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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위안 - 산문이 있는 풍경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정호승 시인의 산문 〈위안〉이다. 언젠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시집에 매료되어 정호승 시인의 펜이 되었다. 그런데 정작 정호승 시인의 직업이 목수라고 알고 있었을까? 정호승 시인을 대충 띄엄띄엄 아는 펜이었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시인의 시를 좋아했을 뿐, 기질적으로 그의 직업에는 무관심한 탓일 거다.
오랫동안 케케 묶은 오해와 선입관을 시인의 산문 〈위안〉으로 풀고 넘어간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 시인이며 월간조선에서 일했고 소설가로도 활동하다 다시 시를 쓰셨다고 한다.
산문 〈위안〉에 시인은 솔직 담백하다. 꼭 시인의 마음을 보듯, 또한 나를 우물에서 퍼 내여 비친 나를 들여다본다. 요즘 나의 글을 보고 누군가 그런 표현을 하였다. 사실 나도 시인의 산문처럼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답답하고 아팠다. 그런데 산문 〈위안〉을 읽고 우습지만 마음과 영혼에 위안받았다. 참으로 내가 싫어하는 표현인데 산문의 끝까지 읽고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위안’이란 표현이 아주 지극히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누군가 이 산문을 집었다면 나와 같은 느낌을 마음과 영혼으로 느껴보길 소망한다.
○ 실은 누구의 인생이든 그 안에는 황량한 사막이 하나씩 존재해 있다. 다만 두려워 그 사막에 가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그곳에는 사랑의 부재, 이해의 부재, 용서의 부재 등 온통 부재의 덩어리가 모래만큼 쌓여있다. 그 사막을 걸어가 봄으로써 비로소 삶의 절대적 조건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절대적 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아무도 선뜻 그 사막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_P33
○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안거나 품고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십자가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면 그것은 고통이나, 십자가를 가슴에 안고 가면 그것은 곧 포옹이자 기쁨이라고 말한다._P37
○ 욕심이 많으면 급류를 타고, 욕심이 적으면 인생은 냇물이 되어 완만히 들판을 흘러간다. (…)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고, 빠름은 부지런함이 아니다. 느림은 여유요 안식이요 성찰이요 평화이며, 빠름은 불안이자 위기이며 오만이자 이기이며 무한경쟁이다._P97
○ 시인은 죽어서도 사랑받는다. 시인은 죽어서도 시를 쓴다. 시인은 죽어도 시는 영원하다._P135
○ 향기는 사라지기 때문에 향기다. 만약 사라지지 않는 향기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역한 냄새다._P218
○ 매화나무나 벚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목련도 개나리도 진달래도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부터 먼저 보여준다. 참으로 순수한 열정이다. 나뭇가지의 어디에 그런 꽃이 숨어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_P235
○ 사람은 누구나 다 시인이다. 마치 씨앗 속에 꽃과 잎이 들어 있듯이 사람은 누구나 다 가슴속에 시가 들어 있다. 그 시를 가끔 내가 대신해서 쓸 뿐이다._P298
○ 인생의 몇 가지 비밀 중에서 이별의 비밀을 엿보게 된 나는, 이별이라는 게 거창하거나 달콤한 그 무엇이 아니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죽음의 세계라는 것을 겨우 깨닫게 된 것이다._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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