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고 있잖아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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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재밌고 슬프다. 그러면서 내가 몰랐던 세계를 한꺼풀 벗겨내어 보여주며 ‘이봐, 너도 이렇게 생각했지?’라고 묻는 책 같다. 나의 편협한 시각을 들킨 것 같아 마음에 뾰족한 가시가 있는 것 같이 따끔하기도 했다. 나는 24번이 좋다. 마냥 착하지 않아 좋다. 생각이 많아 좋다. 말이 많아서 좋다.

나는 잘해 주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다. 누군가 한 손을내밀어 주면 두 손을 내밀고, 껴안아 주면 스스스 녹아 버리는 눈사람이다. 내 첫사랑은 열한 살 때 만난 부반장이다. 치아에 금속 교정기를 장착하고 이마엔 좁쌀 여드름이 퍼진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아이였는데 그때 난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표정은지나치게 차갑고 툭눈붕어를 닮은 돌출된 눈동자에 나를 향한 모멸의 불꽃이 이글거렸는데 그땐 그런 것조차 사랑스럽보였다. 왜냐고? 나에게 잘해 줬기 때문에.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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