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와 세계의 옛이야기가 연극으로 짠! > - 『연극이오, 연극!』 (임정진, 송미경 글 / 올리) 한 학기 한 권 책읽기가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온 이후 <서찰을 전하는 아이> <기호3번 안석뽕> <몽실언니> <순례주택> 등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 전체를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독후 활동을 물어본다. 책에 나오는 음식 해먹기나 퀴즈대회 등도 있지만 절대 빠지지 않는 게 연극이다. 특히 초등 고학년 교육과정에 연극 단원이 들어오면서 아르떼 문화강사님과 함께 다양한 연극놀이를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로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해볼 때 아이들은 그 어느 수업 시간보다도 살아있다. 몸풀기와 아이디어 만드는 연습 등을 하고 소재를 정해 짧은 낭독극이나 상황극을 하나 하려고 해도 결코 만만치 않은 수업 시간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번에 임정진 작가님과 송미경 작가님이 무려 20편의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옛이야기를 연극대본과 이야기글로 풀어쓴 책이 나와 이 책을 활용하면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연극에 다가설 수 있을거 같다. 길이도 길지 않고, 재치있는 대사들이 입에 착 달라 붙는다. 옛이야기의 특성상 권선징악적 요소가 강하다보니 이야기의 결말이 일반 동화와 다른 것도 있지만 꼭 이 대본대로 연극을 할 필요는 없으니 그건 아이들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면 될 것이다. 아무것도 없이 대본을 만들라고 하면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가 무척 밋밋하고 전체적인 구성이 어설픈데 이렇게 바탕이 되어줄 수 있는 희곡과 이야기가 있으면 이 내용을 참고하여 자기들만의 이야기로 얼마든지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보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도 황금 마차는 어떻게 표현해볼까. 개구리 공주는 어떻게 표현해볼까 등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이 하는 행동을 3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는 노동으로 자연을 변형시켜 인간에게 이로운 소출 행위를 하는 것, 즉 상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작업으로 노동이 다른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일이 되도록 하는 것, 즉 작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는 행위와 세계 창조로 누군가에게 기억되어야 진정한 작품이 될 수 있는데 이것을 행위라고 한다. 기억되어야만 하니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계이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작품이 기억되는 행위를 하게 되면 세계가 창조되고 이것을 탄생이라고 한다. 즉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은 행위하는 삶이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해야 하는 일도 노동이나 작업이 아닌 행위여야 한다. 행위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데 연극 만한 게 있을까? 이 책 뒷부분에는 충북교사극단 ‘딴짓’이 전해주는 슬기로운 교육연극을 위한 안내서가 들어있다. 연극 한 편을 다 시도하는게 어렵다면 딴짓이 전해주는 딴짓만으로도 행위를 통한 탄생에 도전해볼 수 있을듯 하다. 늘 반짝거리는 말과 글로 우리 정신을 번쩍 깨어나게 해주시는 임정진 작가님과 송미경 작가님이 펴내신 <연극이오, 연극!>이 교실마다 구비되어 아이들과 함께 행위로 구현되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