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출간 이후 온오프라인을 막록하고 그 책의 표지가 보이지 않는 곳이 없었던 책 [허즈번드 시크릿].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주변 분위기는 -나를 포함해서- '홍보만큼은 아니다.'였다. 그렇지만 일단 이 책을 검색하면 보이는 수백 개의 리뷰만 봐도 단순히 홍보만으로 그만큼의 인기를 누리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다음 책도 집어들었다. 제목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책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이다.
"(개인적인) 주의사항 : 이 책을 읽기 전 가능하면 인터넷 서점 등의 출판사 리뷰를 읽지 않을 것을 권합니다."
일단 이 책의 메인 홍보문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전작에서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이라는 강렬한 한 문장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궁금증을 유발했던 출판사는 이번에도 역시 강렬한 한방을 날린다.
"세 여인을 둘러싼 사소한 거짓말이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을 불러온다!"
책의 뒷표지 홍보문구에는 이 '살인 사건'을 큼지막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사실 책에서 살인 사건은 단순히 독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유지하게끔 만드는 장치에 불과하다. 책의 메인이 되는 것은 사건이 여기까지 흘러가는 데 있었던 수많은 일들, 그 속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의 교차되는 생각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흐름이다. 자꾸 비교를 하게 되는데 확실히 이 책은 전작과 비슷한 흐름이다. 이야기의 주축이 되는 것은 몇몇 여성들이고, 그 일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 우유부단 혹은 문제성 남성들이다. 강렬한 홍보 문구의 내용이 실제로 책에서는 메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되는 책은 전작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
이야기는 바닷가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예비 초등학생들과 그 부모들의 헤프닝이 주를 이룬다. 이혼한 전남편의 아이가 재혼 후 낳은 자신의 아이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고 자신의 큰딸이 점차 전남편과 그의 새로운 아내를 따르게 되며 내적 갈등을 일으키게 되는 매들린, 남편 없이 꿋꿋하게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어린 싱글맘 제인, 부유한 형편과 자상한 남편, 말썽꾸러기이지만 밝은 쌍둥이, 누가 봐도 완벽한 가정에 사는 것 같지만 어딘가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 셀레스트. 이 세 명의 여성이 주축이 되고, 또 그들의 남편, 아이들, 주변의 학부모들과 그 아이들까지 가세해 상당수의 인물이 등장한다.
일단 메인이 되는 사건은 매들린과는 쌍벽을 이루는 학부모 레나타의 딸 아마벨라가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아마벨라가 자신을 때린 학생으로 위에 언급한 세 주축이 되는 인물 중 한 명의 아이를 지목하면서 그 여파가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단순히 아이들의 사소한 싸움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그 일은 놀랍게도 학교 전체를 흔드는 사건이 되고 마침내는 사소하지 않은 사건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책의 구성이 참 재미있는데 일단 현재에서 시작해 어떤 죽음이 발생했음을 먼저 알려주고, 그 죽음이 있기까지의 과정으로 보여주기 위해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간은 6개월 전, 5개월 전,,,,하는 식으로 점차 현재로 다시 오게 되고, 오는 과정에서 '현재의 인물들'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함께 보여주면서 현재의 사건 역시 조금씩 구체화된다. 이 과정이 참 흥미진진한데, 현재의 인물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보면 죽음을 맞이한 당사자 궁금해서 과거의 일들에 대한 흥미도 함께 높아진다. 한마디로 그 과정이 재미있어 계속 읽게 되는 것이다.
제목과 책의 초반만 읽었을 때는 단순히 제목에 언급된 사소한 거짓말이 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책 속에서는 크고 작은 거짓말이 존재한다.(이 부분은 영문 제목을 보면 좀 더 확실해진다.) 1/2이 끝없이 더해지면 한없이 1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그 거짓말들이 더해지고 더해져서 결국에는 한 사람의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 과정의 꽤 명확하고 근거가 확실해 전작보다 결말을 깔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확실히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은 [허즈번드 시크릿]에 비해 재미있다. 이야기의 흐름도 훨씬 자연스럽고 결말까지 읽고난 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작가가 여러 인물들 -심지어 어린 아이들까지- 의 다양한 심리와 행동 묘사를 어쩜 이렇게 사실적으로 했는지 감탄스러울 정도이다. [허즈번드 시크릿]을 읽었을 때는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이후의 작가의 책이 출간되는 것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