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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칼에 베였다
김선규 지음 / 부크크(bookk) / 2026년 8월
평점 :
일전에 밥상 라디오 17화를 청취하게 되었다. 밥상 라디오는 밥상공동체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다. 그곳에 그가 같은 목소리 톤으로 말하는 걸 들었다. 그런데 그의 말 톤에 묘하게 흡입력 있게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대략 시인의 주장은 이러했다. 좋은 시를 쓰고 싶은가. 그러면 어렵게 쓸려고 하지 말고 쉽고 타인과 공감할 수 있게 쓰면 된다고 말한다. 그럼, 공감 가는 시는 무엇인가? 자신의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하면 타인과 공감할 수 있단다. 그래서 시인이 말하는 좋은 시는 아주 특별한 미사여구나 별도의 언어가 아니라 솔직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란다.
보고 싶다. 그립다. 고맙다. 이런 짧은 말도 충분히 좋은 시가 될 수 있다. 시는 특별한 사람이 쓰는 것이 아니다. 삶을 살아낸, 살아온 사람이, 지극히 평범한 우리 같은 사람이 쓰는 것이라 말한다. 즉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바로 그 이야기를 쓰는 것이 시라는 의미다. 또한 시는 잘 쓰는 게 중요하지 않다. 나의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그것을 통해 위로 받는다면 최고의 시라고 표현한다.

길바닥에 누런 덩어리 하나
버덩에 웬 황금 덩어리냐
이게 무슨 횡재냐 싶어
급하게 달려들어 덥석 잡으니
아이고머니나 똥 덩어릴세
누리끼리한 것이 황금 덩어리나
똥 덩어리나 어쩜 저리 똑같을까
손엔 똥 냄새가 고약스럽고
지랄 났네 낭패일세
『누런 덩어리』 전문
이 시 또한 김선규 시인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만큼 시인을 만난 사람들은 나이를 잊고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같이 느낀다고 말들 한다. 그러나 두 명 이상 있는 자리에서 그 말을 들어보진 못했다. 그의 말에는 악의가 없다. 다만 잠깐의 상황이 서먹서먹하거나 팽팽한 긴장감이 있다면 말 한마디로 상대를 무장해제 시킨 분위기를 금세 말랑말랑하게 하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한 마디로 분위기 메이커라는 말이다. 한번은 함께 회의 자리에 동석한 적이 있었는데 시인이 어떤 주장을 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상대가 자신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주장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그의 의견을 적극 공감해 주고 동참해 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회생활을 참 잘하신다.
나이 들어서도 철이 덜든 그녀가
가을 이때쯤 다른 남자 품에 안겼다
그래도 그녀가 가끔 그리워
가슴에 묻어둔 기억을 꺼내 들곤
보고 싶다고
중얼대기도
또 히죽 거리며 웃기도 한다
그저 나 혼자만 아는 사연이다
『짝사랑 그 여자』 전문
김선규 시인은 이런 사람이다. 그런데 시인은 자신의 시집을 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시집을 한 권 출간하세요.”라고 권했더니 “시집은 뭐, 생각 없고 그저 나 좋으면 그뿐.”이란다. 시인을 알지만, 시인의 깊이는 미리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 어찌어찌 설득하고 겁박하고 독촉해서 “유 작가, 믿고 한번 해 봅시다.”라는 동의를 얻어냈다.
세상 사람들에게 김선규 시인의 시를 소개하고 싶었다. 여태껏 내가 느낀 감정과 감성이 다른 분들도 함께하고 싶었다. 세상에 좋은 것은 함께해야 빛이 나고 즐겁다. 무엇보다도 맛있는 밥도 혼자보단 다 함께 먹어야 맛있는 법이다. 그리고 좋은 것은 나누어야 미덕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야 세상이 살맛 나지 않겠는가.
이 시집을 접하는 분들께 꼭 김선규 시인과 그의 시를 소개하게 되어 무한한 영광이었다. 물론 덥석 결정하고 준비하고 기획하며 날카로운 눈매로 시인을 바라봐야 했지만 그래서 더 행복하다. 이런 소명을 통해 시인과 시집을 소개하게 되었으니 모래알에서 보석을 찾는 귀한 경험 동참에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제 남은 일은 독자들의 눈길로 보석같이 빤짝빤짝 빛나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오래오래 시인과 함께 신나게 글쓰기에 몰입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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