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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도시 - 기업과 공장이 사라진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
방준호 지음 / 부키 / 2021년 12월
평점 :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등장하는 초원사진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 새만금이 있는 곳... “군산”하면 떠오르는 장소, 이미지입니다. 근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제 강점기 시대의 건물과 유산이 남아 있는 곳 정도? 대략 이 정도이고 추가로 더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도 아니고, 경부선 라인도 아니며, 호남의 주요 도시 광주광역시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군산이란 지방의 소도시는 그곳에서 멀어질수록 안개처럼 뿌옇고, 희미하게 보이는 곳이지만 그곳엔 26만이 넘는 시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군산에는 그렇게 26만개가 넘는 삶이 있습니다. 그 많은 삶 중에 몇 몇 사람들의 삶을 보고, 듣고 기록한 책이 바로 이 책 “실직 도시”입니다.
대도시에 비해 변변한 공장이나 기업이 없던 이곳에 자동차 공장과 대기업 조선소가 들어서며 모여든 사람들로 인해 생산과 소비가 이어지고, 그 울타리 속에 모여든 사람들의 아이가 자라고, 학교를 다니고... 대기업은 그렇게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집단 가족이 형성되는 든든한 배경이 됩니다.
이 배경이 영원히 든든하게 받쳐줄 거라 믿었던 이곳 사람들의 희망이 싹트고, 자라던 어느 날 전 세계를 휩쓴 경제난으로 그 희망이 물거품이 되는 과정을, 그 배신감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300페이지 남짓 되는 이 책은 보여줍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일까요? 이 책 속의 여러 가지 사연들과 등장인물들은 처음 듣고, 보는 사연들과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전라북도 군산의 사연이 있기 전에 경기도 평택-쌍용자동차-의 사연이 있었고, 부산-한진중공업-이 있었으며 지금도 언론과 방송에 보도되지 않아 보이지 않을 뿐 수많은 해고의 아픈 사연을 품고 쓸쓸하게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의 의미가 보여주듯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 경제적인 배경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람이 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게 사람이 사라지면 우리들의 기억속에서도 사라지게 되고, 시간이 지나며 잊어버립니다.
이 책은 그 기억의 소멸을 막고, 기계의 부품처럼 소모되고, 사라지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쓴 책입니다. 내 삶이 힘들고 바쁘다는 핑계로 지난 몇 년 동안 군산에서 있었던 일을 잊고 살고, 그들의 삶을 기억에서 지워버린다면 우리는 미래의 어느 날 제 2, 제 3의 군산을 다시 보게 될 것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 하다는 기시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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