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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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아름답다. 그러나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쏟아지는 아름다운 문장 속에서 온전히 이해하고 싶거든 나를 지우고 작가의 흐름에 푹 빠져야 하는 책이다. 그리고 서문이 가장 완벽하다고 느껴지는 책이었다. 소장해서 두고 두고 읽어야 한다.

시간이 흘렀다. 세월이 불타버린 문턱엔 재 한 줌 남지 않았다. 우린 태초의 해맑은 나뭇잎들 곁에 그대로 남아 있다. 당신은 그 작은 파티 드레스를 한 번도벗지 않았다는 듯이, 나는 거기서 만물의 순진성을, 이땅 위에 실현된 어느 성탄의 기적을 끊임없이 예감했다는 듯이. 사랑은 언제나 우리의 얼굴에서 어둠을 걷어내고 순결한 아이의 얼굴을 되돌려준다.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사랑이 전부라는 듯이.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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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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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습니까? 네, 미쳤습니다. 필사할 부분에 인덱스를 붙여두었더니 삐져나온 인덱스로 별 접어도 한 바가지 나오게 생겼다. 당신이 고른 시와, 그 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아요.

신은 그때 비로소 탄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력히 입증하는 증거 앞에서 오히려 신이 발명되고야 마는 역설. 가장 끔찍한 고통을 겪은 인간이 오히려 신 앞에 무릎을 꿇기를 선택하는 아이러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마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아이를 잃은 부모가 갑자기독실한 신앙인이 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무신론자에게 신을 받아들이는 일이란 곧 사유와 의지의 패배를 뜻할 뿐이지만, 고통의 무의미를 견딜 수 없어 신을 발명한 이들을 누가 감히 ‘패배한‘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신을 발명하기 전에먼저 인간이 인간을 구원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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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라캥
에밀 졸라 지음, 박이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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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자극적이다. 이 책을 계속 읽는게 맞을까. 불편하다. 와 같은 감정으로 읽기 시작했으나, 인물이 돌아버리는 과정을 너무 잘 쓴 것이다. 제법… 재밌어! 도파민 팡팡 터져!

감히 더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조금만 손을 대면 죽은 자가소생할까봐 겁이 났다. 아틀리에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면절대로 그림을 그려서는 안 되었다. 자신의 손이 끊임없이 카미유의 초상화를 되살리는 숙명적이고 무의식적인 기능을 가지고있다고 생각하자, 그는 제 손을 두려운 생각으로 들여다보았다.
그 손은 이미 자기 것이 아닌 듯 보였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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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존중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어른이 된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취향이 사라진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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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아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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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덤덤하게 호되게 당한 시집살이를 풀어놓는 그녀. 유튜브로 열심히 구독하고 응원하다가, 이젠 책까지 응원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

이혼 이후 많은 사람이 내가 실패하길 바랐다. 나를 실패라는 틀 안에 가두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 다르게 나의 사랑도, 인생도 실패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의 이혼은 무엇의 실패일까? 나는 명확히 말할 수 있다.
이건 가부장제의 실패다. 한 집안의 가부장제가 균열을일으키다 무너진 것이다. 더 이상 우리는 이혼이라는 사건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이혼은 한 여성의 인생을 무너뜨릴 수 없으며, 결혼과 이혼으로 우리를 협박하고 옭아맬 수 있던 시대는 이미 붕괴되고 있다.
실패한 사람은 없다. 실패하고 무너지는 것은 오직퀴퀴한 냄새를 뿜어내는 낡은 사고방식과 제도뿐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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