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상계 - 근대 상업도시 경성의 모던 풍경
박상하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어느 나라이던 간에 시대, 문화적으로 커다란 변혁을 겪는 시기가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 같다. 이전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시기, 새로운 문물과 제도를 받아들이며 적응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 인간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듯해 무척 흥미롭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는 특히,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고 서양에 문호를 개방하는 조선말을 거쳐 대한제국, 일제 강점기에 이르는 시대의 모습이 가장 흥미진진하다. 전차, 자동차, 전화, 양복, 고무신 등의 근대 문물, 그리고 이러한 근대 문물을 만들고 판매하는 새로운 형식의 기업과 시장 등의 등장, 이를 받아들이는 조선말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새로운 것을 발견한 순수한 아이의 모습과 같아 무척 재미있다. 이러한 100여 년 전 조선 사회의 모습과 지금의 서울인 경성을 중심으로 한 근대 상업의 역사를 흥미롭게 알아 볼 수 있는 책, 바로 『경성상계』이다.

 저자 박상하가 100여권이 넘는 책, 신문 자료 등을 통해 저술하였다고 하는 『경성상계』는 1870년경 우리나라에 머물렀던 미국인의 시각에 비친 경성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발달된 사상과 문물을 가지고 있던 서양인의 눈에 비친 조선과 조선 사람의 모습은 무척 아름답고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500년 왕조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경성, 그리고 일제에 의해 강제로 개항되어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한 일본인들로 가득하게 된 인천 제물포와 경성의 모습. 이때부터 500년 전통의 조선 상계 종로 육의전은 해체 되고 만다. 그 이후로 세워진 육의전의 마지막 후예 ‘대창 무역’의 설립 모습과 고무신, 전차 등의 신문물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8.15 해방과 6.25전쟁의 또 다른 새로운 변혁을 겪으며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적산 기업을 줍다시피 하여 세워진 기업들의 모습까지 매우 자세하고 흥미롭게 저술되어져 있다. 

 책은 단순히 우리 근대 사회의 상업의 역사를 넘어 근대 문물, 영화, 음악, 언론 등의 문화의 모습까지 생생한 사진 자료와 함께 소개되어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전차를 타기 위해 멀리 있는 지방에서 경성까지 올라오는 사람의 이야기, 일본의 고무 단화를 우리에게 맞게 새롭게 개발하여 대박을 터뜨린 이병두의 이야기, 조선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 최초의 발성 영화 춘향전 등의 이야기들은 마치 그 시대를 표현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한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그 시대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몇몇 소개되어 있어서 조선말 우리 사회 사람들의 생각과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까지 알 수 있다. 거대 신문사 사장의 월급에 무려 수십 배를 저축하였던 화류계 기생들의 이야기, 4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조선의 소리판(레코드판), 금광왕이었던 벼락부자 방응모가 조선일보를 인수한 이야기, 서로 경쟁을 벌였던 종로 화신 백화점과 혼마치 미쓰코시 백화점 등의 이야기는 현대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화제가 될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지금의 시대는 너무나도 빠른 기술과 정보의 발전과 변화로 인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흥미가 조금 덜 한 것 같다. 너무나 빠른 시대의 변화는 옛 것에 대한 낭만이나 순수함을 느낄 수 없기에 안타깝다. 하지만 상상해보면 우리 후대의 사람들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자료와 남아 있는 문물을 보며 ‘저런 시대도 있었구나!’하고 흥미롭게 생각할 것이다. 
 특히, 미래의 한국 사회 사람들이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기업들이나 경제 모습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고 평가를 할지 궁금하다. 솔직히 삼성이나 현대 등의 대기업들의 지금 모습이 그다지 좋지 못하여 아무래도 미래의 사람들이 별로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을 것 같아 유감스럽다. 우리 사회가 모든 사람들이 부나 경제적 정의에 의하여 차별 받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그래서 미래 한국 사회 사람들이 내가 살았던 시대를 희망차고 밝은 시대로 평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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