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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아카마쓰운송'을 경영하는 사장 '아카마쓰 도쿠로'. 어느 날 소속 트레일러가 운행 중 타이어가 빠져서 날아가 지나가던 모자를 강타하고, 그로 인해 어머니가 사망하고 아들은 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다. 트레일러의 제조사 '호프자동차'는 자체 조사를 통해 사고의 원인을 아카마쓰운송의 정비불량으로 판단하고, 아카마쓰운송은 순식간에 사고의 피의자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사고로 인해 대형 거래처의 거래 중단 통보, 은행의 대출 거부, 여기에 사고 피해자로부터의 소송까지 한순간에 회사가 뒤흔들리며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와중에 아카마쓰는 트레일러의 구조적 결함을 의심하게 되는데...
이 책의 중심인물은 사고가 난 트레일러가 속해있는 아카마쓰운송의 사장 아카마쓰이다. 사고의 원인이 정비 불량이라는 제조사의 조사 결과로 인해 모든 책임은 아카마쓰운송이 져야만 하게 되었고, 유가족에 대한 죄책감은 무겁기만 했고, 이 사고로 인해 아이들의 학교생활까지 지장을 받는 등 그 여파는 자신과 회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러다 불과 얼마 전에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거듭된 조사 끝에 호프자동차의 결함이 의심되는 사고가 여러 건 있었지만 번번이 정비불량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 책임의 소재가 차체의 결함인지 정비불량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똑같이 책임 소재를 다투어야 할 제조사에서 자체 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해당 부품을 조사하기 위해 반환은 요구하지만 호프자동차에서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그룹사인 '도쿄호프은행'에서는 도리어 대출의 거부와 기존 융자의 반환을 요구하는 등 아카마쓰운송을 극한으로 몰아넣는다. 동네의 중소 운송회사가 철옹성과도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해야만 하는 승산이 희박한 싸움. 사방이 적과 같은 상황에 아카마쓰는 절망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도로운송차량법 위반이면 기껏해야 벌금 20만 엔이라던가, 그런 하찮은 문제예요."
[하늘을 나는 타이어] 속 '호프자동차' 직원의 말 중에서..
당연히 사람이라면 나, 혹은 내가 속한 곳이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을 텐데, 당장의 '우리'의 이익을 위해 그 외의 모든 것에 너무 쉽게 눈 감아버리는 것에 책을 읽으며 여러 차례 놀랐다. 그리고 리콜 은폐라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받는 벌금이 단돈 20만 엔이었다는 것, 그래서 직원이 이러한 일들을 '20만 엔의 하찮은 문제'라고 말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그 어떤 책보다도 섬뜩해서 소름이 끼쳤다. 아카마쓰운송은 피가 마르고 또 마르는데 정작 사건의 당사자들은 죄의식조차 없다. 책의 거대한 볼륨이 아카마쓰운송이 이 사고로 인해 겪어야만 했던 힘겨움의 무게처럼 느껴지며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이 책 페이지가 넘어갔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은행원, 그것도 거대 기업의 그룹 은행 소속으로서 이케이도 준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모두 담은 책인 것처럼 깊게 다가왔다. 이 정도 볼륨이면 한참 읽겠네! 했는데 딱 이틀 만에 주파할 정도로 엄청난 가독성과 작가 특유의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