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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딸랑 나귀의 방울소리 위에
박건호 지음 / 모닥불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시집] 딸랑딸랑 나귀의 방울소리 위로_박건호
대한민국 대중가요의 작사가로 한 획을 그은 박건호 시인의 시집이다. 그분의 유품을 정리할 기회가 있어 많은 시집 중 제일 많은 양의 시집을 집어 들었다. 많은 양이라면 마지막, 최근 시집이라는 뜻일 거다. 검색을 해 보니 하늘로 가시기 전 한 해 전의 시집이다. 세상에 나와 고통 속에 살며 남들을 고통을 대중가요 가사로 위로와 위안을 주신 분이다. 사랑보다 미움이 먼저였다는 말에는 어찌 사람이 미련스럽고 고지식하게 솔직한가 너털웃음이 나왔다. 시집 출간을 준비하며 이 시집은 샘플을 넘어 교본 수준이다. 수많은 시집을 정리하며 선생님의 시집이 마음에 가득 찼기에 용기를 내서 시들과 만나게 되었다. 시 곳곳에 털털하고 솔직 담백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선생님 덕분에 재능기부의 시집의 완성도를 한층 높일 수 있었다.
시집 4부에 ‘태초에 길은 없었다’가 두 번 수록되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다. 편집과 기획자 입장에서 보면 선생님의 뾰족한 노림수일 수도 있고, 인간적 실수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박건호 선생님의 이 시가 참 좋다. 내가 아팠지만, 남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옆집 털털한 형님처럼.
저만큼의 거리에서
더 이상은 가까이 오지 않는
한송이 장미여
나는 너에게로 달려가
가시에 찔리고 싶다
이대로 가슴이 터져 죽느니
샛빨간 장미 모양의 무덤 속에
잠들게 하라 〈장미를 위한 고백〉_P25
한잔 마시고 고기 한 점 먹고
두 잔 마시고 이놈 저년 씹어댈 때
인생은 엿가락인가 자꾸자꾸 늘어진다 〈오리 안주 中〉_P53
난고 김병연은
하늘이 부끄러워
한평생 삿갓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정말로 가릴 놈들은
눈알을 부라리네 〈김삿갓〉_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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