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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평점 :

〈그루잠〉은 박보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박보미 작가는 유튜브(덕자전성시대)의 덕자로 크리에이터이자 아티스트라고 한다. 사실 소설가가 타인의 소설이 필요해 〈그루잠〉을 선택했다.
소설가의 눈에 비쳐진 박보미 작가의 〈그루잠〉은 한마디로 상당히 절제하며 문단을 넘겼다는 인상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가 촘촘하고 그러나 늘어지거나 절대로 쳐지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보다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 앉은 자리에서 소설을 뚝딱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첫 시작 문단에서 열 개의 문단 초입에 조금은 어렵고 인간의 내면에 시선을 복선으로 깔고 있다. 그 복선이 본문과는 이질적이지만 복선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오히려 이야기 보다 함축해 놓은 것이 마지막 읽고 나서 여운이 아주 길고 깊게 느껴진다. 꼭 산사에서 마시는 차의 향기처럼 은은하게 사람의 마음을 살랑이게 한다.
다만, 중간중간 이야기를 건너뛰면서 ‘이건 뭐지?’ 했는데 작가의 의도대로 콩이네, 팥이네 하는 것 보다 소설의 품격과 작가의 의도에 깊은 공감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깊은 밤 박보미 작가의 〈그루잠〉의 책장을 덮으며 주인공 윤설을 통한 휴머니즘을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소설과 함께하는 순간 행복했다.
○ 그날 우리는 완벽한 하루를 보냈다. 가득 채워진 컵도 완벽하지만 완벽하게 비워진 컵도 있다. 그리고 결국 나는 그 텅 빈 잔을 끝내 외면하지 못한 채, 가을을 보냈다._P124
○ 눈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조용히 당으로 스며들어 남아 있었다. (…) 나는 내가 항상 눈인 줄 알았다. 녹지 못한 채 길 위에 남아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겨우 내 땅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씨앗이었다. 녹은 눈들은 우연히 생긴 틈으로 스며들어, 꽁꽁 숨겨져 있던 나에게까지 닿아 양분이 되어 주고 있었다. _P158
○ 어느덧,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수록 그 사람이 사라지는 상상을 먼저 하게 되었고, 따뜻한 말을 들을수록 혼자 남겨질 순간부터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마음보다 먼저 거리를 두게 되었다._P226
○ 그렇게 나는 소설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공상을 좋아했던 나에게 그건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몇 장을 넘기지 못하고 숨이 막혔다._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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