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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시선으로부터_정세랑
눈에 띄는 표지와 제목을 보고 장편소설을 집었다. 그리고 한 달, 개인적인 작업으로 펼치지 못했었다. 일부 블로그에서 책을 읽다가 접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 읽고 나서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시선으로부터’는 커다란 강물이 흐르는 듯 유유히 이야기를 따라 가야 한다. 속도를 내거나 욕심을 부려 소설을 대하면 반드시 중간에 포기자가 생길 것이다.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며 이야기 속으로 푹 빠졌더니 어느새 끝장을 넘기고 있었다.
우선 이 장편소설의 특징은 심시선의 가계도가 먼저 나온다. 나는 그 가계도를 두 장 복사하여 책상 앞과 책갈피에 꽂아두고 중간중간 이름을 확인하며 얼굴과 모습을 상상하며 참고했다.
또 하나는 각 문단마다 앞부분에 심시선의 이야기가 짧게 전개되고 현재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사실이다. 즉 두 가지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형식이다.
세 번째는 ‘정세랑’ 작가의 빛나는 필력이다. 그저 이야기를 생성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질문과 의미의 정의를 내리고 한발 한발 아주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펼친다는 사실이다.
계기가 된다면 정세랑 작가의 작품을 좀 더 읽고 탐구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 사흘에 한 번씩 섹스하고 싶은 사람들 말고는 결혼을 안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P21
Ⓑ 좆같은 일이 화수에게 일어났다. 좆같다는 말을 쓰는 사람이 될 줄 몰랐지만 유해한 남성을 그보다 잘 표현하는 말도 없을 것 같았다. 할머니는 욕도 표현의 일종이라고, 다만 정확하고 폭발력 있게 욕을 써야 한다고 말했었다. -P183
Ⓑ 다른 데서 인정해주지 않고 괴롭히는 사람들을 데려다 자기 자신으로 자연스럽게 있게 해주면 말야, 남들이 돈을 두 배 불려도 안 도망가더라고. 나는 그냥 내 잇속 채운 거야. 막 부려 먹었어. -P258
Ⓑ 마지막으로 엄마가 우는 걸 보았을 때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고, 그때의 엄마는 밥을 먹다가도 울고 머리를 감다가도 울어서 무서웠다. 부모가 우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로 무섭지. 어른들이 유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로 무서워……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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