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대하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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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에서 기르고 싶어 3~4년을 고민했었다.
내가 키울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유튜브를 보면서 고양이 종을 파악하고
예쁜 고양이를 찾아다녔다.
회색빛 러시안블루. 우아한 샴 고양이...
꼬물거리는 모습. 도도한 행동. 따뜻한 품.
내가 원하는 모습이지만...
고양이가 나를 원할것 같지 않았다.
아침에 나갔다 늦게 들어오는 일상에서 고양이와 뒹굴거리 짬을 만들기는 쉽지 않게 느껴졌다.

#도리스레싱 그녀의 글을 읽으며
편안하게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엿보았다.
처음 고양이가 다가오는 모습.
거리를 두고 찾아오며 조금씩 다가가는 고양이.
위험에 처했을때 도움을 요청하며 자기의 보금자리를 알려주는 장면.
세밀한 묘사로 머릿속에 그려지며 나도 따라가고 있었다.

처음 엄마가 되는 고양이.
나도 엄마가 되었을때 너무 모르는게 많았고...
내 생활이 너무 달라져서 힘들었던 기억이 났다.
고양이가 새끼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쩜 눈에 보이듯 ...
고양이의 행동이. 표정이 ...
자기가 모르는 일이라고
열심히 야옹거리며 얘기하지만 결국 엄마임을 알고 젖을 먹이는 장면. 자기는 아직 엄마가 안 되었다고 바로 나와 자기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모습. 편안한 일상의 모습인데...
고양이와 대화하는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예쁘게 키우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갈수록 늘어난다.
책임감이 필요한데...아직까지는 생명에 대한 책임보다 위로를 받으며 예쁘게만 지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큰 사람들.
도리스 레싱의 글을 보면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갖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그 모든 고양이를 품어주는 여인.
고양이에게 집중하며 사랑을 전하는 사람.
따뜻한 글을 읽으며 나. 또한 생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함부로 그들을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P238
누군가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 과거에 너무나 가혹하게 배신당한 탓에 녀석은 두 번 다시 사랑을 마음에 담지 못했다.
고양이의 삶에 대해 잘 아는 내가 보기에 녀석에게 남은 것은 인간으로 인한 슬픔과 상당히 다른 슬픔의 퇴적물이었다. 고양이의 무력함으로 인한 고통. 우리 모두를 대신한 죄책감이 거기에 섞여 있었다.


P267~268
내가 다른 생각을 시작하자마자 녀석은 일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따라서 녀석과 나란히 앉는다는 것은 내 삶의 속도를 늦춰 불안하고 다급한 마음을 없앤다는 뜻이다. 내가 이런 마음가짐일 때 녀석도 통증이나 불안감 없이 좋은 상태라면 내가 고양이인 자신의 마음에 손을 뻗어 그의 정수를 발견하려 애쓰고 있음을 자신도 안다고 넌지시 내게 알려준다. 사람과 고양이, 우리 둘은 우리 사이의 장벽을 초월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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