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이희진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세계에는 플라스틱병이라고 불리는 희귀병이 존재했다. 이 병은 신체 말단부터 점차 플라스틱으로 변하다가 결국에는 온몸이 반투명하고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질병이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신체에 쌓이다가 변이를 일으켰다는 게 주장이었으나 정확한 원인은 누구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죽은 연인의 초상]

나영은 믿음 상조에 근무 중이다. 요즘 늘어만 가는 플라스틱병 환자들 문의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매장도 화장도 안되는 시체들이 몰래 상조에 들어와서 처치 곤란으로 곤욕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연인인 준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고 자신의 집으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연인은 플라스틱 병으로 진행 중이었고, 죽어가는 와중에도 자신이 연구했던 플라스틱병 연구의 실마리를 찾았다며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소각장에 준의 시체를 들고 찾아가게 된다.


[악취] 

오동나무로 짠 관과 삼베로 지은 수의를 입은 하얗고 불투명한 시신, 시어머니의 시신은 무척이나 깨끗했다. 

어머니도 플라스틱병에 걸린 상태였다. 함부로 처리가 안되기 때문에 시신을 행정복지센터에 갖다주면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 처리라는 게 병뚜껑과 페트병에 섞어 재활용하는 것이라는 게 알려지자 누구도 대 놓고 고인의 시체를 쓰레기로 분류하지 못하는 상황에 남의 시선을 중시하는 남편이 독단적 결정으로 시어머니 시체를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안방 침대와 옷장 사이 약간의 공간이 시어머니의 차지가 되자 두 부부는 안방을 사용하지 못하고 거실만 전전하게 되었다. 시체와 남편의 행동에 알 수 없는 감정이 계속되었고, 시어머니의 생전 모습이 겹쳐지기 시작할 즘 플라스틱 시신에서 알 수 없는 악취를 딸이 먼저 맡게 되고 딸의 한마디에 악취에  이유 없는 강박이 생겨 집안을 수차례 청소와 탈취를 하다 49재로 시어머니 시신을 절로 모시고 나오게 되는데 그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어머니의 시체를 처리할 기회를 얻게 된다.


[역 피그말리온]

수현은 메일 한 통을 받게 된다. 내용은 길지 않지만 수현의 취미는 합법적이지 않은 일이라 조언을 구하는 연락은 딱히 반갑지 않은 상태였다.

한쪽 벽에 기묘할 정도로 섬뜩한 조형된 조각품으로 보이는 전시물들은 작은 동물 형체를 한 플라스틱 덩어리로 일명 특수 화물이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플라스틱 병은 인간에게도 있으나 드물게 동물에게도 전염이 있었고, 수현은 플라스틱병에 감염된 동물 중 깨끗하고 온전한 개체만을 취급하는 취미를 갖고 있었다. 

여자의 이름은 임연이,  예닐곱 때쯤 되는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를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불법적인 일을 원하는 그녀의 부탁은 위험하였으나 수현은 점점 그녀에게 빠져가고 있었고, 삶의 빛을 잃어가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먹게 된다.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현재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파쇄하고 재성형해 쓸만한 물건으로 만드는 일, 하나는 분자 단위로 처리해 원료로 돌리는 일, 태주의 재활용센터에서 일은 전자였다. 정부가 플라스틱 시체들을 재활용으로 공식적으로 허가한 뒤로 플라스틱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가며 현 상황을 호황이라고 불리는 시기였다. 하지만 늘어가는 플라스틱 시체로 다들 일 자체를 기피했고 태주는 그나마 무던한 성격으로 지끔까지 버텨온 거였다. 그러다 인권단체에서 재활용 센터에 취재를 오게 되고, 인터뷰를 위해 마주친 사람을 다음에 처리장 시체로 만나게 되며 인권 단체가 주장했던 재활용 센터와 범죄단체의 유착관계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된다. 알 수 없는 의구심에 인권단체에 전화를 걸다 김주임에게 들키게 되고, 인권단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추궁을 받게 되는데...


흥미로운 주제였다. 감염병이 만연한 요즘 사회에 생각해 보면 있을법한 느낌의 소재였다.

소설 속 세계관은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병, 일명 페트병에 걸리면 수시간 안에 투명하게 변하고 플라스틱처럼 가벼운 몸만 남게 된다. 

'죽은 연인의 초상'에서 결국 항체를 밝혀냈으나 플라스틱병은 만연했고 '악취'에서는 시어머니 시체를 함부로 처리하지 못하는 남편과 그 남편 곁에서 속타는 며느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악취의 원인은 플라스틱 시체의 냄새라기보다 생전 시어머니와의 기억 그리고 현재 자신만 감당하고  현실에 대한 며느리의 마음의 소리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었다. '역 피그말리온'은 피그말리온 현상의 반대말로 이해되며 사랑에 빠진 수현의 행동이 보였는데 마지막을 준비하는 연이 옆에서 끝까지 삶의 희망을 주고 싶어 했지만 마음이 닿지 않았고 결국 해피엔딩을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자신의 마음을 소장하는 주인공 다운 사랑 방법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은 말 그대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주인공이 실제 플라스틱이 아닌 인간쓰레기인 사람들을 처리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단순히 오해일 수 있지만 분명 인권 단체 사람이 죽은 것, 인권단체에 연락하는 태주는 협박하는 태도, 그리고 손쉽게 센터장을 처리하는 김주임의 행동에서 모든 것이 유추되는 순간이어서 짜릿했던 부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던 신부는 매년 그래왔듯이 휴가에 새뮤얼 봇 신부를 방문했다. 오랜 벗인 둘에게 함께 보내는 휴가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을정도로 각별한 사이였고, 제법 휴가 기분을 내기 위해 저녁 체스판을 준비했지만 봇 신부는 체스판을 치우라고 한다. 이유를 묻자 예정에 없던 설교가 생겼고 오늘 오후까지 설교문 작성을 마쳐보려고 했으나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고 했다. 쓰고 있는 설교에 대해서 되물어보니 펜디잭만의 절벽에 위치한 호텔이 기뢰에 의해 무너져 버렸고 그렇게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였으며 장례식장의 설교문을 작성하고 있다고 했다. 거기다 당시 생존자들이 교회에 방문하여 사건에 대해 밤새 이야기했지만 사건의 진실은 알 수 없을 거라는 묘한 말로 소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나고 배급제는 계속되고 있었으며, 몰락해가는 유산계급은 다른 살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소설의 배경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은 당연히 펜디잭만 절벽에 위치한 팬디잭호텔이었는데 호텔을 운영하는 시달 가족을 포함하여 24명의 인물의 일주일 치 행적을 따라가며 어떤 일이 호텔을 중심으로 벌어졌고, 붕괴로 인해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았는지 파헤쳐 가는 이야기였다. 


등장인물은 저택을 호텔로 개조하여 운영 중인 시달 부부와 세 아들, 투숙객인 페일리 부부와 랙스턴 부녀, 기퍼드경 부부와 네 자녀, 그리고 코브 부인과 세 딸, 소설가 애나와 그의 비서 브루스, 호텔 종업원인 미스 엘리스와 넨시벨과 프레드였다.


일요일 봇 신부는 설교에서 7가지 대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타자기로 엉성하게 쳐진 기도문은 잘 알아보기 어려웠고, 소설이 진행되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인물 간의 대화와 행동으로 유추할 수 있었다. 


가족 간의 불화와 계층 간의 갈등, 그리고 약간의 로맨스와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들로 극적 흥분도가 올라가고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들이 이해도를 많이 떨어트리는 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지속적으로 저택의 불운을 암시하는 장면들과, 언젠가 발견한 편지 한 통으로 저택이 안전하지 않다고 보낸 편지가 있었으나 누구 하나 새겨듣지 않았던 점, 거기다 누군가는 아무도 말하지 말라는 부탁으로 뇌물까지 준 모습을 보면 저택의 비극은 예정되어 있었고 누군가는 이를 노리기까지 한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 파티의 의미와 살아남은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가시지 않는 사람은 결말까지 봐야 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완독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의 자리 - 진화인류학자 박한선의 호모 사피엔스 탐사기
박한선 지음 / 바다출판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저작 중 약 1/4는 생물학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생전 자연의 모든 존재가 완전하고 불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연에서 각각의 위치도 영원히 불면 한다고 했다. 이 믿음은 지금도 가장 지지자가 많은 보편 믿음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동물보다 우월한 영혼을 가졌다는 믿음, 그리고 이를 통해 자연계의 수장이 되었다는 믿음 또한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생물학적 존재가 원초적 잠재력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며 처음부터 그렇게 나누어져 있다고 믿으며 하등동물부터 고등 동물까지 층층이 나누어진 세상의 위계, 자연의 사다리에 가장 꼭대기에 만물의 영장이며 신의 자리 바로 아래가 인간이라는 믿음의 편견을 깨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였다.

구석기말 세계 인구의 개체 수는 약 400만 명에 불과했고 가장 적을 때는 수천 명에 불과하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호모사피엔스의 개체 수는 무려 79억에 이르는데 어떠한 이유에서 가속도가 붙더니 200년전 10억 명을 넘었고 2020년에는 전성기 시절의 여행 비행기 수보다 더 많아졌다고 한다. 개체 수가 많아져서 인류가 우월한 덕분이라고 착각하고 있는데 19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개체수로 가장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여행 비둘기가 현재 우리로 치면 자신들이 지구의 지배자라고 외쳤을 거라고 했다.

인류가 멸종할 가능성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여행 비둘기를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1870년부터 개체 수가 급감하고 서식지가 줄었으며 1900년 한 소년이 비비탄 총으로 야생 비둘기를 잡은 것이 마지막 기록이라는 이 새는 이후 동물학자의 새장에 몇 남아있던 것조차 죽자 멸종해버렸다고 한다.

특정 유전자가 확실한 선택적 이득을 가지는 선택적 일소가 일어나는 것과 불리한 유전자가 제거되며 인근 유전자가 도매급으로 같이 사라지는 배경 선택 등을 설명하며 여행 비둘기의 멸종 가설을 설명하듯 인간의 진화도 적응이란 해당 형질의 전반적 적합도에 의해 결정되며 임상적 측면에서 어떻게 측정될 것인지 실질적 문제를 설명하며 기능 차원에서 적응을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수컷과 암컷의 번식 전략의 차이는 생식세포의 상대적 크기 차이와 양육 투자 수준의 성차에서 기인하며 이는 수컷 간의 경쟁과 암컷의 까다로운 선택을 유발한다고 했다. 암컷이 높은 지위를 가진 수컷을 선호하는 이유를 갈까마귀의 예를 들며 암컷은 자신과 짝을 지은 수컷의 지위를 그대로 적용받는다고 봤는데, 인간 역시 남편이 대통령이면 아내는 자동으로 영부인이 되는 것과 같은 경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141종의 뻐꾸기 중 무려 59종이 스스로 새끼를 키우지 않는데 이들이 주로 하는 탁란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었다. 다윈은 뻐꾸기의 이런 본능을 자연선택에 의해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고 있었다. 탁란은 새끼의 적합도를 높이기 위해 선택된 적응적 행동이라고 했다. 여기서 다시 인간도 자신이 탁란하지 않기 위해 부성 투자가 예외적으로 막대한 종이라고 했는데, 부성 확실성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도록 진화했고, 아버지는 친자식에게만 투자하기 위해 여러 단서를 가지고 친자를 감별해 내는데 이중 하나가 얼굴의 닮음이라고 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면 아기가 아빠와 닮았는지 주목하고 연구에 의하면 아내와 처가 식구는 아빠와 아이가 닮았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흑고니를 통해 본 이성애와 동성애의 진화와 관련된 가설들과 대뇌화를 가진 동물들의 뇌의 용적과 음식 섭취의 상관관계, 새들의 이주 본능과 인간의 두발 걷기 그리고 이주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들, 부와 저축이 자연에서는 얼마나 이상하고 괴상한 행동인지 설명하며 인간과 비슷한 때까치의 본능은 잔인했지만 성공적인 예시였다고 생각이 들었고, 박쥐의 생태학과 배고픈 동료에게 피를 나누어주는 흡혈박쥐의 특성과 인간의 호혜성 협력을 설명하는 부분은 꽤나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진화인류학자로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 종의 행동 전략이 어떤 환경에서 왜 진화했는지 추적하며 인간의 유일성, 우월성이라는 오랜 인간적 편견에서 물러서서 동물 종의 하나로서 인간을 연구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 수많은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연의 법칙 생태학적 특성으로 사랑, 우애, 양육, 영양 섭취, 이주, 협동, 죽음, 전염병 등을 설명하고 진정한 행동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박에 빠진 뇌 - 신경학적 불균형이 만들어낸 멈출 수 없는 불안
제프리 슈워츠 지음, 이은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UCLA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연구 교수이자 자기 주도 신경 가소성 분야에 영향을 끼친 사상가이자 연구자의 글이라고 소개했다.

강박이란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받는 느낌을 말하며, 여기서 강박사고란 원치 않는데도 계속 떠올라 괴로움을 주는 생각과 심상을 뜻한다고 한다. 또한 강박 행동이란 강박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강박사고가 불러일으키는 두려움과 불안을 몰아내고자 헛되이 수행하는 행동을 말하며 숫자를 세고 싶은 충동이나 오염물에 닿았다고 생각하여 수없이 손을 씻는 행동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약간의 기이한 버릇은 존재하지만 사실 이것들로 일상에 별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데, 이것이 나의 의지로 생각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어떤 강렬한 생각이 떠오르거나 기이한 버릇이 의식처럼 온 신경을 쏟아 행동하지 않으면 공포와 두려움에 압도 당하는 것을 강박행동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박은 일단 뇌의 생화학적 문제와 관련 있다고 했고, 이 문제를 브레인 락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뇌의 핵심 구조가 잠겨서 가짜라는 것을 알아채기 쉽지 않고, 잘못된 메시지를 뇌가 보내는 상황을 말하는데 이때 뇌의 주요 신호 처리 센터인 꼬리핵과 신체 움직임을 제어하는 영역의 자동 전환장치인 피각이란 부분이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엔 꼬리핵의 기어를 제대로 바꾸지 못하는 일명 자동장치에 결함이 있는 상태가 되어버려 행동을 담당하는 기어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뇌가 다음 상태로 넘어가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손을 씻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손을 다시 씻거나 문을 안 잠갔을지도 모른다는 신경을 갉아먹는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현관문을 재차 확인하고, 이유 없이 숫자를 세거나 단어를 다시 읽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 증상의 상황들은 이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강박의 치료는 몇 년 사이 꽤나 많이 발전했는데 노출 후 반응 방지라는 기법으로 자극에 일부러 노출시켜 강박사고와 행동을 일어나게 하고 함께 기간을 정해 강박행동으로 반응하지 않게 하는 방법 이외에 작가가 강조하는 4단계 치료법을 통해 치료사와 함께하는 노출 후 반응 방지법보다 행동치료만으로 강박장애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4단계 치료법 (일명 4R 치료법)은 재명명, 재귀인, 재초점, 재평가의 단계를 거친다고 했다.

재명명: 원치 않는데도 계속 떠오르는 생각과 충동을 강박사고와 강박충동이라는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뜻하는데 적을 파악하고 싸우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적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것은 내가 아니라 강박장애라는 사실을 알고 강박장애와 자신의 목소리를 헷갈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재귀인: 재명명을 통해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부르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난 뒤, 강박적 사고와 충동이 우리를 괴롭히는 이유가 우리의 뇌의 결함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것이라고 한다.

재초점: 유용하고 건설적이고 즐거운 활동에 주의를 돌림으로써 끈질기게 계속되는 성가신 생각을 피해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뜻하며 강박장애의 자기주도 인지 행동 치료의 핵심 원칙은 느낌이 어떤지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재평가: 앞의 세 단계를 실천하다 보면 잘못된 메시지를 곧이곧대로 믿는 두려움과 불안이 사라지고 강박장애를 바보 같은 헛소리일 뿐이라고 더 의식적으로 재평가하여 더 순조롭게 3단계를 더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에 대한 느낌을 재평가하는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4단계 치료법은 강박에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대상자에게 자신을 스스로 의식하고 돌아봄으로써 강박이라는 것을 바로 바라보고 자신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라고 느껴졌다. 특히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지?라는 병적인 반복 질문에 공정한 관찰자 시각을 반영하도록 하여 강박장애 환자가 핵심 질문에 현실적으로 응답할 수 있게 돕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의사를 행사하고 새로운 선택과 다른 행동으로 이끌며 뇌는 충분히 변화한다는 사실과 행동치료로 생물학적 변화를 이끄는 점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강박으로 괴로움을 느끼거나, 자신의 과도한 관심이 강박과 연관이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꽤나 많은 케이스와 접근 방법, 치료 방향에 관하여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괴자들의 밤 안전가옥 FIC-PICK 6
서미애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같은 뜻을 가진 작가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적어도 계약서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집필에만 집중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미스 마플 클럽'은 미스터리, 스릴러를 쓰는 여성작가들의 모임이 되어 탄생한 모임으로 이번 작품을 함께하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여성 빌런을 소재로한 다섯편의 테마집 
모두 독특하고 섬뜩했다.
그 여자들은 왜 살해를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죽일 생각은 없었어]

맞벌이로 바쁘게 살던 엄마와 아버지에겐 자신은 짐같은 존재였고 어릴적 몇년을 버려져 청주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살았었다고 한다.
부모님과의 애정은 지금까지도 없지만 어릴적 할머니 댁에 살았던 기억은 꽤나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았는데, 평범해보이던 자신의 할머니는 비닐하우스에 독초를 즐겨 키웠다고 한다. 꽃이 이뻐서 키운다거나 약이 될 수도 있다는말을 한동안은 믿었지만 식물도감에서 할머니가 키우는 식물들이 사실 모두 독초인것을 알게 된 이후로 할머니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할머니는 마을사람들과 대체로 사이좋게 지냈지만 자신과 싸운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실때면 살아있을때 잘해야지 목숨도 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말을 했고 어릴때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할머니가 왜 독초에 집착했는지 알게 되었다. 
뭐든 알뜰 살뜰히 준비해두면 다 쓸데가 있다는 할머니의 말처럼 자신을 지키기위해 꽤나 오래전부터 운동을 해왔고, 할머니의 독초가루를 따로 모아두고 있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으나 자신에게 찝적대거나 끈적거리는 추태를 부리는 남자들에게 어느 순간 그녀는 할머니와 같은 선택을 하고 있던 이야기였다.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용의자의 이름은 김윤주 18살이었다.
기억이 안난다며 진술을 두리뭉실하게 얼버무리는 용의자, CCTV 속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자신은 맞지만 희생된 아이는 처음본다고 했다. 그리고 다급하게 자신은 이중인격자로 심신상실을 주장하고 있었다.
8살 어린 아이를 잔인하게 죽이고 손목까지 잘라 없앤 어린 용의자, 그리고 그가 즐겨했던 SNS와 자캐커뮤 그리고 그녀를 조정했던 하드고어 커뮤 마니아의 이야기가 사건을 더욱 오리무중으로 만들고 있었다.

[좋아서가 아냐]

태현은 점점 피가 마르고 있었다. 자신이 없었던 집안에서 아직도 그녀의 향수 냄새가 나고, 자신이 입구에 잘 끼워두었던 종이 쪼가리도 바닥에 떨어져있는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경찰에게 설명해도 경찰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를 만난건 전 여친과 헤어진지 얼마되지 않아서였다. 치한에게 쫓기는 듯한 그녀를 구해주고 연락이 시작되었고, 단순하게 연락을 자주한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몇시간 연락이 되지 않으면 연달아 부재중 전화를 남기거나 아침부터 회사에 찾아와 동료들에게 식사를 차려주는등 열정적인 여자였다. 그러다 과도한 그녀의 행동에 지쳐 헤어짐을 통보했고, 지옥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피말리는 그녀와 쫓고 쫓기는 싸움, 그녀의 행동에는 주인공이 모르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나무가지가 있었어]

3년전 실종된 생명공학자 김민규 교수, 강화도 버려진 컨테이너에서 사체로 발견...
으로 시작하는 뉴스기사,
김민규 교수의 평판은 그닥 좋지 않았다. 지도 교수가 아무리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함부로 아니오를 외치지 못하는 그런 폐쇄적인 사회가 연구소이었고, 연구실에서 유일한 여자 박사였지만 성실역시 그의 부당한 대우를 참아내고
그러다 어느 날 김민규 교수가 실종되었고, 사건을 목격한 그의 자폐인 딸이 손목에 나뭇가지가 있었다고 말하며 사건은 범인의 손목을 주목하게 되는데..


좋아서가 아냐를 제외하고 모든 여성빌런은 살인을 저질렀다. 대부분 잔인하게 남성을 살해했는데, 이유가 있거나 이유가 없기도 했다. 성추행, 성폭행 그리고 스토킹 등 여성들이 많이 당하는 성범죄에 관한 내용도 있었고, 요즘 커뮤에서 유행하는 범죄심리를 다루기도해서 꽤나 소재가 신선하다고 느껴졌다. 여성빌런이 왜 살인을 했는지 의도가 분명하게 다루어졌고, 살인에 이유는 존재하지만 정당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메세지는 분명하게 다뤄지고 있어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다.

안전가옥만의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스타일 이번에도 역시나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준 작품집으로 생각되어 '미스마프 클럽'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