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해줄까요 - 닥터 호르헤의 이야기 심리치료
호르헤 부카이 지음, 김지현 옮김 / 천문장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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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이런 얘기 지겹다. '  솔직히 처음 몇 장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지겹다'라는 생각과 '그래봤자 변하지 않아'라는 생각이었다.  심리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나를 알기 위해 그동안 많은 심리학 도서를 읽었다.  나에 대해 알기 위해 외면하고 숨겨두었던 과거를 다시 만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의 밑바닥을 바라본다는 것은 칼만 들지 않았을 뿐 스스로 고름 난 상처를 생으로 도려내는 아픔과 같았다.  어렵게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의 원인을 파악하고 머리로 인정하게 되었지만 그동안 그 틀안에서 살아온 세월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모든 순간들이 마치 나로인한 것인 양 괴롭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과거의 상처에 대한 원인을 알수록 무력해지는 기분과 회의감이 밀려왔다.  힘들게 원인을 찾아봤지만 변하지 않는 현실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은 결국 회피하고 외면했던 때가 더 행복했다는 생각으로 치달으며 다시 과거로 회귀하려는 습관으로 귀결된다.  매 번 헛발질하는 삶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삶은 '확' 바뀌지 않았다.  

재작년 한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미움받을 용기>를 읽으며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를 통해 행복에 이르는 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 책 닥터 호르헤의 이야기 심리치료 <이야기해줄까요>는 평범한 청년 데미안과 닥터 호르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만한 명제에 대해 정답 없는 사유의 깊은 늪으로 인도한다.  늪은 금방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다.  끝까지 나오지 못한 누군가에게는 덫이 되기도 하지만 허우적거리며 끝내 빠져나오는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된다.  이름 모를 어느 책 속에 인용되어 한 번쯤 들어봤던 익숙한 이야기도 있었고, 처음 보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공통점은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익숙함은 대뇌 회로를 익숙한 방식으로 작동시켜 새로운 지식의 깨달음을 방해한다.  닥터 호르헤만의 차별점을 찾아서 읽어야 무엇인가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읽다 말고 저자 이력을 살펴보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게슈탈트 심리요법 전문가 과정'을 마쳤다는 부분이었다.  요즘 뜨고 있는 심리치료 방법으로 내담자와 치료자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내담자로 하여금 이전에 거부했거나 보지 못했던 자신의 부분들을 다시 받아들이고 통합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심리치료 기법이 '게슈탈트 심리요법'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인간의 정신을 부분이나 요소의 집합이 아닌 전체성이나 구조에 중점을 두고 파악하는 학파를 말한다.  그들에게 건강한 삶이란 환경과의 접촉을 통해 분명하고 강한 게슈탈트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치료를 받는 '그 순간'에 환자의 가장 중요한 경험과 행동을 다룬다는 점이 다른 심리상담과 다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유분증이 있는 사내의 일화는 호르헤의 상담치료법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확실하게 말해 준다.  사내는 유분증이 왜 생겼는지 알아도 그 비참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유분증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무 팬티를 입는 것도 행복에 이르는 길은 아니었다.  예전처럼 속옷에 변을 보기는 하지만 이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마지막 사내의 말에서 나는 온전한 자유란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오늘도 여전히 삶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복종이냐 고독이냐
강요받고 복종하는 나와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붙잡혀 있다.
고독을 선택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진실로 혼자 있을 수 있고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살 수 있게 된다

 

 

성직자들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되고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데 왜 그렇게 살지 않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주말마다 교회에 가서 회개하지만 또다시 잘못을 저지르고 다시 용서를 받는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나는 그런 모습이 참 이상하게 보였다.  죄를 짓지 않으면 회개하지 않아도 될 텐데 왜 저런 수고를 감내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인간의 삶은 지속되며 환경과 계속 생산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내 삶 속에서 흔히 고민했던 바로 현재의 상황들이다.  그 중 체념과 수용의 일화에서 나는 성직자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체념은 어쩔 수 없으니 '포기'하는 것이지만 수용은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도 계속 상황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개선하며 반성하는 자세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과거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찾았던 일은 앞으로의 행동에 당연한 이유가 되어 자칫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체념하게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 맞는 자기반성의 시간은 결국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새로운 변화에 크게 흔들리지 않게 한다.  우리는 깨어서 현재를 살면서 끊임없이 숨겨진 날개를 펼칠만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심리치료가 자기개발서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나의 내면을 어디론가 이끌어 가기 때문일 것이다.  뭔가 내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의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느낌이 싫어 이끌려 가는 느낌은 상당한 거부감을 동반한다.  닥터 호르헤의 이야기 심리치료 <이야기해줄까요>는 그런 거부감이 다른 심리 상담에 비해 훨씬 덜하다.  이야기의 결론은 어디에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스스로 그 사유의 늪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  닥터 호르헤의 사유의 늪이 궁금한 사람은 지금 이 책을 펼쳐 보라.  늪의 가장자리에만 머물다 나온 사람과 깊은 곳까지 걸어가 허우적거린 사람의 깨달음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 참고:  게슈탈트 요법 1979에서 <아홉 개의 개명>
1. 현재를 살아라.  과거나 미래의 환상이 아닌 현재를 돌보라
2. 이곳에 살아라. 부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들에 몰두하라
3. 상상하는 것은 이제 그만, 현실을 경험하라
4. 불필요한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그만, 일단 시도해보는 것이 훨씬 낫다
5. 설명하고, 합리화하고, 평가하는 대신 너 자신을 받아들여라
6. 기쁜 일과 마찬가지로 기쁘지 않은 일도 받아들여라
7.'~해야만 한다'라는 의무는 너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마라
8. 너의 행동, 감정, 생각에 완전히 책임져라
9. 현재의 너의 모습 그대로 너 자신을 인정하라(다른 사람 모습도 그대로 인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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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 논리 수업 - 행복을 이끄는 논리적 사고의 비밀
무천강 지음, 이지은 옮김 / 미래지식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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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의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 물어보는 질문에 과반수의 사람들이 후보들의 토론을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대답했다.  꼭두각시처럼 남이 써주는 글을 읽는 사람이 아닌 자신만의 철학과 논리를 가진 사람에 대한 열망이 토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만의 철학과 논리를 기를 수 있을까.  
철학이나 논리는 단시간에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지낼 수는 없는 법.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을 기억하며 논리를 가져야 한다는 일념에 뽑아든 책이다.  하버드라는 이름이 가진 가치는 이 책만으로도 금방 논리에 대해 섭렵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지를 불태우기 충분하다.  이 책은 논리의 개념, 판단, 추리, 논증, 규칙을 아우르는 이론 편과 논리를 삶에 적용시키는 응용 편으로 나누어 논리가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행복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역설하고 있다.  

처음에는 행복을 이끄는 논리의 비밀이 궁금해 이론 편은 건너뛰고 응용 편부터 읽었다.  하나같이 도움이 되고 좋은 내용들이었지만 흔한 자기개발서와 다름없는 내용들이었기에 적잖이 실망했다.   매 장이 끝나는 페이지에 '하버드 논리 핵심'이라고 요약된 부분을 제외하고 기대했던  제목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미 자기개발서에 폭넓게 노출된 탓에 다른 관점에서 책 읽기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책 읽기 속도가 점점 늦어지기 시작하더니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편리한 점은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새로운 지식은 쉽게 잊힌다는 것이다.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기본 편부터 차근차근 읽기 시작하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논리'는 사람들이 사물을 인식하는 중요한 사상적 도구이자 표현과 논증을 구현하는 사유의 도구를 말한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하며 표현하고 논증하는지에 따라 행복 지수가 변화한다는 뜻에서 '행복을 이끄는 논리적 사고의 비밀'이라는 부 제목을 붙였던 듯하다.  변론은 논쟁을 펼치는 양측이 자신의 관점을 내세우고, 상대의 사유 과정을 반박하는 행위를 말하며 효과적인 변론의 수위를 만족시키기 위해 논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궤변은 의도적으로 논리 규칙을 저버리고 그럴듯한 말로 자신의 잘못을 교묘하게 가리는 것이며, 개념은 객관적 대상에 대한 사유의 반응으로서 사유를 형성하는 구성요소다.  개념은 반드시 언어를 통해 구체화되기 때문이 용어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개념의 내포와 외연 모두 명확해야 한다.  그밖에 호환 관계, 동일 관계, 모순 관계, 반대 관계 등의 논리에 적용되는 개념과 관계들을 기본 편에서 두루 정리했다.  가끔 인터넷 기사를 읽다 보면 기사의 논리와 인과관계에 대해 비판하는 날 선 댓글을 볼 때가 있는데 논리에 관한 개념들을 숙지하다 보니 앞으로 어떤 정보가 담긴 글을 맞닥뜨렸을 때 눈여겨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세 판의 승부를 모두 졌음에도 "첫 번째 판은 내가 이기지 못했고 두 번째 판은 상대가 지지 않았지. 그리고 세 번째 판은 무승부가 날 뻔했는데 상대가 그걸 원치 않더라고. "라고 표현했다.  각 문장이 내포하는 의미는 동일하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느낌과 생각의 차이는 어떤 현상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에서도 디테일이 필요하듯 삶에서도 이런 디테일이 필요한 것이다.  기본 편을 읽고 나서야 왜 논리와 행복이 연관이 있는 것인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응용 편의 '사고의 깊이가 운신의 폭을 결정한다'라는 말의 의미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생물인 정치에서 논리가 중요하듯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변하는 삶의 문제들을 고정된 틀에 놓고 파악할 수는 없다.  새로운 삶을 꿈꾼다면 새로운 삶의 논리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기본 개념도 모르고서 어떻게 논리를 만들 수 있겠는가.  관점과 생각의 전환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사고의 실마리를 찾고 살아 숨 쉬는 새로운 논리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우연이 남발하는 맥락 없는 드라마가 재미없는 것처럼 즐겁고 행복한 인생의 맥락을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행복은 주머니 속에 있다는 자족감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스스로 인생의 맥락을 만들어가기 위해 '논리'가 필요하다는 새로운 관점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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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와 일흔일곱 난쟁이 아르볼 상상나무 7
다비드 칼리 지음, 라파엘르 바르바네그르 그림, 이정주 옮김 / 아르볼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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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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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한 동경


아름다운 여성을 뽑는 미인 대회에는 진, 선, 미 세 명의 미인을 뽑는다.  단순히 얼굴이 아름답다는 것에 미의 가치를 두지 않고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선한 가치'에 '미'의 의미를 두기 위해서라고 한다.  균형과 조화로움 속에 그 아름다움이 타자에게 인식될 때 비로소 미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고대에 비해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찰나적 감정과 쾌락에 미의 가치를 두면서 '미'의 개념은 충돌하게 되었다. 

<금각사>는 탐미 문학의 정수라 불리며 세 번이나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태생부터 연약하고 추남에 말더듬었던 주인공 미조구치는 남들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추함을 거듭 인식하며 자란 사내다.  스피노자는 <에티카> 3부에서 동경이란 어떤 사물을 소유하려는 욕망 또는 충동을 말한다고 했다.  미조구치에게 있어 금각사의 '미'란 그가 절대 소유할 수 없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통해 금각사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보게 된 금각사의 모습이 자신의 생각만큼 멋지지 않았음에도 그는 현실을 회피한다.  오히려 그의 몽상에 현실의 수정을 거쳐 금각사는 그의 내면에 더욱 견고한 미로 거듭나게 된다.  그는 아버지의 유언을 받을어 금각사의 도제가 되어 매일 금각사를 바라보며 점점 절대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게 된다.  그러나 아라시 산에서 가시와기의 하숙집 딸과 관계하려던 순간이나 가시와기에게 버림받은 꽃꽂이 선생과 관계하려던 순간에 어김없이 그의 눈앞에는 금각이 나타난다.  금각사에 대한 동경은 미조구치의 평범한 일상을 방해한다.  기쁨의 근원이 되는 금각사를 수없이 생각하며 금각사를 실제로 보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금각사로 달려가지만 자신과 지금 같이 있는 사람들은 가시와기에게 버림받은 하숙집 딸이나 꽃꽂이 선생이다.  그들과 함께 있는 자신의 모습은 자신이 동경하는 금각과 같은 우이코와는 절대로 함께 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는 불태워버려야 했다.  그 내면에 쌓아올린 우이코와 같은 금각사를.  말더듬이인 자신이 애써 말을 꺼내어 외부 세계에 도달해봐야 썩은 냄새를 풍기는 현실이 가로놓여 있을 뿐이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동경하는 금각이 그 경계에 가로막고 서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 중 '우리가 그토록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에서 탄생한 은희경 작가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를 보면 아름다움에 대한 편견에 의해 멸시당하고 살아온 서른다섯 살의 주인공 여자가 다이어트를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수로 태어나 숨겨진 자식으로 자라나 받은 것이라고는 아버지의 뚱보 유전자밖에 없는 여자.  결국 그녀는 유전자에 저항하며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마침내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을 맛있게 후루룩 집어삼킨다.  체력도 없고 말더듬이에 못생긴 미조구치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였을까.  게다가 자신처럼 못생기고 볼품없음에도 자신과 아버지의 눈앞에서 다른 사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비천한 자신의 어머니.  비교적 짧게 서술된 미조구치의 부모에 대해서는 책 속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안짱다리 친구인 가시와기를 입을 통해 선천적 결함은 결코 타인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전쟁 중에도 굳건하게 살아남아  끊임없이 자신의 추함과 결함을 상기시켜 멸시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에게 중요한 금각사.  우이코가 영원히 그의 마음속에 연인이 되어 있는 것은 그를 멸시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를 멸시하지 않는 존재는 그에게 무가치한 존재다.  낯선 여인들 앞에서 서슴없이 '더듬어! 더듬어보라니까!' 다그치는 가시와기에게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그가 자신을 멸시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끊임없이 나를 멸시한다.  추남에 말더듬이인 미조구치에게 멸시받는 삶은 어느새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금각사 내부에서 작부의 배를 걷어차며 처음으로 타인을 멸시하는 행위의 희열을 맛보게 되는 미조구치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치부를 인식한 타자가 없으므로 죄도 없다는 논리는 '미'의 가치가 진과 선과 분리되기 시작하면 얼마나 악과 부조리와 결합되기 쉬워지는지 알 수 있다.  
인식론자인 가시와기는 미를 동경하지 않는다.  그는 대상을 대상답게 만드는 거리를 이미 터득했다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남천참묘의 공안에서 남천 스님이 그러했듯이 모든 미망과 망상의 근원을 제거함으로써 행위론자로 변모하는 미조구치는 자신이 동경하는 금각을 정복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는 금각을 불태운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불타는 금각을 바라보며 미조구치는 자살하려고 준비했던 단도와 칼모틴 병을 던지며 비로소 '살아야지'하고 되뇌었다.  아마도 결코 그는 미에 대한 동경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차가 멈추어도 승객들은 거기서부터 걸어야 한다는 젠카이 스님의 말씀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보았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어느 쪽이건 곧 멈추지. 무리하게 결심하고 지속시켜도 언젠가는 멈추게 되지. 기차가 달리는 동안 승객은 멈추고 있지. 기차가 멈추면 승객들은 거기서부터 걸어야만 해. 달리는 것도 멈추고 숨도 멈추지. 죽음은 최후의 휴식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거든.

미시마 사건


1970년 11월 25일.  일본 도쿄 시내 육상자위대 2층에서 군국주의와 천황제 부활을 외치던 미시마 유키오가 할복자살했다.  그의 문학적 스승은 <설국>으로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스승도 제자의 자살 충격에 2년 뒤 의문의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도쿄대 법학부 졸업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가면의 고백'으로 문학계에 입문한 미시마 유키오.  주로 탐미주의적인 작품을 발표, 1956년 <금각사>로 30대의 젊은 나이에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일본 문학계에 반향을 일으켰지만 일본적인 것의 집착으로 생을 마감한다.  미시마가 만 31세의 나이에 발표한 <금각사>는 실제 방화 사건을 취재하여 쓴 시사 소설이다.  태어날 때부터 추남에다 말더듬이인 미조구치가 티 없이 맑은 순수의 상징인 쓰루카와와 안짱다리를 가진 가시와기의 만남을 통해 점점 변하게 되는 모습을 그렸다.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가진 등장인물의 이원론적인 대비의 모습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나 <니르치스와 골드문트>같은 성장소설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전쟁의 현실을 외면하는 일본 문학 특유의 성격으로 어떤 성장을 이루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문학이 세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아름다운 문체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스승인 가와바타와 마찬가지로 미시마 역시 문체가 너무나 아름답다.  전쟁의 피폐함 속에서도 미에 대한 소설을 쓴 미시마 자신이 남천참묘의 공안에서 조수의 입장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그 역시 나중에는 남천과 같은 행위론자가 되기에.  그의 일대기를 알았다면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을 책.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다시 보고 싶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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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좋아요 - 어린이를 위한 토론 책
김정순.이영근 지음, 조하나 그림, 초등토론교육연구회 / 에듀니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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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요즘 아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팩트체크!  근거 자료를 찾는 방법도 아이들 수준에 맞게 나와 있다.  인터넷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이들은 거짓 뉴스에 휩쓸리기 쉬운 세대다.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자료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연습을 하면 앞으로 거짓 뉴스에 휘둘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학년 아이들은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 4장 논제 파헤치기는 요즘 정치하시는 분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토론이 가벼운 말장난이나 하는 시간 낭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명확한 논제를 정해 토론할 필요가 있다.  사실논제인지, 가치논제인지, 정책 논제인지 토론의 성격에 맞는 논제를 찾는 방법도 <토론이 좋아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토론을 이루는 요소를 살펴보면 글쓰기를 잘하는 것과 상당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론, 본론, 결론의 굵은 가지에 세부 가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토론을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엄마들이 가장 당황하기 쉬운 부분이다.  책에서는 토론을 잘 하기 위한 말하기의 틀이 나와있어 어렵지 않게 토론 준비를 할 수 있으며, 반박을 하는 데에도 일정한 틀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지금까지는 억지를 쓰거나 떼를 부려 자신의 주장을 하던 아이들이 좀 더 성숙한 민주 사회의 일원으로 자라나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 <토론이 좋아요>를 참고해 집에서도 가벼운 주제로 토론을 해보자.  비싼 디베이트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집에서 어른들과 평소에 토론하는 형식으로 대화한 아이들이 훨씬 토론을 잘한다.  엄마를 하나씩 설득해 작은 성취를 이룬 아이들은 저절로 토론이 좋아질 테니까 말이다.  토론이 힘든 아이들은 <토론이 좋아요>를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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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서 2017-05-0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선생님 글 감사 드립니다. 선생님들때문에 힘이 납니다. 더 좋은 양서 열심히 만들어 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