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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탄생 - 건축으로 만나는 유럽 최고의 미술관
함혜리 글.사진 / 컬처그라퍼 / 2015년 8월
평점 :
제목부터가 생소하긴 하다. 미술관이란 단어 자체도 그리 친숙하지만은 않은 나인데, 그러한 미술관의 ‘탄생’ 이라니...... 생소하고 무겁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림작품과 작가에는 관심이 가져도,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 자체에는 그리 관심을 안갖는 것이 일반적일텐데, 이 책은 더 나아가 탄생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에 큰 인상을 받았던 것도 있었다.
본인은 예술이란 분야가 달라도 서로 상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건축도 엄연히 예술인데 하물며 미술 관람을 목적으로 한 건축물이라면 예술적 영감이 최대한으로 들어가 있을거란 기대감에 이 책을 읽게 되었으며 그 기대는 확실히 충족되었다.
책의 내용은 각 건축물들의 탄생배경을 역사적, 사회적, 그리고 건축가의 소개로 길지 않으면서도 밀도 높은 구성으로 유니크한 감성을 전달한다. 저자의 서문에도 나왔 듯, 이 책은 전문 건축분야의 책은 아니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닌 것이기에 본인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감성자극에 기뻐했다. 건축가들은 꽤나 낭만적인 사람들이란 생각도 들었는데, 기본적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있지 않다면 절대로 할 수 없으며 그 조예도 상당히 깊어야 한단 느낌이 들었다. 단지 보기에 멋지고 튼튼하게만 지으면 되는게 절대 아니란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 미술관이 어떠한 의미가 있고 영향을 끼쳐 왔으며, 때로는 역사적 반성과 미래의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포부까지 들어가 있다는 것이 감명을 받았으며,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 걸려있을 작품이 최대한 잘 표현될 수 있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독일의 손상된 신박물관 재건 프로젝트를 맡은 데이비드 치퍼필드란 건축가인데, 비평가들 사이에서 “남아 있는 공간들을 최대한 보전한 치퍼필드의 전략은 공감 능력과 창의성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역사적인 것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었다” 라며, “도전적이고 지적이며 미학적인 작업” 이라며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엄격한 기준에 맞춰 되살릴 것은 살리고 복원이 불가능한 부분은 자신의 스타일로 채우는 절충안을 세웠는데, 전쟁의 상흔 또한 고스란히 살렸다고 한다. 옛 건물의 타일과 벽화의 흔적, 총탄과 폐허 흔적들까지도. 자기 과시에 열을 올린 시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는, 차분하게 전통적으로 고심해 온 근본적인 문제에 충실하며 냉철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화려하지 않지만 품위가 있고 세련미를 지니고 있다 평가 받는다. 우리나라 백제시대의 ‘화이불치(華而不侈)'와도 비슷한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나뿐일까?
점점 본질을 생각하지 않는 사회풍토에 지쳐있던 본인에게 이 책은, 본질과 참된 디자인이란 무엇이며 시대적 역사적 흐름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서양에게 배워야 할 것은 화려하고 편함만을 추구하는 과학이 아니라 자신들의 역사를 알고 그 흐름을 보존하려는 그들의 노력이어야 하지 않을까? 서로 다른 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그들과 우리가 만나야 더욱 더 문화적으로 존중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20~21세기에 걸친 예술적 흐름을 알기에도 충분한 책임을 알려둔다. 특히 모더니즘의 절정을 볼 수 있는 건축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으므로, 후에 유럽쪽 여행을 계획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참고하시기 바란다.
세상에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미술관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라며 저자의 에필로그에도 나와 있듯,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 많이 있다는 걸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과 본인 또한 가슴에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