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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인 더 미러
로즈 칼라일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21년 5월
평점 :

너무나도 닮았지만 또 너무나도 달랐던 쌍둥이 자매의 비극, <걸 인 더 미러>
언젠가 어린 시절 각각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쌍둥이 형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적이 있다. 외형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음식이나 색깔 그리고 평소 피우는 담배 브랜드까지 똑같아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물론 형제, 자매, 남매들도 비슷한 취향을 가지기도 하겠지만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라는 존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무언가 신비로운 기운을 타고난 듯 보인다. 로즈 칼라일의 데뷔작인 이 소설의 주인공 아이리스와 자매 서머는 그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으로 좌우가 바뀐 거울형 쌍둥이들이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구분하기 어려운 사이였지만 안타깝게도 주인공 아이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서머에게 복잡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소설 초반에 계속해서 표현되는 아이리스의 감정은 평범하지 않은 탄생과 성장 과정을 덧붙여지면서 점점 더 불같은 감정으로 변해간다. 태국으로 가족 여행을 간 서머는 아이리스에게 타고 갔던 밧세바 호를 태국 밖으로 빼내달라는 요청을 한다. 도움의 손길을 거절할 수 없었던 아이리스는 결국 마지못해 태국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아주 오랜만에 자매와 항해를 하게 된다.
항해에 익숙한 쌍둥이들은 서로 번갈아가며 배를 잡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서머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놀란 아이리스는 서머를 찾으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망망대해에서 사라진 쌍둥이 자매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신을 반쯤 놓아버린 아이리스가 이 상황을 자신을 위해 이용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는 기점으로 이 작품은 독자들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가면서 놀라운 크고 작은 반전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미 해외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영상화 계약까지 끝낸 이 심리 스릴러의 가장 큰 강점은 충실한 ‘빌드업 buildup’이다. 주인공을 둘러싼 상황이 변화를 맞이하며 겹겹이 쌓여가는 긴장감은 심리 스릴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미덕이다. 그리고 그런 빌드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저자가 작품 내에 뿌려놓은 두 가지가 바로 ‘거울 쌍둥이’와 ‘유산 경쟁’이라는 설정들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 두 가지 설정이 자연스럽게 맞물려서 작품을 구성할지 궁금했었는데 생각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이 작품에 녹아들어갔다고 평가하고 싶다.
올해 상반기에 출간된 스릴러 작품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완성도와 오락성 모두를 잡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려있는 옮긴이의 말 부분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데뷔작이 엄청난 찬사와 호평을 받으면 차기작에 대한 작가의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나 또 다른 멋진 작품으로 우리에게 찾아오기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