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아니요'가 사라진다면
다그마 가이슬러 지음, 양혜영 옮김 / 윌마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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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른인 저도 때로는 거절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관계가 어색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인데요. 그래서 아이에게도 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에서 '아니요'가 사라진다면』은 어느 날 세상에서 '아니요'라는 말이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허락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이 신나 하지만, 점차 거절할 수 없는 세상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편한지 깨닫게 됩니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거절의 중요성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상상력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배려와 친절을 강조하지만, 정작 싫은 것을 싫다고 표현하는 방법은 충분히 알려주고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존중하는 것만큼 자신의 마음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거절을 어려워하는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거절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은 후 아이와 함께 '아니요'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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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편해지는 갱년기 상담소 - 산부인과 전문의가 알려 주는 내 몸의 변화와 신호 80가지
카트린 샤우디히.카트린 지몬센 지음, 김현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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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제공받았습니다]

사춘기는 방문을 닫고, 갱년기는 방문을 부순다.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예전에는 그저 먼 미래처럼 느껴져 웃고 넘기던 문장들이 이제는 조금 가까운 미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사실 저에게 갱년기는 안개 속의 판도라의 상자 같은 느낌이랄까. 가까운 미래에 몸에 다가올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집니다. 이 책은 저와 같이 갱년기에 가까워진, 혹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싶은 독자에게 쉬운 설명을 제공한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꽤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폐경은 단순히 50대에 훅 왔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찾아온다고 해요. 이 격동적인 시기에는 호르몬 상태가 크게 변동하고, 이 호르몬의 변화는 슬프게도 여성의 뼈 건강, 우울감, 홍조, 무기력 등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사람에 따라 그 경중도 다르다고 해요. 그러니까 갱년기를 겪고 있는 분들이 실제로 느끼는 증상들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잘 다스리면서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는 한편 의학적인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또 더 경악한 건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불운한 여성도 있다는 것이에요. (설마 나는 아니겠지...)

흔히 알고 있는 갱년기의 증상 외에도 놀라운 증상들이 많았는데요.

얼굴에 털이 자라는 증상 (네에?)
이명
입안이 타는 듯한 느낌 (으아아악)
알레르기와 음식 불내증이 생기는 것
얼굴 중앙이 붉어지는 장미증
체취의 변화

등 주변 선배들(?)에게 들어본 적 없는 증상들이 있어서 조금 두려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모르고 겪는 것보다는 알고 겪는 것이 훨씬 이로우니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럼 갱년기를 슬기롭게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당연히 근력운동입니다. 저도 저희 엄마께 항상 근력운동의 중요성을 강조(아니 반협박)하는데요. 실제로 폐경 후에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근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근육이 약해지면 결국 뼈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해 등이 굽거나 뼈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걷기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어려운 의학용어가 아니라 쉬운 용어 위주로 설명되어 있어서 전문서적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매우 좋았다는 점인데요. 아직 저에게는 다가오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지만 조금은 안개가 걷힌 듯한 느낌이 듭니다. 10년이 지난 오늘 즈음 다시 열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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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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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단편들로 구성된 김경욱의 소설집이다. 한편씩 읽어나갈수록 약간의 기시감이 느껴졌는데 그건 아무래도 작가, 소설이라는 소재가 공통적으로 들어가서일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소재를 썼음에도 각 소설의 감상이 달라지는 건 아마도 김경욱 작가의 실력이겟지. 의도한 바같기도 하고

 

모든 소설이 나에게 어떠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가장 좋았던 소설은 [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와 [모르는 사람]이었다.

 

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에는 강선재라는 과외 학생과 고학생인 내가 등장한다. 나는 누나가 넷이나 있는 책상 도련님같은 사람인데, 공부에 썩 재능이 있어 상경하여 홀로 생활한다. 우연한 기회에 고등학생 강선재의 과외를 맡게 된다. 왜인지 나는 이 소설의 ‘나’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구보씨처럼 느껴졌다.

 

“자넨 꿈이 뭔가?”

“소설가입니다.”

P19

 

호리병에서 풀려난 거인이 갑자기 소원을 물어온것마냥 생뚱맞은 대답을 하는 나

 

 

“왜 내가 졌다고 생각하나?”

“사고무친 타양살이 어려움 뚫고 독자 생존하려면 이기는 기운을 거머쥔 아가 내려가야디.”

P20

 

 

“너는 뭔데,꿈이?”

“ 웃겨 죽겠는데 아무도 웃지 못할 때 있잖아요. 그럴 때 나 서서 큰 소리로 웃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두 해 뒤, 저는 가출한 과외 학생이 등장하는 소설로 작가가 되었고 그 소설의 제목은 ‘아웃사이더’였습니다.

P29

 

아웃사이더는 김경욱 작가의 첫 데뷔작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 수록된 작품마다 전하는 이야기는 조금씩 다르게 느껴졌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치 한 편의 자전소설을 읽은 것처럼 김경욱 작가가 소설가로 걸어온 여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설가로 살아오며 느꼈을 회한과 기쁨, 좌절과 슬픔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었고, 그것들은 종이에 물이 스며들 듯 천천히 내 마음속으로도 번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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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 - 소통 불가능성의 인문학
정희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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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의 제공으로 완독 후 솔직히 작성한 글입니다]

“저 인간은 도대체 왜 저럴까?”

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다면 강추하는 정희진 작가의 인문학서입니다.

종종 저는 제 스스로가 예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하하호호 넘길 수 있는 대화가 저에게는 찝찝함과 불쾌함을 남길 때가 있거든요.

얼마 전 어느 무리에서 한 연세 지긋하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 아들은 겨드랑이 털을 깎아... 나 정말 걱정돼.”

“네? 요즘은 남자들도 그루밍 많이 하지 않나요?”

“아니, 우리 아들 게이 되는 건 아니겠지?”

?????

순간 제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겨털을 깎는다고 게이가 된다면 인간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게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골머리를 앓을 만큼 걱정스러운 존재인가.

20대의 저라면 이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별 이야기를 다 했겠지만,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저는 마음속 귀를 막고 은은한 미소로 하하하 하고 넘깁니다.

아마 그 순간 저는 이미 그 사람과의 소통을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나이를 먹으며 터득한 나름의 평화로운 대화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정희진 작가는 애초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완전한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합니다.

소통은 원래 불가능한 조건 위에서 가끔 일어나는 조우이며, 영원한 합일이 아니라 짧은 만남과 스침이라는 것.

그러니 상대방을 완전히 설득할 수도, 나 역시 완전히 설득당할 수도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생에서 일어나는 이 짧은 스침들을 너무 확대해석하지 않기를.

읽는 내내 밑줄을 긋고 수많은 인덱스를 붙였습니다.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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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쓸모없다 - 사노 요코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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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사노요코는 안보고 지나치면 섭섭한 일본 에세이작가 중 한 명입니다. 이제는 고인이 되셨기에 새로운 작품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좋은 기회로 새 에세이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녀가 쓴 그림책은 일본 특유의 정서 때문인지 아주 밝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체가 따뜻해서 도서관에서 발견하면 자리 잡고 꼭 읽어보는 책이랍니다. 제가 사노요코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냉소적인 문체 때문인데요.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에세이보다 다소 냉정하더라도 화끈한 작가가 좋다면 저는 사노요코 작가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제목처럼 이 에세이는 우정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드러납니다. 저는 사실 거의 공감하면서 읽었던 것 같아요.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어린 시절의 우정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요. 어린 시절 매일 놀던 이웃집 아이가 병으로 죽고 장례식 답례품으로 떡을 받았는데 같이 놀던 또래 아이들이 맛있게 나누어 먹고 또 놀러 나갔다고요. 어떤 죄책감도 없이요. 잔인해 보일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에 우정이 존재하냐. 라고 저한테 묻는다면 저 역시도 머릿속에 물음표가 그려질 것 같습니다. 우정에 미쳐있는 (지구촌 청소년들 다 같구나) 10대를 지나 20대, 50대 60대의 우정을 인터뷰 형식, 산문 형식으로 표현했는데 참신하고 가독성이 좋아서 금세 읽었답니다.

 

다 읽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인간이라는 존재도 결국 동물이고 본인의 안위, 더 깊게는 유전자를 보존하는 것이 본능일 텐데 때때로 타인에게 한없이 다정해지고, 희생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어요. 어느 과학서에서는 생존의 한 방법이라고 쓰여있긴 했지만요.

 

저는 친구들에게 다정한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우연히라도 읽게 되는 실 친구들은 격하게 공감할 듯 미안하다 얘들아) 그래도 제 범주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지기도 하고 그만큼 실망하기도 합니다. 친구가 무엇이나 우정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는 책을 읽고 나서도 스스로 정리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부모님보다도 더 깊은 사이가 된 친구들을 조금 더 사랑하자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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