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새끼를 읽은 아기 오리 삼 남매 햇살그림책 (봄볕) 49
곽민수 지음, 조미자 그림 / 봄볕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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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조가 아닌 오리인 내가 좋아!!

~ <미운 오리 새끼를 읽은 아기 오리 삼 남매> 곽민수 글, 조미자 그림, 봄볕

 

7살 여름에 개에게 물린 적이 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국군통합병원에 데리고 다니셨다. 그 병원에는 대령 계급장을 단 멋진 여군이 한 분 계셨다. 그 분은 나를 보며 자기 딸로 삼고 싶다고 했다. 자기 집에 와서 살면 매일 우유로 세수 시키고 예쁜 옷 입혀주고 우리 집에는 1주일에 한 번씩 가게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말하자면 수양딸 같은 걸 삼고 싶으셨던 거다. 아버지는 당연히 거절하셨다. 하지만 내가 말을 안 들을때마다 그 분에게 보낸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처음엔 그 말이 그렇게 싫고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크니까 그 말이 생각날 때도 있었다. 셋방에 군인 하사관의 딸로 사는 것보다 대령 아줌마를 엄마삼아 사는게 더 근사할거라는 생각말이다. 만약 그때 내가 그 집에 가서 살겠다고 했다면 부모님은 어찌 생각하셨을까?

<미운 오리 새끼를 읽은 아기 오리 삼 남매>를 읽으니 뜬금없이 어릴적 그 상황이 떠오른다. 내 마음 속에 지금의 나보다 근사한 내가 되고 싶고,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있어서였겠지.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혼나거나 다른 아이들보다 자신이 대접을 잘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현재 부모님은 잠시 맡아 기르시는 분이고 더 근사한 분이 진짜 부모님일거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초라한 내가 아니라 원래 더 멋진 존재였을 거라고 생각하는 시기가 있다.

미운 오리 새끼가 실제는 백조였다는 옛이야기를 읽은 새끼 오리들도 그런 꿈을 꾼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꿈을 바로 깨버린다. 진짜 새끼 백조가 새끼 오리와 새끼 백조가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를 온 몸으로 보여준다. 달콤한 꿈에서 바로 현실로 돌아온 오리들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던 고양이라는 위기 상황까지 만난다. 셋은 힘을 합쳐 고양이를 물리치고 새끼 오리들은 백조가 아니더라도 오리 자체로도 멋지게 살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갖게된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건 아기 오리를 삼 남매로 설정한 것과 각각의 오리 캐릭터 그림이다. 오리 삼 남매의 캐릭터가 그림으로 정말 잘 살아있다. 거기에 각각 특징있는 이름과 소리까지. 패러디 그림책은 그 시대의 가치를 반영해서 다시 써질 때 이유있는 패러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원전을 비틀어 삼 남매라는 설정으로 바꾸고, 꼭 백조가 아니어도 괜찮은, 지금 나로서 충분하다는 걸 보여준 점에서 안데르센과는 또 다른 이 시대의 나다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리면 어때가 아니라 오리라서 더 좋은 삶을 사는 아기 오리 삼 남매를 응원한다. 내가 대령의 수양딸이 아니라 하사관 군인의 딸로도 충분히 좋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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