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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자라면 ㅣ 핑거그림책 9
소피 라구나 지음, 주디 왓슨 그림, 황유진 옮김 / 핑거 / 2022년 5월
평점 :
최고의 친구이자 최고의 경쟁자 형제
~ <네가 자라면> 소피 라구나 글, 주디 왓슨 그림, 황유진 옮김
‘형제’, ‘자매’, ‘남매’라는 말처럼 애증이 복잡한 게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일 수도 있지만 그 누구보다고 가장 큰 경쟁상대이기도 하다. 동생들이 태어나 가장 처음 겪는 절망이 자신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먼저 태어난 형제들의 나이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때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부모에게 말할 수 없는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상대도 동기고, 또래 친구들처럼 나의 치부를 굳이 가리며 말할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존재가 바로 형제, 자매, 남매다.
요즘은 한 아이 가정이 많다. 해마다 차이는 좀 있지만 학급의 절반 정도는 한 아이 가정인 듯 하다. 나보고도 다시 결혼 초로 돌아가라 한다면 둘을 낳았을까? 한 아이 가정의 아이들은 극과 극의 성향을 보인다. 어떤 친구들은 아주 예의바르고 성숙해 보이고, 어떤 친구들은 또래보다 배려심이나 참을성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두 아이나 세 아이 가정의 아이들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오가며 상황에 맞는 정도를 찾는거 같은데 한 아이 가정의 아이들은 어느 한 쪽에 머물러 있는 듯 보인다. 이 또한 편견일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내가 본 아이들의 경향이 그렇다는 거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화자는 동생을 무척 기다렸나 보다. 앤서니 브라운의 <달라질 거야>를 보면 동생을 낳으러 간 부모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가 무척 긴장하여 집 안의 모든 물건들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책 속의 아이는 잠만 자고 우유만 먹는 동생이 어서 크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동생이 자라면 하고 싶은게 참 많은 형이다. 이미 동생이 자라는 정도에 따라 함께 할 일이 순서대로 꽉 짜여있다. 금색 왕관을 쓴 형과 붉은색 왕관을 쓴 동생은 둘만으로도 세상이 충분해보인다. 숲으로, 바닷가로, 그리고 또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그러다 어느 한 쪽, 혹은 둘 다 위험에 처하면 먼저 손을 뻗어서 서로를 불러 줄 이도 둘 뿐이다. 그들은 형제니까.
그들이 함께 할 세상을 그린 장면들 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답다. 요람에서 잠만 자고 우유만 먹는 동생이 빨리 자라서 형과 이 환상적인 장면 속을 진짜 다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동생이 자라며 형이 하는 일을 방해하고, 형이 받던 부모님 사랑을 좀 더 차지하고, 형이 독차지하던 장난감을 나눠 써야 할 때도 지금 자는 어린 동생을 바라보며 소원하는 이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생은 곧 자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