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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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십여 년 전만 해도, 재난을 다루는 헐리우드 영화들의 단골 줄거리는 바로 외계인 침공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태풍, 우박, 지진, 대기오염, 먼지 등 자연 재해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 받고 도망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지의 존재인 외계인의 공격보다 환경오염이나 자연 재해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요즘 환경 관련 뉴스를 보다보면 영화 속 상황보다 더 심각한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 책을 쓴 저자 마이클 셸런버거는 상당히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마이클 셸런버거는 오랜 세월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각종 저술 활동과 강연을 펼쳐나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2020년 초여름에 출간한 이 책은 주류 환경론자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대중에게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대중매체나 환경 전문가들이 외치던 목소리와 너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저자는 환경론자들이 외치는 종말은 오지 않을 것이고 기껏해야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도에서 3도 정도 기온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규모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큰 선진국들이 주도적으로 노련한 탓에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고 있으며, 당장 사라질 것 같이 조명하던 지구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 역시 80% 정도는 건재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북극곰의 위기, 플라스틱의 위협, 원자력에 대한 공포 등 환경론자들의 주장을 대표하던 여러 이미지들을 연구 자료 등을 근거로 분석하고 반박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전하는 유전이 개발되어 더 이상 고래를 사냥해서 고래 기름을 얻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과 친환경 에너지로 손꼽히는 풍력 발전기가 조류나 박쥐, 곤충이 살아가는 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 그리고 북극곰의 개체 수 감소의 주요 원인은 얼음 면적 감소가 아니라 사냥이라는 이야기 등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가 기존에 접했던 이야기들과 상당 부분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저자의 이런 주장이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무조건 100% 진실이자 사실이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기존의 주장에 반박하는 이 책의 내용들을 팩트 체크하는 과정을 통해서라도 다양한 이야기를 받아들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주장만이 정답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는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왜 사실이 아닌지 서로 토론하고 대화하는 그런 과정이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심각한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당장 각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행동 변화를 촉구하던 기존 주류 환경 운동가들에게 이 책은 불쾌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 역시 이 책에서 저자가 펼치는 모든 주장들을 곧이곧대로 신봉하고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양쪽의 주장을 모두 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과 앞으로 저자의 행보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나이를 점점 먹으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나 소비 활동이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책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읽으려고 했던 것이다. 이 책은 분명 기존 환경론자들 사이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화제의 책이다. 단순히 화제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저자의 주장에 동조하는 쪽과 반론을 제기하는 쪽이 서로 토론을 하며 인류를 위해 더 긍정적인 길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구 환경 문제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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