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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ㅣ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평점 :

[소설] 첫 여름, 완주_김금희
야근 후 쉬는 평일의 풍경은 요란하고 소란스럽다. 아침부터 남아 있는 소설을 마저 읽으려 애를 썼다. 소설의 내용과도 비슷한 몽롱함에 커피 마셨다. 소설 속 완주_지명이고 손열매의 레이스에 종점인 셈이다. 제목에서 여름을 말하지만 사계절이 있고 그곳에는 자기 삶에 긴 행로가 함께 있다.
특히 이 소설은 시각장애인들을 감안해 탄생한 소설이다. 소리로 전해지는 소설이다.
내게 학창 시절 유일한 방송은 라디오였다. 특히 주말에 소설을 라디오로 성우들이 들려주었는데, 나는 그때 소설에 대한 환상과 꿈을 품었던 모양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환상과 몽상을 꿈꾸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런 환상과 몽상 없이 사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건조하고 불행할까 생각해 본다. 소설이 소리로 변환되어 들려주는 일은 거의 환상적이다. 그것은 상상의 나래로서의 경험으로 말해주고 있다. 짧은 며칠은 김금희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야근 때문에 졸면서 다시 정신 차리며 소설을 영상으로 음성으로 변환해 보는 즐거움을 맛보는 시간이 되었다. 독자들도 그런 행복한 시간을 가져 보길 기원한다.
○ 저는 기본적으로는 일등이 아니라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자꾸 세뇌받아서 내가 가진 것과 남이 가진 걸 비교하게 되는데, 그렇게 자꾸 비교하면서 살면 결국 종착역도 안식도 평화도 끝없이 피곤한 여행이 될 뿐이거든요. 산다는 게._P116
○ 어저귀 열매 씨는 딱 도시에서 온 반건조 오징어 인간들 같아요. 불안과 공포와 의심과 적대와 적의가 압착된 냄새가 나거든요._P154
○ 양미는 자전거 옆에 서 있었고 표정은 그림자처럼 텅 비어 있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스위치를 꺼 버리는 건 상처받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배우는 방어 기제였다. 하지만 그렇게 쳐내 버린 감정은 반드시 돌아오게 마련이었다. 일렁이는 물결처럼_P163
○ 근데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인생은 고도다이, 혼자 심으로 가는 거야. 닭알도 있잖여? 지가 깨서 나오면 병아리, 남이 깨서 나오면 후라이라고 했어._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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