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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_김정운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였던 ‘김정운’이다. 대한민국 문화심리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한 동안 안 보이더니 일본에서 미술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수 여자만에서 그림과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여수의 섬에 미역창고를 사들여 김정운만의 동굴을 만드는 이야기다. 한 마디로 깜찍 발랄하다.
그리고 책의 곳곳에 있는 그림에 낙관이 있다. ‘오르가슴’, ‘오르가슴’ 무엇으로 읽어도 야하다. 김정운 교수답다. 인터넷에 찾아봐도 알 길이 없다가 책의 후반에 그 연유를 꺼내어 놓는다. 배꼽을 잡고 웃었다. 내 머리에선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아마 남자의 머리이니 정상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그리고 냉동실 속에 ‘빤스’는 압권이다. 한참을 웃었다. 웃고 나니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요즘 ‘설단 현상’이 걱정이다. 소설가가 등장인물을 헷갈리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종이에 기록하고 펼쳐놓고 글을 쓴다. 참으로 걱정이다. 그러나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다. 때론 잊혀져야 할 때, 까먹을 때가 감사한 경우가 있다. 그 경우의 수는 비밀이다.
김정운 교수님의 글과 말투는 기본적으로 통통 튀며 상큼하고 발랄하다. 머리가 아프다면 김정운 교수의 동굴 탐험을 추천한다.
○ ‘놀이’와 ‘공간’이 합쳐진 ‘슈필라움’은 우리말로 ‘여유 공간’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 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을 뜻한다.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단어다._P6
○ 시선은 곧 마음이다. 내 시선이 내 생각과 관심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다._P34
○ 오늘날에는 남의 말 중간에 뚝뚝 끊는 것도 폭언이며 폭력이다. (…)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 주고받기’다. 타인의 ‘순서’를 기다릴 수 있어야 진정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_P105
○ 분노, 적개심을 야기하는 파괴적 정서가 아니라, 공유하며 교차하는 공통 감각적 경험을 아주 치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문화예술정책은 그런 걸 하는 거다. ‘상식이 통하는 사화’는 그렇게만 가능하다._P123
○ 침을 바를 수 있기 때문이다~ ‘침 바르기’는 ‘존재 확인’의 숭고한 행위다. 우리는 ‘귀한 것’에 꼭 침을 바른다. 뭉칫돈이 생기면 우리는 한 장 한 장 침을 발라가며 돈을 센다.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그에게 혹은 그녀에게 침을 바르고 싶어 안달 난다. 책도 마찬가지다. (…) 그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 ‘침 바르기’가 동반되는 독서는 ‘성찰적’이며 ‘상호작용적’이다._P126
○ 자꾸 까먹는다. 글을 쓸 때 사람 이름이나 개념이 기억나지 않아 한참을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경험한 ‘냉동실의 빤스’는 진짜 최악이다. (…) 단어나 사람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입안에서 빙빙 도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설단 현상’이라 한다.
○ 배 이름은 ‘오리가슴’으로 했습니다. ‘오리가슴’은 ‘오르가슴’의 한국실 표현입니다. 육체적 오르가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정신적, 지적 오르가슴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오리가슴’을 내 그림에 빠짐없이 낙관처럼 그려 넣습니다. 즐겁게 그림 그리며 살겠다는 내 의지의 확인입니다. 내 배도 그림도 그렇듯 즐겁게 타고 싶습니다._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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