴다. 아이들에게 ‘우리 반 프로젝트 ~ 환경생태 문제, 지역 사회 활동’을 던져 놓고 찾기, 계획 세우기, 행동하기, 알리기, 돌아보기를 해보고 싶어진다. 작은 실천과 노력이 나와 아이들의 삶의 어떤 부분을 변하게 할지 기대가 된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이 책이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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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자라면 핑거그림책 9
소피 라구나 지음, 주디 왓슨 그림, 황유진 옮김 / 핑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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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친구이자 최고의 경쟁자 형제
~ <네가 자라면> 소피 라구나 글, 주디 왓슨 그림, 황유진 옮김

‘형제’, ‘자매’, ‘남매’라는 말처럼 애증이 복잡한 게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일 수도 있지만 그 누구보다고 가장 큰 경쟁상대이기도 하다. 동생들이 태어나 가장 처음 겪는 절망이 자신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먼저 태어난 형제들의 나이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때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부모에게 말할 수 없는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상대도 동기고, 또래 친구들처럼 나의 치부를 굳이 가리며 말할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존재가 바로 형제, 자매, 남매다.
요즘은 한 아이 가정이 많다. 해마다 차이는 좀 있지만 학급의 절반 정도는 한 아이 가정인 듯 하다. 나보고도 다시 결혼 초로 돌아가라 한다면 둘을 낳았을까? 한 아이 가정의 아이들은 극과 극의 성향을 보인다. 어떤 친구들은 아주 예의바르고 성숙해 보이고, 어떤 친구들은 또래보다 배려심이나 참을성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두 아이나 세 아이 가정의 아이들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오가며 상황에 맞는 정도를 찾는거 같은데 한 아이 가정의 아이들은 어느 한 쪽에 머물러 있는 듯 보인다. 이 또한 편견일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내가 본 아이들의 경향이 그렇다는 거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화자는 동생을 무척 기다렸나 보다. 앤서니 브라운의 <달라질 거야>를 보면 동생을 낳으러 간 부모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가 무척 긴장하여 집 안의 모든 물건들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책 속의 아이는 잠만 자고 우유만 먹는 동생이 어서 크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동생이 자라면 하고 싶은게 참 많은 형이다. 이미 동생이 자라는 정도에 따라 함께 할 일이 순서대로 꽉 짜여있다. 금색 왕관을 쓴 형과 붉은색 왕관을 쓴 동생은 둘만으로도 세상이 충분해보인다. 숲으로, 바닷가로, 그리고 또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그러다 어느 한 쪽, 혹은 둘 다 위험에 처하면 먼저 손을 뻗어서 서로를 불러 줄 이도 둘 뿐이다. 그들은 형제니까.
그들이 함께 할 세상을 그린 장면들 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답다. 요람에서 잠만 자고 우유만 먹는 동생이 빨리 자라서 형과 이 환상적인 장면 속을 진짜 다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동생이 자라며 형이 하는 일을 방해하고, 형이 받던 부모님 사랑을 좀 더 차지하고, 형이 독차지하던 장난감을 나눠 써야 할 때도 지금 자는 어린 동생을 바라보며 소원하는 이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생은 곧 자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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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핑거그림책 8
조미자 지음 / 핑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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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용기있게 떠나는 모험>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선뜻 읽지 못하는 책들도 있다. 어떤 건 어려워서 못 읽기도 하지만 어떤건 책 속에서 만날 사건과 상황을 내가 감당하지 못할 거 같아 펼치기 어려운 책이 있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딘가의 틈을 열어보는 표정들이 꼭 그래 보인다. 궁금하긴 한데 열어보기가 너무도 두려운 그런 세계를 엿보는 모습이다. 면지는 그냥 사막 같다. 그런데 뒷면지는 노을이 지는 사막에 어떤 동물이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 동물은 어디서 나왔으며 어디로 가는 걸까? 그리고 파랗던 하늘이 노을빛으로 변하는 동안 그림책 치고는 꽤 두둠한 이 책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진걸까? 면지의 변화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열어본다.
‘용기 우리들의 날개를 달고 책 속으로’ 라고 적힌 페이지가 등장한다. 이 책을 보려면 용기를 특별히 내야 하나? 외계 생물이나 낯선 동식물,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상상의 동물이 형상화 된것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내 입장에서 용기를 내고 책을 보라는 이 말은 꽤 높은 진입장벽이다. 하지만 정말 용기를 내고 넘겨본다.
열쌍도 넘는 눈이 선명한 노란색 바지를 입고 같은색 책을 들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다. 이 눈들은 외부의 눈일까? 아니면 아이의 마음의 눈들이 떠지는 모습일까? 한 장을 더 넘겨보니 비로소 아이가 책이 가득한 서가 앞에 서 있다. 이 아이는 어떤 책을 고르고, 그 책 속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속표지까지 오는데도 이렇게 궁금해지는게 많으니 책 속으로 들어간 다음은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겠는가?
이 책은 일반적인 그림책보다 쪽 수가 많다. 조미자 작가님 특유의 선명한 색감과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선들이 속도있게 내달리는 그림들이 주로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한 번씩 제법 긴 문장들이 호흡을 가다듬게 하기도 한다. 보라색 망토와 붉은색 망토를 입은 망토 남매와 함께 책 속으로 길을 나선 주인공에겐 망토가 없다. 하지만 기꺼이 용기를 내서 망토 남매와 모험을 떠난다.
책을 읽다보면 그렇게 된다. 어느새 책 속 주인공들과 하나가 되어 이야기 속에 나도 함께 하고 있다. 슬픈 책을 읽으면 눈물을 흘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이 있는 책을 읽으면 마치 함께 그 일을 겪은 듯 손에 땀이 나거나 몸이 뻐근해진다. 분명 책 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이라 실재가 아님을 알고 있는데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심호흡을 깊게 하는 책을 볼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책장을 넘기는 용기다. 용기를 내서 그걸 다 해냈을 때 받는 선물은 무엇일까? 나는 그런 책들을 통해 무슨 선물을 받았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책 속으로’는 대화나 스토리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다양한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책이다. 용기를 내서 책 속으로 뛰어들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서로 들려주면 더 재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자 이제 ‘책 속으로’ 뛰어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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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그림책 수업 - 한 해의 주제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들을 위한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지음 / 교육과실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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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그림책 수업의 결정판 <초등 그림책 수업>

학기초에 ‘생활 교육 프로젝트’를 길게 하는 편이다. 1년 동안 함께 지킬 마음과 태도, 학습 습관 등을 여러 교과와 연결지어 1달 여 정도 하고 나면 함께 살아갈 가치와 태도가 어느정도 만들어진다. 그 기간 동안 가장 많은 도움을 주는 건 역시 그림책이다. 자존감, 용기, 우정, 가치로운 삶, 말하기, 발표 등 그 어디에도 그림책과 함께하면 아이들은 훨씬 깊게 그 의미를 받아들인다.
그런 수업을 할 때 정말 멋진 길잡이가 될 책이 바로 <초등 그림책 수업>이다. 9분의 초등 선생님들이 쓰신 이 책은 한 꼭지 한 꼭지가 정말 보석같다. 달마다 만나는 주제 수업과 범교과 주제 수업으로 크게 두 파트로 나눈 후 각 파트별로 또 세분화해서 책을 고르고 관련 활동을 소개하고 거기에 함께 읽을 책 목록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이 책을 읽으며 벌써 몇 가지 수업 아이디어를 1학기 수업 내용에 넣었다.
특히 새로운 책들이 많이 소개되어 ‘그 수업엔 그 책’ 하고 자동으로 연결되던 틀을 넘어선 것이 신선하고 도움이 많이 되었으며 온라인 도구들을 활용한 수업 활동들도 다양하게 나와 불시에 생기는 원격학습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고등학교와 성인까지도 그림책으로 수업을 하고 만남을 이어가는 요즘에 초등에서 그림책 수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 필수 상황에 정말 유용한 길라잡이로 이 책이 나와서 정말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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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를 읽은 아기 오리 삼 남매 햇살그림책 (봄볕) 49
곽민수 지음, 조미자 그림 / 봄볕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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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조가 아닌 오리인 내가 좋아!!

~ <미운 오리 새끼를 읽은 아기 오리 삼 남매> 곽민수 글, 조미자 그림, 봄볕

 

7살 여름에 개에게 물린 적이 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국군통합병원에 데리고 다니셨다. 그 병원에는 대령 계급장을 단 멋진 여군이 한 분 계셨다. 그 분은 나를 보며 자기 딸로 삼고 싶다고 했다. 자기 집에 와서 살면 매일 우유로 세수 시키고 예쁜 옷 입혀주고 우리 집에는 1주일에 한 번씩 가게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말하자면 수양딸 같은 걸 삼고 싶으셨던 거다. 아버지는 당연히 거절하셨다. 하지만 내가 말을 안 들을때마다 그 분에게 보낸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처음엔 그 말이 그렇게 싫고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크니까 그 말이 생각날 때도 있었다. 셋방에 군인 하사관의 딸로 사는 것보다 대령 아줌마를 엄마삼아 사는게 더 근사할거라는 생각말이다. 만약 그때 내가 그 집에 가서 살겠다고 했다면 부모님은 어찌 생각하셨을까?

<미운 오리 새끼를 읽은 아기 오리 삼 남매>를 읽으니 뜬금없이 어릴적 그 상황이 떠오른다. 내 마음 속에 지금의 나보다 근사한 내가 되고 싶고,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있어서였겠지.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혼나거나 다른 아이들보다 자신이 대접을 잘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현재 부모님은 잠시 맡아 기르시는 분이고 더 근사한 분이 진짜 부모님일거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초라한 내가 아니라 원래 더 멋진 존재였을 거라고 생각하는 시기가 있다.

미운 오리 새끼가 실제는 백조였다는 옛이야기를 읽은 새끼 오리들도 그런 꿈을 꾼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꿈을 바로 깨버린다. 진짜 새끼 백조가 새끼 오리와 새끼 백조가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를 온 몸으로 보여준다. 달콤한 꿈에서 바로 현실로 돌아온 오리들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던 고양이라는 위기 상황까지 만난다. 셋은 힘을 합쳐 고양이를 물리치고 새끼 오리들은 백조가 아니더라도 오리 자체로도 멋지게 살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갖게된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건 아기 오리를 삼 남매로 설정한 것과 각각의 오리 캐릭터 그림이다. 오리 삼 남매의 캐릭터가 그림으로 정말 잘 살아있다. 거기에 각각 특징있는 이름과 소리까지. 패러디 그림책은 그 시대의 가치를 반영해서 다시 써질 때 이유있는 패러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원전을 비틀어 삼 남매라는 설정으로 바꾸고, 꼭 백조가 아니어도 괜찮은, 지금 나로서 충분하다는 걸 보여준 점에서 안데르센과는 또 다른 이 시대의 나다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리면 어때가 아니라 오리라서 더 좋은 삶을 사는 아기 오리 삼 남매를 응원한다. 내가 대령의 수양딸이 아니라 하사관 군인의 딸로도 충분히 좋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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