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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짜 일본이다 - 유정래의 신일본론
유정래 지음 / 세나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의 야쿠자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 항상 뒤에 일본도가 걸려 있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책의 48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우리에게는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나라이다. 어릴 때는 그냥 '그렇구나,,' 싶었던 이 말이 나이를 먹으니 훨씬 더 깊게 공감이 된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채 2시간도 되지 않는 거리. 생김새로는 한국인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이어폰을 귀에 꼽고 거리를 걸으면 이곳이 한국인지 외국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흡사한 느낌. 심지어 관광지 번화가는 한국어도 많이 들리고 간판에 한국어도 많이 볼 수 있어 그 나라 언어를 모른 채로 가도 어색하지 않은 나라. 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좋아한다'고 말하기 쉽지 않은 나라. 그게 내가 가진 일본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다.
그 가까움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점이다. 어학서적은 아직도 영어가 대세지만 여행서적은 이제 일본이 대세인 것 같다. 일본 문화에 관련된 책도 많고 당연히 어학서적도 많다. 일본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친숙한 나라도 어쨌든 일본이다. 그만큼 일본에 대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서점에서도 인터넷에서도 일본에 관한 정보는 넘칠 정도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 [이것이 진짜 일본이다]를 처음 접했을 때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일본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 과연 무엇이 '진짜 일본'이라는 것일까?
저자는 늦은 나이에 일본의 학교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이 '늦은 나이'라는 것이 꽤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어린 나이에 어학연수를 떠나는 사람들은 많아도 늦은 나이에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저자는 학습 이외의 여러 가지 면에서도 다른 시선으로 일본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공부도 하고, 도장에도 다니고, 사업까지 하며 일본에서 생활한 저자는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일본에 대해 써내려간다. 이것은 꽤나 독특한 느낌인데, 한편으로는 공감하고 흥미진진해 하면서 한편으로는 나와는 다른 세대의 조금은 다른 마인드도 엿볼 수 있다.
"나는 국어 시간에 배운 우리나라의 문학작품이나 시 등을 생각하면 "이제까지 친일파가 쓴 것을 명작이라고 열심히 외우고 시험 보기 위해 밤을 새우며 공부했단 말인가!" 라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 나라 국어책에 실린 많은 글들이 친일파의 손으로 쓰여진 것을 알았을 때 내가 받은 충격이 고스란히 여기 담겨 있다. 심지어 학생 때는 친일파의 글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했으니 정말 교과서의 대단함에 입이 떡 벌어질 일이다. 요즘 학생들이 배우는 국어 교과서에는 친일파의 글이 삭제되고, 국사 교과서에는 이들이 친일파였음을 밝혀주면 좋겠는데 확인할 수도 없고,,(사실 확인하기 두렵다,, 요즘은 더더욱,,)
책은 목차만 봐도 알 수 있게 상당히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이야기들이 딱딱한 설명 방식이 아닌 저자의 경험담이 주를 이루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처음에 적었던 사무라이 이야기도 그렇고, 일본인들의 특성에 관한 부분도 재미있었다. 책을 읽기 며칠 전 일본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기억을 떠올리며 읽으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서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일본인은 자신의 화려한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읽고는 '이런 점은 배우면 좋겠구나,,'하고 솔직하게 생각할 수 있었고, 일본인은 뒤끝이 어마어마하게 길다는 내용을 읽고는 '이런 점은 우리가 나으려나,,'하고 약간의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에 가지 않고는, 아니 사실 일본에 가도 여행으로는 알기 어려운 일본인의 특성과 일본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보통의 책에서는 많이 다루지 않지만 실제로 일본에 가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빠찡코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인기 여행지가 아니라 조금은 낯설지만 한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신오쿠보 이야기를 읽고는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물론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정말 양보를 잘하고 질서는 잘 지키는 일본인'은 반은 공감하고 반은 그렇지 않은데, 일본 여행 중 본 일본인들은 무단 횡단도 잘 하고, 질서도 썩 잘 지킨다고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람을 치고 가는 일도 다반사에 새치기도 종종 봤다. 그런데 구급차가 지나가자 길에 있던 모든 차와 사람들이 일시정지 상태가 되더라. '아,, 이건 좀 대단하구나' 싶었다.
일본어나 자기 나라말을 하는 아시아인을 무시한다는 내용은 조금은 의아했다. 일본 여행을 많이 간 것은 아니지만 갈 때마다 일본어로 말을 걸어도 무시한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관광지도 가보고, 관광지에서는 좀 떨어진 조용한 마을도 가봤지만 일본어를 쓸 때와 영어를 쓸 때 다른 느낌은 받지 못했고, 오히려 일본어를 쓰면 놀라며 더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영어로 물어보면 일본인들이 알아듣지 못해 오히려 불편했는데,, 이런 부분은 '돈을 쓰러 가는 사람'과 '돈을 벌러 가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로도 볼 수 있을까? 그렇지만 저자는 여행 중에도 이런 불편을 겪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조금은 의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뜨헉!'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 책, 굉장히 저자의 사생활이 깊이(?) 들어 있다. 사실 스스로의 사생활이라면 얼마든지 써도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사생활이라는 것이 오롯히 나만의 것이기 어디 쉽던가,, 저자의 연애 경험담이 담긴 부분들은 '이 책을 혹 당사자가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싶을 정도여서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 '솔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하는 생각이 더 컸다. 특히 사귀던 일본 여성에게 '배우자가 일본인이나 영주권자여야 일본서 일하기 편하다네!'라고 말했던 부분과 상대의 반응을 듣고 정말 기분이 나빴다고 하는 부분, '그 후 나는 일본 여성에게 비자를 구걸하는 듯한 말은 절대 삼가하기로 했다'는 부분을 읽고는 오히려 읽는 내가 기분이 나빠질 정도였다.
리뷰를 되돌아보니 꽤 부정적으로 쓴 것 같지만 사실 이 책은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본의 모습, 가능한 치우치지 않고 글을 쓰려는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꽤나 흥미롭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국내에서 출판된 책은 국내 정서에 맞게 우리에게 불리한 내용은 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보면 '이런 점은 배우면 좋겠다'거나 '이런 점은 일본이 낫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물론 마냥 일본의 편을 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국내에서 출간된 '점잖은' 책들보다 훨씬 신랄하고 적나라하게 일본을 욕하기도 한다. 칭찬할 부분은 솔직하게 칭찬하고, 욕할 부분은 시원하게 비난을 날리는 저자를 보며 독자 역시 일본을 조금 더 솔직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점잖지 않은 책'이다. 표현도 적나라하고 직설적이다. 일분의 독자들에게는 그것이 통쾌함으로 다가올 수 있고 일부의 독자들에게는 그것이 거부감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확실히 색다른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제목의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내게는 약간 거부감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내가 모르던 일본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