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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눈 비비는 소리
김미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0월
평점 :

[시집] 꽃들이 눈 비비는 소리_김미애
공단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문 가판대에 시집이 여러 권 있었다. 분명 신문 가판대였다. 반쯤 올라온 꽃들이 화사하면서도 청초해 보였다. 여러 권 중에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오후 다시 그곳에 갔을 땐 오직 신문 가판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꼭 시치미 떼듯 두 손을 뒤로 감춘 어린 여자아이가 씩 웃고 있었다.
김미애 시인의 시집 ‘꽃들이 눈 비비는 소리’는 원주천을 걸으며 시인의 눈에 보이는 것 감정을 쏟아 놓은 것 같다. 종종 원주천을 걷는 편이다. 산책 겸, 운동 겸 그곳을 걸었다. 아마 한 번쯤은 시인과 스쳐 지나쳤을 것이다. 시인도 나도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평온의 일상을 즐겼을 터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시집에 남긴 시인에 흔적들을 그곳에 있었고 나의 흔적도 그곳에 겹쳤다는 놀라움에 우쭐해졌다.
시인의 시는 쉬운 언어로 의미 전달과 설득력 있는 속삭임처럼 느껴진다.
간혹 새벽 안개비가 가득할 때, 그것이 여우비인지, 이슬비인지, 운무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시인의 한 걸음 한 걸음의 흔적이 그곳에 남아 있다면, 첫눈 깔린 길에 발자국처럼 아이의 호기심 어린 장난기를 발동해 똑같이 밟아가며 뒤돌아보듯 시집을 만나면 색다른 계절이 다가올 것 같다.

○ [봄은 맨발로 온다]
(…) 심약한 풀들이 초원을 달려오듯 / 이른 아침에 쏟아 낸 이슬을 털고 / 어린 풀들은 야망에 들떠 헤엄치기 위해 / 봄은 맨발로 온다_P12
○ [추억이 날 찾아와 준다면]
추억이 날 찾아와 준다면 / 그 밤 이별이 그리워 / 밤마다 별을 불러낼 것이다 (…)_P48
○ [크리스마스카드]
(…) 나무의 눈치를 보며 / 보고 싶다 써 놓고 또 울었습니다 / 사람의 정이 겨울보다 더 추운 거라고 /
그래서 자꾸만 끌어안는 거라고 / 크리스마스카드는 내 손을 잡아 줍니다_P56
○ [속앓이]
속앓이를 끝냈다는 듯이 눈이 내린다 / 창문에 붙은 눈송이 / 지는 꽃 대신 찾아와 주었네 (…)_P68
○ [그리운 엄마]
(…) 달빛이 지나간 자리에 눈물이 고이면 / 등을 내주며 눈물을 닦아 주는 가로등 아래 / 풀벌레만 눈치 없이 웃고 있다_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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