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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 ㅣ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
공지영 지음 / 분도출판사 / 2016년 6월
평점 :
공지영 작가의 책을 최근 많이 만나고 있다. 소설가로서 그녀의 독설. 그리고 사생활(세 번 결혼과 이혼)이 세간에 시선 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유럽으로 수도원의 기행을 떠나 써 내려간 책을 통해 함께 나란히 걷는 착각을 느낀다. 그런데 살짝 의구심이 들었다. 분명 어디선가 읽은 것들이 중복되어 스쳐 지나갔다. 2권의 수도원 기행을 최근 한 권으로 축약해 출간했는데 그 책을 먼저 읽은 탓이다. 그러나 수도원 기행 1~2권은 그것의 원본이고 좀 더 구체적이고 세밀함을 만날 수 있어 함께 누이와 떠나는 여행이 되어 버렸다. 종교적 가톨릭과 기독교, 불교를 통틀어 다양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이 맛난 반찬 모양으로 재미를 돋군다. 어서 빨리 2권을 읽어야겠다. 여행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 당황스러운 것도, 공포와 경악과 자기 멸시와 증오도 머릿속에서 이미 하얗게 사라진 지 오래였다. 고시 공부를 하는 것보다 더 성심을 다했던 나의 세 번째 결혼 생활이 산산조각이 나고 있는 걸 나는 두 눈을 말가니 뜨고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이다. 집안의 모든 유리 집기가 찬란히 부서져 내리고, 창 넓은 집, 햇살이 좋아 택한 그 집 거실에 점점이 흩어진 유리의 투명한 파편들은 카펫에 돋은 소름들처럼 반짝거렸다. 겁에 질린 아이들이 대낮부터 울기 시작했고 나는 피 흐르는 맨발을 끌며 아파트 밖으로 뛰쳐나왔다. 커다란 대추를 물고 있는 것처럼 부어터져서 다물어지지 않는 입술 사이로 찬바람이 자꾸 스며들며 나는 딱딱 부딪치며 떨고 있었다._P13
○ 생은 혼자 가는 길, 혼자만이 걷고 걸어서 깨달아야만 하는 동산로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_P104
○ 사람을 향해 웃어 주는 것, 이보다 더 큰 기도가 또 있을까._P134
○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나는 이제는 안다. 에로틱이라는 것이 결코 육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오르가슴은 육체로 시작해서 정신의 황홀을 합일시키는 것이고, 수도라는 것은 정신을 통해 육체를 초월하고 그리하여 마침내 육체의 긍정조차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닐까. 섹스라는 것은 하느님이 맨 처음 아담의 갈비뼈로부터 하와를 만들었을 때 하느님 앞에서 부끄러움 없이 둘이 행했던 사랑의 행위였다. (…) 그런데 섹스는, 남자와 여자의 성기에 갇힌 채로, 이제 갈비뼈 한 대의 인연도 없이 유리 진열장에 서서 몇 푼에 사고 팔리고 있었다._P216
○ 나 역시 편안해진 후에, 돈이나 명예, 사랑이나 이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날마다 되뇌며 살던 어느 날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사어에 대하여, 그것이 차마 집착인 줄도 모르고, 그 어느 것보다 무섭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_P266
○ 하느님께서 불러 주신 것이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나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거였다. 조용한 성당에 앉아 있다가 나는 알아 버린 것이다. 그건 그저 그냥, 사랑이었다는 걸._P280
○ 내 여행의 윤곽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러니 결국 이 세상 모두가 수도원이고 내가 길 위에서 만난 그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수도자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들을 만나려고 내가 이 길을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_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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