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냥갑 - 2021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동시집
아돌포 코르도바 지음, 후안 팔로미노 그림, 김현균 옮김 / 한솔수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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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의 시들을 읽고 나니 우선 다가온 건 색이다. 원색으로 화려하지만 어딘가 슬픔이 깃들어 있는 색이다. 불꽃놀이 불꽃들이 사방으로 터지며 탄성을 자아내게 하면서도 그 불꽃들이 공기 중으로 사라지고 났을 때는 다시 암청색 하늘이 가만히 고요히 지키는 그런 밤이 떠오른다. 그다음으로 다가온 건 바람이다. 한 편 한 편 다 읽고 나서 책장을 덮고 나니 마음 한켠에서 바람이 이는 기분이 든다.
이베로아메리카 작가들이 쓴 글들이라 그런지 환상과 실제가 경계 없이 어우러져 잊고 있던 다양한 층위의 내 기억들을 떠올리게도 하고 환상적인 영상들이 지나가는 느낌도 들었다. 그럼에도 마구 들뜨지는 않게 하는 차분함이 함께 있어 신비롭다.
한 번 읽을땐 이미지가 잘 그려지지 않는 시들이 꽤 있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시 한번 읽으니 시들이 다르게 보이고 나만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시들이 늘어나 훨씬 재미있게 읽혔다.
두 번 읽은 현재 이 책에 담긴 36편의 시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시를 꼽으라면 첫 번째에 나오는 표제작 <작은 성냥갑 속에는>이다. 사물들의 엄마가 되어 주고 싶어 작은것 하나까지 소중히 간직하는 마음과 그 안에 담기 추억을 가만가만 읽고 있자니 <패터슨>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버스 운전사 일을 하면서도 계속 시를 생각하고 삶을 시어로 바꿔보고자 노력하던 주인공의 모습이 겹쳐졌다. 나에게도 이 시 속에 나오는 작은 성냥갑 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다. 기억의 창고인 곳도 있고, 자료의 창고인 곳도 있고 추억을 담아둔 곳도 있다. 그런 곳을 하나라도 가지고 있으면 그 안에다 마음 놓고 눈물 한 방울도 숨겨놓을 수 있으리라.
좋은 시들이 정말 많다. <비밀을 말해줄게>를 읽고 있으면 밤의 고요를 깨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듯 하고, <시간의 껍질 아래서>를 읽고 나면 시간이 스케이트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나비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시를 보며 나비가 두 쪽짜리 비밀의 책이 될 수도 있다는 표현에 공감되고, <종달새> 시를 읽고 있으면 김수영의 <푸른 하늘> 시가 함께 떠오른다. 그 외에도 하나 하나 다시 읽으며 필사하고 싶은 시들이 많다.
원색으로 단순한 형태들을 무심히 던져 놓은 듯 그려놓은 그림이 원시적이면서도 신비한 분위기라 그림만 보고 나만의 시를 지어봐도 좋을듯 하다. 이 책에 나오는 시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이렇게 단순한 형태와 원색으로 떠오른 이미지나 느낌을 표현해 보라면 얼마나 멋진 작품들이 나올까? 형태를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 자유롭고 솔직한 작품들이 나올거 같다.
이베로아메리카라는 작가군 명칭이 생소하다. 하지만 이 말에서 이미 식민과 저항과 가난과 아픔이 느껴진다. 돌 하나를 들추면 5명의 시인이 나올 거 같은 이유도 그 땅에 스민 역사와 눈물을 시와 음악과 문학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리라. 어찌보면 우리나라와도 참 비슷한 정서다.
<땅 속에 손을 찔러 넣으면>이라는 시에 시인은 ‘땅 아래서 녹색 칠을 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렇게 메마르고 이기적인 세상에도 시가 있어 우리의 양심 안테나를 벼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러러면 시를 읽어야 한다. 작은 성냥갑에 엄마 없는 사물을 모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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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오, 연극! 세트 - 전4권 - 옛이야기 연극 수업 연극이오, 연극
임정진.송미경 지음 / 올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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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와 세계의 옛이야기가 연극으로 짠! >
- 『연극이오, 연극!』 (임정진, 송미경 글 / 올리)

한 학기 한 권 책읽기가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온 이후 <서찰을 전하는 아이> <기호3번 안석뽕> <몽실언니> <순례주택> 등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 전체를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독후 활동을 물어본다. 책에 나오는 음식 해먹기나 퀴즈대회 등도 있지만 절대 빠지지 않는 게 연극이다. 특히 초등 고학년 교육과정에 연극 단원이 들어오면서 아르떼 문화강사님과 함께 다양한 연극놀이를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로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해볼 때 아이들은 그 어느 수업 시간보다도 살아있다.
몸풀기와 아이디어 만드는 연습 등을 하고 소재를 정해 짧은 낭독극이나 상황극을 하나 하려고 해도 결코 만만치 않은 수업 시간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번에 임정진 작가님과 송미경 작가님이 무려 20편의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옛이야기를 연극대본과 이야기글로 풀어쓴 책이 나와 이 책을 활용하면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연극에 다가설 수 있을거 같다.
길이도 길지 않고, 재치있는 대사들이 입에 착 달라 붙는다. 옛이야기의 특성상 권선징악적 요소가 강하다보니 이야기의 결말이 일반 동화와 다른 것도 있지만 꼭 이 대본대로 연극을 할 필요는 없으니 그건 아이들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면 될 것이다. 아무것도 없이 대본을 만들라고 하면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가 무척 밋밋하고 전체적인 구성이 어설픈데 이렇게 바탕이 되어줄 수 있는 희곡과 이야기가 있으면 이 내용을 참고하여 자기들만의 이야기로 얼마든지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보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도 황금 마차는 어떻게 표현해볼까. 개구리 공주는 어떻게 표현해볼까 등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이 하는 행동을 3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는 노동으로 자연을 변형시켜 인간에게 이로운 소출 행위를 하는 것, 즉 상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작업으로 노동이 다른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일이 되도록 하는 것, 즉 작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는 행위와 세계 창조로 누군가에게 기억되어야 진정한 작품이 될 수 있는데 이것을 행위라고 한다. 기억되어야만 하니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계이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작품이 기억되는 행위를 하게 되면 세계가 창조되고 이것을 탄생이라고 한다. 즉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은 행위하는 삶이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해야 하는 일도 노동이나 작업이 아닌 행위여야 한다. 행위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데 연극 만한 게 있을까?
이 책 뒷부분에는 충북교사극단 ‘딴짓’이 전해주는 슬기로운 교육연극을 위한 안내서가 들어있다. 연극 한 편을 다 시도하는게 어렵다면 딴짓이 전해주는 딴짓만으로도 행위를 통한 탄생에 도전해볼 수 있을듯 하다.
늘 반짝거리는 말과 글로 우리 정신을 번쩍 깨어나게 해주시는 임정진 작가님과 송미경 작가님이 펴내신 <연극이오, 연극!>이 교실마다 구비되어 아이들과 함께 행위로 구현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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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태니커 : 잠들기 전 5분 잠 이야기 - 잠에 관한 놀랍고 재밌는 사실들
재키 맥캔 외 지음, 에이미 그라임스 외 그림, 강수진 옮김 / 한솔수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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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많이 자고 나면 뭔가 손해를 본 느낌이다. 특히 늦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는 하루가 다 사라져 버린 듯한 낭패감에 빠질 때도 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며 잠 못드는 밤이 늘어가며 제발 잠이 찾아와주길 기다리는 불면의 새벽이 늘고 있다. 인생의 시기마다 잠을 자는 시간은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대부분 삶 전체의 1/3~1/4을 차지하는게 바로 이 잠이고, 잠의 질에 따라 삶의 질도 달라지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잠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듯한 그림책이 나왔다. 이걸 그림책으로 봐도 될까 싶을만큼 두께가 엄청나고 그 분야 또한 방대하다. 방대한 분량인만큼 글과 그림에 참여한 작가 수도 많다. 이 많은 양을 세세하고 꼼꼼하게 홀로 번역한 우리나라 번역가의 노고가 크게 느껴진다. 그런 노고 덕분에 나는 이렇게 잠과 관련된 수많은 정보를 재미있으면서도 쉽게 얻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잠 이야기라면 그저 자장가나 잠에 관한 몇 가지 기록들, 침대의 역사 정도가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이 책은 그렇게 잠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분야를 넘어서 동물들의 잠, 우리가 잠자는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 잠과 관련된 여러 생태 이야기, 밤에 보이는 별자리와 달 이야기, 낮과 밤을 만들어 내는 태양 이야기 등 인문학부터 생태와 천문우주까지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다. 그런데도 책의 내용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건 곳곳에 숨어 있는 유머와 간결한 서술들 덕분이다. 핵심 내용을 담으면서 정보의 양으로 질리게 하지 않는다. 그래도 워낙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 다 읽고 나면 알게 되는게 정말 많다. 아하, 오호 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재미와 지식이 함께 들어오는 책이라고나 할까?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가 장안의 화제다. 두 번, 세 번 보는 사람도 많다고 하고 나도 두 번 봤다. 그 영화의 큰 소재 중 하나가 불면과 잠이다. 1시간에도 47번씩 깨고 불면 때문에 잠복근무를 일부러 하는 남자 주인공을 깊이 재워줄 수 있는 여자주인공. 그 비법은 잠들기 전에 들려주는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처럼 들려주는 이야기와 호흡 맞추기다. 잠을 잘 잘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인데 그걸 줄 수 있는 사람이니 얼마나 소중한 존재겠는가?
이 책은 잠을 잘 잘 수도 있게 해주고, 잠과 관련된 다양한 상식도 준다. 이 책의 한 챕터만 따로 떼어서 자기만의 작은 책을 만들어봐도 좋을 거 같다. 특히 10쪽과 11쪽이 말해주듯 자는 사이에 감정도 가라앉고, 기억 속에 저장도 하고, 심장의 건강도 지켜준다는 소중한 잠을 위해 잠자기 전에 핸드폰 화면이 아니라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 <잠들기 전 5분 잠 이야기> 중 아무데나 펼쳐서 꼼꼼히 보다 자면 더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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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따라 집으로 - 바다거북을 위해 마을을 변화시킨 어린이들 이야기, 2022 우수과학도서 선정
필리프 쿠스토.데버라 홉킨슨 지음, 메일로 소 그림, 장혜진 옮김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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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아이들과 환경과 생태 관련 수업을 한다. 전에는 플라스틱 섬 이야기만 들어도 아이들은 무척 놀라워하고 심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미세플라스틱, 전자쓰레기, 패스트패션 산업에 따른 옷 쓰레기까지 심각한 내용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달력을 보면 환경과 관련된 기념이 숫자가 꽤 많다. 지구의 날, 지구를 위한 한 시간의 날, 해양의 날, 물의 날 등등. 이러다 1년 365일이 모두 환경과 생태에 관련된 경각심을 갖는 날이 될 거 같다.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알게되고 관련 기념일을 많이 알게 되며 아는건 좀 많아졌다. 하지만 늘 ‘어떻게?’와 ‘무엇을?’ 앞에서 막막해지고 허둥댄다. 아는 것만으로도 됐다고,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 세계시민의 태도를 갖췄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건 그냥 자기 위안일 뿐이다. 물론 모르는 것 보다는 아는게 좋다. 알면 적어도 몰라서 하던 행동은 조금 멈출 수 있다. 그런데 그러고나서도 삶의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죄책감만 커진다. 그러면서 ‘나 혼자 좀 조심한다고 뭐가 달라져.’ 하는 낭패감과 자기 합리화를 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 속의 아이들은 행동을 했다. 그 행동의 시작은 ‘지역 사회 활동’이라는 학급 프로젝트였다. 마침 바다거북이 사는 마을의 아이들이었으니까 이럴 수 있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또한 이런 수업이 없었다면 아이들은 관심있게 살펴보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세울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 거다.
<트레버>라는 책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라는 영화로 더 알려져 있는 책이다. 그 책에도 사회과 프로젝트 수업이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실천을 이끌어내어 아이가 세상의 변화를 경험한다.
이 책 속의 아이들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과정과 결과는 결코 작은 성취가 아니다. 트레버 주인공의 성취도 그랬다. 그 시작은 미약했지만 창대한 결과를 가져온 예들이다. 하지만 창대한 결과를 만들지 않더라도 작은 성취감을 가져볼 기회를 가져본다면 그때부터 달력 속 기념일과 지식으로만 머물던 환경생태 문제는 삶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가슴이 뛴다. 아이들에게 ‘우리 반 프로젝트 ~ 환경생태 문제, 지역 사회 활동’을 던져 놓고 찾기, 계획 세우기, 행동하기, 알리기, 돌아보기를 해보고 싶어진다. 작은 실천과 노력이 나와 아이들의 삶의 어떤 부분을 변하게 할지 기대가 된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이 책이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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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자라면 핑거그림책 9
소피 라구나 지음, 주디 왓슨 그림, 황유진 옮김 / 핑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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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친구이자 최고의 경쟁자 형제
~ <네가 자라면> 소피 라구나 글, 주디 왓슨 그림, 황유진 옮김

‘형제’, ‘자매’, ‘남매’라는 말처럼 애증이 복잡한 게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일 수도 있지만 그 누구보다고 가장 큰 경쟁상대이기도 하다. 동생들이 태어나 가장 처음 겪는 절망이 자신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먼저 태어난 형제들의 나이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때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부모에게 말할 수 없는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상대도 동기고, 또래 친구들처럼 나의 치부를 굳이 가리며 말할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존재가 바로 형제, 자매, 남매다.
요즘은 한 아이 가정이 많다. 해마다 차이는 좀 있지만 학급의 절반 정도는 한 아이 가정인 듯 하다. 나보고도 다시 결혼 초로 돌아가라 한다면 둘을 낳았을까? 한 아이 가정의 아이들은 극과 극의 성향을 보인다. 어떤 친구들은 아주 예의바르고 성숙해 보이고, 어떤 친구들은 또래보다 배려심이나 참을성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두 아이나 세 아이 가정의 아이들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오가며 상황에 맞는 정도를 찾는거 같은데 한 아이 가정의 아이들은 어느 한 쪽에 머물러 있는 듯 보인다. 이 또한 편견일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내가 본 아이들의 경향이 그렇다는 거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화자는 동생을 무척 기다렸나 보다. 앤서니 브라운의 <달라질 거야>를 보면 동생을 낳으러 간 부모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가 무척 긴장하여 집 안의 모든 물건들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책 속의 아이는 잠만 자고 우유만 먹는 동생이 어서 크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동생이 자라면 하고 싶은게 참 많은 형이다. 이미 동생이 자라는 정도에 따라 함께 할 일이 순서대로 꽉 짜여있다. 금색 왕관을 쓴 형과 붉은색 왕관을 쓴 동생은 둘만으로도 세상이 충분해보인다. 숲으로, 바닷가로, 그리고 또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그러다 어느 한 쪽, 혹은 둘 다 위험에 처하면 먼저 손을 뻗어서 서로를 불러 줄 이도 둘 뿐이다. 그들은 형제니까.
그들이 함께 할 세상을 그린 장면들 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답다. 요람에서 잠만 자고 우유만 먹는 동생이 빨리 자라서 형과 이 환상적인 장면 속을 진짜 다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동생이 자라며 형이 하는 일을 방해하고, 형이 받던 부모님 사랑을 좀 더 차지하고, 형이 독차지하던 장난감을 나눠 써야 할 때도 지금 자는 어린 동생을 바라보며 소원하는 이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생은 곧 자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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