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ㅣ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멀리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소설가가 소설가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의 잔향 때문이다. 그의 소설은 짙고 깊은 여운을 남겨 머리가 띵하게 만든다.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다른 소설과 도서들이 시큰둥해진다는 말이다. 그게 그를 환호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내 서재에도 벽돌 같은 그의 소설이 대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에세이를 고민 끝에 이렇게 만나니 에세이는 그렇지 않다. 에세이를 에세이답게 썼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소설집(작품집)을 출판하기 전, 그의 소설로 인해 내가 작아질까 걱정이 앞선다. 일단 저질러 보고 나서 그의 소설을 만나볼 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통해 조금은 세계를 여행한 느낌이다. 행복한 시간을 좀 더 늘리기 위해 아주 천천히 그와의 좋은 대화의 시간이었다. 역시 나도 그의 펜이 확실한 것 같다.



○ ‘여행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로 귀찮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내서 떠난 만큼의 가치가 있다._P127

 

○ 나도 누군가에게 대놓고 “당신 작품이 싫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고심해보았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 그러나 만약 그런 입장에 처한다면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쓴 책에 내가 별로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론 한 권 한 권에 애착도 있고, 전력을 다했다는 자부심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대체로 불만인 곳이나 미숙한 부분만 논에 들어온다. 그래서 “그런 소설 싫어”라고 누군가가 말한다면 ’음, 어떤 의미에서 그럴지도 모르겠군‘ 하고 납득하게 된다. 너무 순순히 납득해서 안 되겠지만._P131

 

○ 소설에도 역시 같은 기능이 있다. 마음속 고통이나 슬픔은 개인적이고 고립된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더욱 깊은 곳에서 누군가와 서로 공유할 수도 있고, 공통의 넓은 풍경 속에 슬며시 끼워 넣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소설은 가르쳐준다. 내가 쓴 글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그런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_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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