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용기있게 떠나는 모험>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선뜻 읽지 못하는 책들도 있다. 어떤 건 어려워서 못 읽기도 하지만 어떤건 책 속에서 만날 사건과 상황을 내가 감당하지 못할 거 같아 펼치기 어려운 책이 있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딘가의 틈을 열어보는 표정들이 꼭 그래 보인다. 궁금하긴 한데 열어보기가 너무도 두려운 그런 세계를 엿보는 모습이다. 면지는 그냥 사막 같다. 그런데 뒷면지는 노을이 지는 사막에 어떤 동물이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 동물은 어디서 나왔으며 어디로 가는 걸까? 그리고 파랗던 하늘이 노을빛으로 변하는 동안 그림책 치고는 꽤 두둠한 이 책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진걸까? 면지의 변화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열어본다. ‘용기 우리들의 날개를 달고 책 속으로’ 라고 적힌 페이지가 등장한다. 이 책을 보려면 용기를 특별히 내야 하나? 외계 생물이나 낯선 동식물,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상상의 동물이 형상화 된것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내 입장에서 용기를 내고 책을 보라는 이 말은 꽤 높은 진입장벽이다. 하지만 정말 용기를 내고 넘겨본다. 열쌍도 넘는 눈이 선명한 노란색 바지를 입고 같은색 책을 들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다. 이 눈들은 외부의 눈일까? 아니면 아이의 마음의 눈들이 떠지는 모습일까? 한 장을 더 넘겨보니 비로소 아이가 책이 가득한 서가 앞에 서 있다. 이 아이는 어떤 책을 고르고, 그 책 속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속표지까지 오는데도 이렇게 궁금해지는게 많으니 책 속으로 들어간 다음은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겠는가? 이 책은 일반적인 그림책보다 쪽 수가 많다. 조미자 작가님 특유의 선명한 색감과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선들이 속도있게 내달리는 그림들이 주로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한 번씩 제법 긴 문장들이 호흡을 가다듬게 하기도 한다. 보라색 망토와 붉은색 망토를 입은 망토 남매와 함께 책 속으로 길을 나선 주인공에겐 망토가 없다. 하지만 기꺼이 용기를 내서 망토 남매와 모험을 떠난다. 책을 읽다보면 그렇게 된다. 어느새 책 속 주인공들과 하나가 되어 이야기 속에 나도 함께 하고 있다. 슬픈 책을 읽으면 눈물을 흘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이 있는 책을 읽으면 마치 함께 그 일을 겪은 듯 손에 땀이 나거나 몸이 뻐근해진다. 분명 책 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이라 실재가 아님을 알고 있는데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심호흡을 깊게 하는 책을 볼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책장을 넘기는 용기다. 용기를 내서 그걸 다 해냈을 때 받는 선물은 무엇일까? 나는 그런 책들을 통해 무슨 선물을 받았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책 속으로’는 대화나 스토리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다양한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책이다. 용기를 내서 책 속으로 뛰어들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서로 들려주면 더 재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자 이제 ‘책 속으로’ 뛰어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