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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7월
강익빈 지음 / 좋은땅 / 2026년 3월
평점 :
최근 여러 건의 시집출간 기획을 하다 보니 타 시인의 작품을 서평 하게 되었다.
보통 표지는 컬러로 하고 내지는 흑백으로 하는데 이 시집은 표지도 흑백이고 시인에 대한 정보가 부재하다.
요즘 트랜드가 이런가 싶어 독자의 입장에서, 기획자의 입장에서 시집을 만나게 되었다.
시와 시어는 시인의 얼굴이고 심안을 투영하는 연못과 같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삶이란 무엇일까
마냥 힘들다 가는 것은 아닐텐데
피난민의 신분으로 시작되었으니
세상에 내던져진 채 사는
아름을 안고 살았다 했다
60년 전 빛바랜 할머니의 증명사진
마치 제3자를 보여 주는 둣한 무심함
과거로 사라진 것은 부질없다는 천명
더 살아서 무얼 하냐는 무념과 함께
허공에 빨래 방망이질을 한다
그렇게 휘두르고 후련해진다면
나는 기꺼이 그 돌멩이가 되겠다
슬퍼도 살아야 하느리라
씩씩, 바람 가르는 소리
미어지던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순간
몇 십만 원 손에 줘여 주며
이젠 어디 가도 떳떳하라는 할머니의 말처럼
마침내 순백 항아리로
그토록 단단해졌으면 됐다
어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테니
이제 더 이상은 도망치지 마오
할매, 우리 바람 타고 가요
『돌멩이』 전문
시인들에게 돌멩이가 특별한 존재인가 보다. 돌멩이로 여러 번 기획하다 보니 눈길이, 애착이 간 모양이다.
시인의 마음속 깊이 각인되고 고정된 가족사.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 반추되어 진다.
애틋한 사랑이 남아 시인에게 한이 된 듯싶다. 이제 그 마음을 바람 타고 가자는 마음이 바람에 전해 지는 듯하다. 이 시로 시인의 마음이 다독여지고 조금은 바람에 자유롭게 나풀거리길 바라본다.
남기고 간 흔적만 보아도
너를 떠올릴 수 있다
눈이 오는 날엔
너를 생각하고 있다
더 이상 손잡고 걷지 않아도
너를 사랑할 수 있다
마치 초월한 것처럼
사랑한다
나는 마치 영원할 것처럼
너를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 전문
이 시와 시어는 얼굴 없는 작가에 대한 유추가 가능하리라. 요즘은 남녀가 유별하지는 않다. 그러나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아직 까지는. 그럼에도 시인의 무의식 시어 중에는 스스로 무심이 노래한 말속에 유추할 수 있다. 시는 이런 쏠쏠한 재미가 있다.
어떤 여름을 기대했을까
한 치 앞도 모르는 내가
생각대로 될 거라고 믿었던
너무 많은 긍정적이었던 내가
『몇 년 전 오늘』 전문
짧지만 시인도,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짧은 시 속에 우리네 고민과 삶의 애착이 숨어 있다.
그리고 누구나 더 나은 내일과 미래를 꿈꾼다. 그럼에도 뜻 때로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생각과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도록 노력한다면 좋은 과실이 열릴 것이다.
기획자 측면에서 99편의 시는 결코 작은 양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시 한 편 다음 옆에 그림(삽화)을 삽입했다. 그림은 가능하면 예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시는 하나의 이미지를 국한되는 것 보다. 상상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다. 즉, 시 제목이 호두라면 그림 호두 식이다. 사람은 시각적으로 예민하다. 그러나 호두는 호두의 이미지만 존재하지 않고 독자에게도 호두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 한정되지 않는다. 다양한 기억과 추억을 시인이 고정하는 결과다. 또한 다음 장을 넘겨도 그 이미지가 시에 비취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
‘여백의 미’는 이럴 때 허용된다.
〈너의 7월〉 강익빈 시집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젊음의 내음이 풍긴다. 또한 잘 다듬어진 보석보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처럼 소중하다. 남들이 알아볼 수 없는 기교나 풍자는 없지만, 시인이 품고 있는 이야기, 시인의 감정과 온기가 인간적인 시와 시어로 독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이왕 양력이라도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없으니 궁금하기도 하고 선입관을 배제한 시인 시와 언어로 원석의 멋을 감상할 좋은 기회였다. 시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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