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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루여행 - 주말이 아니어도 주머니가 가벼워도 언제든
고현 글.사진 / 컬처그라퍼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정말 해외여행 붐이다. 주위에만 봐도 누구 하나 해외에 안갔다 온 사람이 없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아직까진 청년인 나이임에도 비행기 한번 못타본 나에겐 씁쓸함이 날로 더해지고 있을 때, 완벽한 하루 여행 이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늘 가지고 있던 생각 중에 하나가, 이 시대 청년들의 문제는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정말 모른다. 해외로 가는 것만 여행이고, 국내로 다니는건 여행도 아니라 말하는 이들도 많고, 국내여행은 그저 물장구치러 다니는 정도로 여기는 이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는 걸 느꼈다.
언젠가 친구들이 같이 해외여행 가자고 한 적이 있다. 그때 난 그랬다. 해외 나가기 전에 국내부터 제대로 돌아보고 싶다고. 그러고 나서 해외를 가야 좀 더 의미가 있을거 같다고.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은 여행 하나 가는데 뭐그리 거창하냐며 대꾸했다. 맞다. 난 여행은 거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행준비도 여행일정에 포함이 돼야 한다. 예산을 많이 정하고 많은 코스를 계획해야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럴려면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려면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어야 하니 공부를 해야만 하고, 그렇기 때문에 정작 여행하는 일수보다 계획하는 일수가 훨씬 길 수 밖에 없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까.
친구들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나조차도 국내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뻔한 여행은 싫었다. 그냥 맛있는거나 먹고 물장구나 치는 그런거 말고, 이쪽 지방은 냄새부터가 다르고, 저쪽 지방은 콘크리트부터 밟는 느낌이 다르구나 하면서, 여유롭고 낭만적인 느낌을 받고 싶었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정말 행운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이란 나라는 하루여행으로도 제법 많은 걸 볼 수 있다. 이럴 땐 참 땅덩이가 작다는것에 좀 위로가 된달까. 위에도 얘기 했듯이 여행은 거창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이 책은 그 거창함을 꾹꾹 압축하여 쓴 듯한 느낌이 매우 강하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땅덩이가 작다 해도 여행을 하루에 끝내려면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야 되는지를. 시간은 없고 아무것도 모른채 다녀오려고 하면 엄두도 못낼 것을 단 한권으로 정리된 것만 봐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직접 다녀와야만 써내려갈 수 있는 리얼리티가 묻어있어 지루함이 없고, 더 이상 길지 않게 느낌만 잘 살려내어 자료로서도 그리고 재미로서도 충분한 책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점수를 크게 주고 싶은 부분은, 이 책은 한국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가는 곳마다 가는 코스마다 한국이란 나라를 알 수 있고 좀 더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쓰여있다. 이 책의 또다른 제목을 완벽한 한국 여행 이라 한다 하여도 전혀 손색이 없을 거 같다. 아무리 서양문물이 발전하고 청년의식 또한 서양의 모습들과 닮아가고 또 그것을 추구한다 하여도, 아직 국내 곳곳엔 한국 고유의 문화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적어도 나는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는 한국을 느끼고 싶고, 좀 더 많은 사람들도 그랬으면 한다. 한국이란 나라에 자부심까진 아니더라도 한국인이라면 한국이란 문화에 대해서 만큼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 지역만이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 흔적과, 그리고 코스를 통해 그 흐름을 자연스레 느끼게 해주는 선택이 감탄을 자아냈다. 이 책의 저자인 고현씨는 서두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마다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전국 24개 지역을 골라 내어 하루 안에 돌아볼 수 있고 ... 마음에 남는 특정 장소에 오래 머무른다면 자신만의 여행을 완성할 수 있는 셈이다."
나만의 여행이란 말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풍경을 바라보며,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며 그렇게 낯선 공간 안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해나가다 보면, 단지 삶에 지친 나를 위로한다는 힐링이란 단어가 이제는 너무나 가볍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여행하기 전과 후의 사람은 달라진다 하지 않았던가. 마치 게임처럼 지도에 나와있는 각 지역의 퀘스트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는 느낌으로 여행하다보면, 어느새 만렙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만렙이 되고 난 후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지, 이 책을 통해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