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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0월
평점 :

<운전석의 여자>를 집어 들기 전, 나는 '운전석의 여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건만 놓고 본다면 그녀는 피해자이다.
책 제목과 동일하고 총 11편의 단편소설들로 이루어진 책에서 가장 처음으로 실린 가장 긴 길이의 단편소설인 '운전석의 여자'.
앞뒤 표지를 면밀히 확인하고 읽어나간 소설이지만 결말 부분에 이르기까지 나는 줄곧 '이 여자가 도대체 하려고 하는 게 뭐야?'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의류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고 화려한 원피스를 입어보며 만족해하다가 직원의 '얼룩이 남지 않는다'라는 말에 히스테리를 부리던 여자.
결국 다른 매장으로 가서 비슷한 화려한 옷들을 입어보고 직원이 말한 '얼룩이 남지 않는 옷은 없다'라는 이야기에 흡족해한다.
글자가 수없이 찍힌 원피스에 화려한 줄무늬의 코트를 입은 여자는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축제 퍼레이드에 참가해도 될 듯한 눈에 띄는 사람이 되었다.
이 여자는 회계 사무소에서 16년을 일하고 최근에 일이 힘들었는지 휴가를 내어 해외여행을 떠난다.
직장 동료들의 배웅을 받으며 사무실을 떠난 여자는 며칠 전에 구입한 '그' 화려한 원피스와 코트를 입고 여행길에 오른다.
집에서 떠날 때부터 뭔가 삐걱거린다.
그녀의 옷차림은 하도 눈길을 끌어서 쳐다보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하고 싶은 착장인가 보다.
그런데다 그녀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주도면밀하게 살펴보곤 한다.
비행기 탑승을 위해 줄을 섰을 때에도, 탑승한 후 자리에 앉아서 옆 사람들에게, 뒷좌석의 사람들에게까지...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수상하기 그지없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 그녀에게 매력이 엿보였는지 몇 명의 남자들이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크게 거부하지 않다가 남자를 떠나기 전에 한 마디 한다.
"당신은 제 취향이 아니에요."
도대체 그 취향이 뭐길래?
탑승한 비행기가 착륙한 목적지가 어디인지, 그녀가 방문한 곳이 어디인지 와 같은 사소한 것은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 역시 쉽게 넘어갈 수 있다.
왜냐하면 그녀 자체가 충분히 의뭉스럽고 수수께끼를 불러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경찰들의 조사가 언급되며 소설은 끝난다.
정말이지 기이하기 짝이 없는 소설이다.
도대체 마지막에 어떻게 끝나는지 알아야 직성이 풀리게 만드니까.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