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방문
장일호 지음 / 낮은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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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방문_장일호

 

시사IN 기자답게? 자신의 일상을 담담하게, 당당하게, 당차게, 자신답게 펼쳐낸 에세이. 기본정보 없이 펼쳐본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남자 아니었나? 역시 둔한 나는 한참을 읽어내리고서야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간혹 두 딸이 책을 선물해주는데 순서가 되어 책을 펼쳤다. 나의 두 딸도 그렇게 당당하길 원한다. 그 삶이 녹록지 않다. 당장 아내가 바라보는 처남의 댁들의 평이 두 딸에게도 적용될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담당하게, 당당하게, 당차게 살아가길 바란다. 누구의 원망으로, 때문이 아닌 후회 없는 인생이길 바란다. 첫 줄에 기록한 행간을 들여다보며 장일호 에세이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담담히, 당당히, 당차게, 자신답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나는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닐까 봐 무릎이 떨리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 그러나, 내가 가장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은 결국 나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김애란의 단편영원한 화자인용 -P20

청혼은 내 쪽이 먼저 했다. 카페에서 레고 블록을 맞추고 있던 그에게 결혼하자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충동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는 승낙의 말 대신 잘 생각해라고 답했다. 그 말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답이었다. 나는 결혼을 인생의 목적이나 목표로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비혼이야말로 나를 지키며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일정 부분 여전히 그렇게 믿는다. -P147

 

성평등이란 단순히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커다란 실패를 허용하는 것이다. (중략) 실패하고 실수해야 잘하는 방법도 알 수 있게 된다고, 두렵다면 함께 망하겠다고, 그러니 더는 조심하지 말자고 손 내밀 수 있는 사람. 그렇게 나이 먹는다면 뒤에 오는 여성들에게 지금보다는 조금 덜 미안할 것 같다. -P135

 

모르겠다는 것,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알고 싶다는 마음이 될 때 우리는 연결된다. -P165

 

더는 죄송하기 싫었다. 경험상 이럴 때는 차라리 솔직한 게 낫다. 문제의 성격을 막론하고 문제를 푸는 실마리는 솔직함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그날, 선배도 웃고 나도 웃었다. -P175

 

그런 내게 국장이 대뜸 팀장을 맡으라고 했다. 나는 남 얘기하듯 딴청을 피웠다. “안 해 봤는데 괜찮을까요? 후회하실 텐데······.” 인사를 통보하기 위해 산책을 청한 국장은 대답이 없었다. -P204

 

시간과 자연을 목적 없이 걸어 다닌 그해 여름, 나는 꽃이 주는 무용한 기쁨과 찰나의 순간이 삶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됐다. 가능하면 그 순간과 순간들을 정성껏 보내고 싶다.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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