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해로외전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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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백년해로외전 _박민정

 

어쩌다 보니 최근에 박민정 작가님의 소설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박민정 작가만의 루틴이라는 것이 글에 녹아져 있다. 마치 사람을 지나쳤을 때 느껴지는 채취 같은 것. 반가운 마음에 기회를 얻었는데 초판 발행본이라는 행운을 얻었다.

소설에는 그 시대의 시대상이 잘 들어 난다고 한다. 다소 어려워 보이는 해외입양자의 가족 만남으로 시작해서 일인칭 교수사회의 문제, 다문화 가정, 역사가 빚어낸 가족의 역사가 혼합된 지금 우리 시대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표방하는 화해와 용서라는 보자기를 슬쩍 펼치며 진정한 행복에 대한 질문 부호를 독자에게 남겨 놓았다.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표면화되면서 격한 공감과 분노를 느끼고, 사실은 우리 주변에 벌어지고 진행되는 현실 문제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복잡하고 다양하게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 우리가 지금 놓치고 얼렁뚱땅 무마하고 넘기는 것은 없는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오랜만에 아주 느린 속도로 시간의 흐름을 잊은 체 푹 빠져 정독한 박민정 작가의 신작이다.

목구멍에 무직한 맛을 느끼며 뒷맛은 작가의 진한 채취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박민정 작가가 말하는 행복에 대한 의미가 자꾸 나의 뇌리에 잔상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리는 내 소설을 읽으며 입술을 떨었다고 했다. 가족이라지만 엄연히 각자 가정을 이뤄 사는 남의 허물이나 들추면서 문학한답시고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녔냐고. 아빠가 그 말을 전할 때 엄마는 아빠의 옆구리를 찌르며 면박을 줬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지 않았다. -P75

 

언제나 그 시기를 지나는 동안은 결코 끝을 예감할 수 없다. 끝나고 나서야 그게 마지막이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아직 그 사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오래 살지도 않았고 과연 살 만큼 살아본다고 해서 그런 사실에 익숙해질지도 알 수 없다. -P210

 

모두 나를 미워한다는 생각. 유치하기 짝이 없어서 내가 허송세월 살아왔다고만 여겨졌다. 남편도 친구도 완곡하게 일러주었다. 그저 갈등일 뿐이라고. 그저 부정적인 상황을 마주한 것뿐이라고. 누군가 너를 그토록 강렬하게 증오하는 일 따윈 없다고. -P258

 

남편이랑은 행복하지?” 나는 머쑥하게 웃고 말았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물을 때만 행복같은 관념적인 단어를 께낸다. 자기 삶은 그렇게 요약하지 못하면서. -P288

 

나는 그 누구도 재회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 우리 입양인들은 재회라고 말하지 않아. 한국에 돌아가서 옛 가족을 만나면 흔히 그들은 우리를 다시 만났다고 표현하지만, 우린 다시 만나는 게 아니라 새롭게 만나는 거라고 생각해.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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