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헤엄치는 법 - 이연 그림 에세이
이연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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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해도 언젠가 괜찮아질 거예요‘라는 막연한 위로를 하고싶지 않다. 가난은 확실히 겪어본 이만 아는 고통이고, 이건 말뿐인 위로 하나로 해결이 안 되는 슬픔이다. 그럼에도 위안 아닌 위안을 건네자면, 그건 우리가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다. 있지도않은 원죄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탓하기보다는 차라리 아득바득 이를 갈며 동을 버는 편이 낫다. 그게 슬픔을 막는 방법이다. 다들 스스로를 가난 속에 머물러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가 죄를 지어서 샐긴 일이 아니다. 아떤 슬픔은 단순히 가난 때문에 생긴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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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언니 - 언니들 앞에서라면 나는 마냥 철부지가 되어도 괜찮다 아무튼 시리즈 32
원도 지음 / 제철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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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부분을 나도 정확히 말하고 싶었다. 여성으로 사는 일에 대한 힘듦과 기쁨이 동시에 있는 책이다.

한국에서의 성별이란 구레나룻 길이 하나로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이고 그로 인한 사회적 위치도, 하물며 내 돈 주고 먹는 밥의 양마저 내 의사와 상관없이 바뀐다. 이쯤 되면 생물학 같은과목은 배울 필요가 없지 않은가. 성별 따위 머리카락 길이 하나로 대통합되고 마는데. 이토록 일상의모든 부분에서 첨예한 성차별이 자행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렇게 차별한 결과로 다들 종부세를 낼 정도의 부자가 됐는지도 궁금하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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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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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이라는 작가의 단단한 마음이 좋다. 무심한듯한 문체에 누구보다 따뜻하고 반듯한 마음으로 적었을 이 일기가 좋다. 일기를 쓰기 싫을때마다, 잘못된 생각을 할때마다 나는 아마 76페이지를 펴보게 될것 같다.

사람들은 온갖 것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기억은 망각과 연결되어 있지만 누군가가 잊은 기억은 차마 그것을 잊지 못한 누군가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화석이다. 뼈들은 역사라는 지층에 사로잡혀 드러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퇴적되는 것들의 무게에 눌려 삭아버릴 테지만 기억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기억은 그 자리에 돌아온다.
기록으로, 질문으로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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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고 있잖아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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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재밌고 슬프다. 그러면서 내가 몰랐던 세계를 한꺼풀 벗겨내어 보여주며 ‘이봐, 너도 이렇게 생각했지?’라고 묻는 책 같다. 나의 편협한 시각을 들킨 것 같아 마음에 뾰족한 가시가 있는 것 같이 따끔하기도 했다. 나는 24번이 좋다. 마냥 착하지 않아 좋다. 생각이 많아 좋다. 말이 많아서 좋다.

나는 잘해 주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다. 누군가 한 손을내밀어 주면 두 손을 내밀고, 껴안아 주면 스스스 녹아 버리는 눈사람이다. 내 첫사랑은 열한 살 때 만난 부반장이다. 치아에 금속 교정기를 장착하고 이마엔 좁쌀 여드름이 퍼진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아이였는데 그때 난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표정은지나치게 차갑고 툭눈붕어를 닮은 돌출된 눈동자에 나를 향한 모멸의 불꽃이 이글거렸는데 그땐 그런 것조차 사랑스럽보였다. 왜냐고? 나에게 잘해 줬기 때문에.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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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소설 초입을 읽을 때 왠지 모르게 불편함을 느낀다.
왜 불편한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중반부에 접어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초반부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나의 뇌에서 개밥 쉰내 나는 가부장제를 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대단한 사실을 완독 후 샤워하다가 알게 됨)
대가리에 힘 빡 주고 기억하자.
가.녀.장

소재가 흥미로운데 위트있는 글체까지 더해지니 더할나위 없다.

"이 분 전입니다!"
슬아는 끈적끈적한 니플 패치를 손에 들고 있다. 붙이기만 하면 된다. 붙인 뒤에 마이크를 차고 방송에 임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아는 돌연 골똘해진다.
‘이거 안 붙이면 어쩔 건데, 씨바?‘
그야 슬아도 모른다. 한국에서 노브라로 방송에 출연한 여자를 한 명밖에 본 적 없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무사하지 않았다.
슬아는 그 일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그 여자가 유별난 것처럼 이야기되던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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