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화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3
김이설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0월
평점 :

선화_김이설
마음이 찡하다. 소외와 아픔의 한계에 심리적 묘사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특히 세상 살다 보면 용서되지 않는 일이 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나에게 위로와 아픔을 보듬어준다. 그래서 멋지고 훌륭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아픔이 하나씩은 간직하고 있다. 그것이 남들이 인식하고 드러내기 전에 그들이 알아차린다면 그것만큼 감옥과 철창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소설은 베어버린 손가락에 치료를 위해 반창고를 붙였는데 옆에서 호호하고 입김을 불어주는 그런 위안이 있다. 마음 아픈 슬픔을 넘어 따뜻한 화해와 용서도 있다. 그런데 마음이 잔하고 슬픈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사 살다 보면 억울하고 분한 일이 어디 한가지 뿐이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을 애써 외면하고 잊으려 노력한다. 그 이유는 내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죽음은 우리에게 커다란 치료제이면서 완충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순환의 단계인지도 모르겠다. 누구의 죽임이 주는 의미가.
그런데도 용서하지 못하고 잊히지 않는 사건과 순간들이 있다. 더욱이 불쑥불쑥 그런 상황들이 떠오르고 계기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슬픔이라고 표현하기에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죽음으로써 그 슬픔을 잠재우는 것이다. 물론 모두 아니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지만.
‘선화’ 이 소설은 나에게 위로를 준다. 순간순간 작가가 내뱉는 말속에 위안받는다. 어쩜 나도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리라. 소설을 통해 영혼이 위로받고 동질감으로 위안받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오늘 나는 위로 받았다. 아주 멋진 소설이다. 김이설 작가의 소설을 좀 더 찾아 만나야겠다.
○ 어느 식물이나 마찬가지지만, 때에 맞춰 물을 주고, 지속적인 관심을 주어야 죽지 않는다.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식물도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_P69
○ 차라리 얼마간 모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낱낱이 다 아는 것이 최선이 되는 건 아니었다. 때로는 알지 못했기 때문에 웃을 수 있었고, 잘 몰라서 거침없이 손을 내밀기도 했다. 알고도 외면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모른다는 이유로 등 돌리는 게 차라리 나았다._P90
○ “언니도 잊어. 잊어버려. 이십오 년 전의 일이야. 그걸 아직도 부여잡고 살면 어떡하니? 저절로 아물었으면 그냥 둬. 그걸 왜 또 후벼파? 그래봤자 흉터만 더 커지지.”_P146
○ 언니가 그렇게 무서웠는데도, 언니의 놀림이 그렇게도 싫었는데도 나는 내 이름 다음으로 언니 이름을 썼다._P147
#선화 #김이설 #은행나무 #한국소설 #소설추천 #추천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